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ANILLA
1) 샬리마
- 겔랑
- Shalimar by Guerlain
- 제대로 된 오리지널 바닐라
- 조향사 자크 겔랑
- 샬리마는 아내를 잃은 슬픔에 잠겨 타지마할을 지은 것으로 더 잘 알려진 샤 자한의 이야기에 영감을 받았다. 그 위대한 서사가 담긴 사랑은 그만큼 아름다운 향수를 가질 자격이 있다. 1925년에 만들어진 이 아이코닉한 향수병은 수많은 옛 할리우드 분장실 화장대 흑백 사진에서 볼 수 있다. 샬리마는 모두에게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 전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상쾌하고 싱그러운 시트러스 노트로 방에 미끄러지듯 몰래 들어간다. 그 뒤를 따라 보석을 두른 묵직하고 강렬한 스파이스 미들 노트가 프랑킨센스, 파촐리, 베티베르와 함께 몰려든다. 샬리마의 바닐라 노트는 완벽에 가깝게 블렌딩 되어, 황금빛과 포근함으로 바닐라 향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바닐라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샬리마는 매혹적인 신비로움으로 일단 한번 사랑에 빠지면 영원히 헤어 나올 수 없다.
2) 블랙 오피움
- 입생로랑
- Black Opium by Yves Saint Laurent
- 더 달콤하게, 더 진하게, 더 상쾌하게
- 조향사 올리비에 크레스프. 오노린 블랑, 나탈리 로손, 마리 살라마뉴
- 2014년 블랙 오피움이 출시되었을 때 두 가지 일이 벌어졌다. 첫째, 기존 오피움의 팬들은 잔뜩 신이 났다가 이내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는데, 그들이 기대했던 스파이시 오리엔탈 향수의 강렬함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둘째, 그들의 성마른 외침은 새로운 팬들이 우르르 몰려드는 소리에 묻혀버렸다. 유행에 맞게 더해진 포근하고 달콤한 구르망과 함께, 오프닝은 풍성한 커피 향에 페어와 바닐라 노트를 조합해 버터처럼 고소하고 매혹적이었다. 화이트 플로럴 노트가 그 군침 도는 오프닝 노트를 한데 묶어 강렬한 파촐리 베이스로 데려가면서, 블랙 오피움은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나는 이 향수를 20대에도, 70대가 되어서도 똑같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알고 있다. 누군가에게서 블랙 오피움 향이 날 때마다 나는 두 번, 세 번 다가가 향기를 맡아야 한다. 그 마음을 억누를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