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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나는이야기

향수의 성분

by 향기나는토끼 2023. 7. 7.

1. 향수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향수 라벨을 보면 향수병의 용량, 브랜드명과 주소 등의 정보를 알 수 있지만 정작 향수에 무엇이 들어가 있는지는 자세히 알기가 어렵다. 라벨에 표시된 전성분 목록 중 '향료'라는 단어에는 미스터리가 숨겨져 있다. 향료는 비공개 제조법에 적힌 천연원료나 합성원료 또는 둘의 혼합물에 포함된 하나에서 수백 개가 넘는 성분 중 어떤 것도 될 수 있다.

2. 전성분 목록이 말해주는 것들
전성분 목록에는 그 향수가 어떤 향인지에 대한 정보가 없으며, 제조법의 모든 성분이 포함되어 있지도 않다. 향수의 배합비율이나 알코올의 함량도 마찬가지로 표시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면 전성분 목록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라벨에 전성분을 표기하는 것은 법적 요구사항으로, 과자 포장에 표시된 알레르기 유발 원인 알레르겐 목록처럼, 향수에 피부 자극을 유발하는 물질이 함유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향수 회사는 일반적으로 규정을 준수하면서도 복제품이 나올 위험도를 낮추기 위해 가능한 한 적은 정보를 기재한다.

* 전성분 목록표시 항목
  - 알코올
  - 아쿠아(때때로)
  - 향료
  - 대부분 화학물질처럼 들리는 성분 목록으로 천연
     원료도 일부 포함될 수 있으며, 보통 알레르겐 목록
     으로 알려져 있다.
  - 알코올 성분은 순수한 등급의 에탄올을 나타낸다.
     농축된 향수액을 희석하고 보존하는 역할을 한다.
  - 아쿠아는 물의 공식적인 명칭이다. 일부 향수는
     인화성을 줄이고 안전하게 선적하기 위해 물을
     첨가한다.
  - ‘향료’에 어떤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지 아래에서
      더 자세히 알아볼 것이다.
  - 알레르겐 목록은 향수에 어떤 피부 자극 물질이
     함유되어 있는지 보여준다. 유럽연합(EU)에서
     판매하는 모든 화장품브랜드는 피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
     들어 있는지 바로 볼 수 있도록 관련 법에 따라
     제품 포장에 알레르겐 목록을 명시해야 한다.

4160 튜즈데이즈 오 드 퍼퓸, 드라이브 뎀 와일드 향수의 전성분 표시를 참고해 보자. 이 향수에 어떤 성분이 들어 있고,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하게 설명할 있다

<전성분>
알코올(변성 에탄올), 향료, 리모넨, 하이드록시시트로넬알, 에버니아 프루나스트리(오크모스) 추출물, 시트랄, 제라니올

• 나열된 피부 자극이나 알레르기 유발 성분은 추가 성분이 아닌 향료에 포함되어 있다.
• 리모넨은 베르가못, 스위트 오렌지, 블랙 페퍼 에센셜 오일에 함유되어 있다.
• 하이드록시시트로넬알은 은방울꽃 향을 내는 화학향료다.
• 에버니아 프루나스트리는 오크모스로, 오크나무에 걸려 있는 이끼의 내음이다.
• 시트랄은 베르가못과 오렌지에 함유되어 있다.
• 이 향수에 함유된 제라니올은 천연 오스만투스 오렌지 꽃재스민에서 추출했다.

리모넨 시트랄, 제라니올은 모두 합성원료로 만들 수 있지만 해당 향수는 천연원료 추출물을 함유하고 있다.

3. '향료'는 정확히 무엇을 의미할까?

