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향수 하우스의 탄생
세 명의 라이벌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향수 하우스의 이름을 걸고 누구의 제조법이 가장 오래되었는지 결판이 날 때까지 승부를 가렸다. 1709년, 조반니 마리아 파리나는 이탈리아에서 자신의 전 매특허인 오드 콜로뉴 제조법을 가지고 독일 쾰른에 도착해 지금은 박물관이 된 자신의 향수 제조소를 차렸다.
1792년, 젊은 사업가였던 빌헬름 뮐렌은 카르투지오회 수사에게서 기적의 물 제조 비법이 담긴 제조법을 받았다고 한다. 뮐렌은 공장을 세우고 건강 음료를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후에 4711 오리지널 오 드 콜로뉴 향수가 되었고, 뮐렌은 자신의 제조법이 더 오래되었다고 주장했다.
조반니 마리아 파리나의 후손 중 한 명은 파리에 자리를 잡았는데, 그의 향수 회사는 오 드 콜로뉴 엑스트라 비에이유(Extra Vielle ; 아주 오래된) 향수의 권리와 함께 로저 앤 갈레에 매각되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여전히 아쿠아 미라빌리스의 13세기 최초 제조법을 사용하고 있고, 다른 두 경쟁자의 제조법은 변형되었다고 강조한다.
사실 기적의 물 제조법은 허브 탑 노트, 우디와 플라워 미들 노트, 보태니컬 발삼과 동물성 머스크가 포함된 고정제를 베이스 노트로 하는 시트러스 계열 향수의 일반적인 조향을 바탕으로 수백 개의 다른 버전이 존재하며, 늘 가장 뛰어난 마케팅이 최고의 신화를 창조한다. 브랜드 소유자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어떤 향수가 가장 오래되었는지 신경 쓰지 않지만, 향수의 세계는 전설 같은 이야기로 가득하고 일부는 시간이 지나면서 와전되기도 했다. 심지어 몇몇 이야기는 지난 몇 달 동안 만들어졌고, 알고 보면 거짓투성이인 신화도 많다.
6. 19세기 : 조향 혁명
19세기 중반 무렵, 빅토리아 시대 화학자들이 연구실에서 향수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합성원료를 사용하면서 조향사는 향수의 가격은 낮추고 생산량을 크게 늘릴 수 있었다. 이로 인해 부자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도 향수를 쉽게 살 수 있게 되었고, 향기로운 비누와 '화장수'로 사람들의 몸과 옷에서 더 좋은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독일과 러시아 산업계는 발 빠르게 적응해 아름답게 포장한 적당한 가격의 플로럴 향수를 유럽에 공급했다. 이 향수들은 비싼 부티크나 백화점이 아닌 조향사의 퍼퓨머리에서 판매되었다.
이제 화학향료를 혼합하거나 첨가해서 다양한 천연원료의 향을 재현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바이올렛 계열 향수는 합성 이오논으로, 앰버 계열 향수는 합성 바닐라, 로즈우드 계열은 리날룰, 뮤게(은방울꽃) 계열은 하이드록시시트로넬을 사용해 고유의 향을 표현한다.
물론 향수 제조사는 고객을 겁먹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향수병과 포장 상자에 꽃을 그려 넣는다.
21세기에 들어서야 조향사들은 실험실에서 나와 인터넷을 통해 소비자에게 아름다운 향기를 내는 분자에 대해 알려주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향수 회사는 자사의 향수가 합성원료를 사용한 화학향료로 만들었음에도 경탄할 만한 향이 난다고 설명하기를 꺼린다. 최근 대세인 '천연' 향수는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말이 되지 않는다. 이 글을 통해 향수에 대해 가져갈 만한 한 가지가 있다면, 자연은 때로 심각한 독성 물질을 만들어내며 화학향료가 종종 더 안전하다는 사실이다. 100% 합성원료로 만든 일부 향수는 조향사의 혼합 기술 덕분에 천연 향수보다 더 자연에 가까운 향이 난다. 유행은 바뀌고 새로운 원료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21세기의 향수는 여전히 합성원료를 발견한 1880년대 말과 유사한 방식으로 제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