향료(Parfum)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향수의 명칭이며, 엄격한 국제 규정을 준수하도록 안전성을 평가한 성분의 모음이다. 향수는 하나에서 120개 이상의 향이 나는 물질로 구성될 수 있으며 천연원료나 합성원료 혹은 둘을 조합한 혼합물을 함유할 수 있다. 유럽연합에서 판매하는 모든 향수와 향이 나는 화장품은 안전 인증서를 보유하고 있으며, 향수는 피부 자극 테스트를 통해 확립된 안전 한도 내에서 사용된다. 현재 유럽연합은 가장 엄격한 화장품 규정을 적용하기 때문에 전 세계 국제 브랜드도 해당 규정을 따르며 결과적으로 유럽연합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서도 대부분 안정성을 인정받고 있다.
몇 가지 흥미로운 추가 국제 규정도 있다. 예를 들어, 영국 향수를 한국에 판매하려면, 광우병 발병이 보고된 지역의 유래 성분을 함유하지 않았음을 진술하는 공증된 문서가 있어야 한다.
향수 산업은 저작권이나 특허로 제조법을 보호할 수 없어서, "향료"라는 단어로 향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모든 원료를 포괄한다. "향료”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이름이며 소비자에게 성분을 숨기려는 목적이 아니라 경쟁자가 복제하기 어렵게 만들어 조향사의 소중한 제조법을 비밀로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수단이다.
업계 조향사들은 마치 시각 예술가처럼 후각과 분석을 통해 향수를 재현하도록 훈련한다. 그러나 자신의 제조법을 전성분 목록에 표기해서 쉽게 복제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카피 향수(dupe)가 판치는 업계에서, 창의성을 불태우며 성공적으로 향수를 출시한 조향사는 경쟁자가 자신의 제조법을 가져다가 베낄 수 없도록 까다롭게 만든다.
비법을 유지하는 대가로 음모론에 휩싸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숨길 게 없다면 왜 제조법의 모든 성분을 공개하지 않는지 묻는다. 그들은 조향사가 향수에 무엇을 넣는지 낱낱이 알고 싶어 한다. 그러나 향수 브랜드는 조향사의 제조법을 비밀에 부치고, 향수에 함유된 알레르겐에 업계에서 사용하는 공식적인 명칭을 붙여 화학물질 목록처럼 보이게끔 나열한다. 알레르겐 목록은 제라니올, 오크모스, 시트랄 등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이 어떤 향수를 피해야 하는지 알 수 있도록 분명하게 표기해야 한다.

4. 천연원료와 합성원료, 어떤 것이 더 안전할까?
화학물질은 세척제나 오염물질에서만 발견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인간도 모두 화학물질로 만들어졌다. 매 순간 들이마시고 내뱉는 공기는 산소라는 화학물질이다. 물은 일산화이수소, 소금은 염화나트륨, 베이킹소다는 탄산수소나트륨이다. 전문적인 명칭이 낯설면 모든 게 무섭게 들린다. 천연원료이든 합성원료이든 모든 향수는 식물이나 사람이 만든 화학물질로 만든다. 막연히 천연원료가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니다. 식물은 꿀벌을 유인하고 곰팡이, 박테리아, 갉아먹는 동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등 생존을 위해 화학 혼합물을 생성한다. 향수 업계에서는 이러한 식물의 화학 혼합물을 추출해 에센셜 오일이라고 부르므로, 맥락을 따져보면 왜 안전 경고가 함께 표기되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에센셜 오일 하면 신체적·정서적 안정을 주는 아로마테라피를 떠올리겠지만, 조향사도 향수를 만들 때 원하는 향을 얻기 위해 에센셜 오일을 사용한다.
그러므로 정확한 사실을 알고 무책임한 마케팅에 겁먹지 않도록 향수의 과학에 대해 가능한 한 많이 배워두길 바란다.

5. 향수가 서로 다른 색을 띠는 이유

최근까지 향수는 옅고 짙은 색조의 차이는 있어도 모두 노란색 계열이었다. 내추럴 주니퍼, 라벤더, 라즈베리 잎에서 추출한 앱솔루트처럼 짙은 녹색을 띠는 초록색 계열도 몇몇 있었지만 매우 희귀했다. 향수는 대부분 무색이어서 조향사는 자연을 닮은 색을 입혀 소비자가 익숙한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20세기에 제조된 향수는 에센셜 오일과 앱솔루트 자체에 색이 있어 자연스러운 짙은 빛을 띠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1980년 이전에 태어난 사람들은 향수를 밝은 색 옷에 뿌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했다.
지금은 향수에 상상하는 모든 색조를 입힐 수 있다. 현대의 향수 색소는 공기와 접촉하면 산화되어 무색이 되기 때문에 옷을 더럽히지 않는다. 빈티지 향수를 볼 기회가 있다면 바이올렛 향수의 색이 노란색이나 녹색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보라색을 입힌다. 장미 향수는 노란색이었지만 이제 분홍색을 띤다. 마린 향수는 무색이거나 노란색이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바다의 푸른빛이다. 향수의 다양한 색은 무척 아름답게 보이고 특히 무지개색으로 빛나는 컬렉션이 있다면 더 그렇겠지만, 그래도 향수는 햇빛이 닿지 않게 포장상자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향수의 다양한 색은 규모가 큰 회사에서 제조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 소규모 업체나 공방에서 만든 수제 향수를 선호한다면, 여전히 그늘진 나뭇잎 색이 옷에 얼룩을 남길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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