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향수 종류(컨셉 - 애니멀릭Ⅱ)
◈ ANIMALIC
1) 친칠라
- DSH 퍼품
- Chinchilla by DSH Perfumes
- 동물적 관능미
- 조향사 던 스펜서 허위츠
- 친칠라는 옷가게의 마네킹에서 동물적인 관능미가 느껴질 정도로 자극적이다. 강력한 유혹의 향기를 만드는 애니멀릭한 마법의 주문은 세 가지다. 시벳, 카스토레움, 이라세움. 하나씩 따로 사용해도 위험할 정도로 강력하며, 함께 모이면 인간은 물론이고 함께 사는 고양이에게도 관능의 대혼란을 야기할 것이다. 친칠라의 향기는 램프에서 1940년쯤의 빈티지 지니를 풀어놓은 느낌이 든다. 고풍스럽고 쿰쿰한 머스크 시프레 향조는 길고 우아한, 방금 침대에서 나온 것처럼 따뜻한 목에서 나는, 향수 섞인 땀 내음이 느껴지는 모피 스톨과 메마른 키스의 달콤한 향기다. 몸이 달아오를 만큼 매혹적이다.
2) 라니멀 소바쥬
- 말루
- L'animal sauvage by Marlou
- 친근한 털복숭이
- 조향사 미공개
- 라니멀 소바쥬는 고양이가 집사의 다리에 부비적거리는 머리 옆쪽이나 귀밑의 냄새를 떠 올리게 해서 애니멀릭에 포함시켰다. 야생동물보다는 인간과 가까운, 하지만 여전히 바깥에 나가는 걸 즐기고, 좋아하는 간식을 사주지 않으면 밖에서 뭔가 물어오는 동물의 냄새다. 말루는 관능의 향수를 만들고 병에 작게 '경고' 라벨을 붙인다. 강렬한 감정을 유발할 수 있음. 그래? 그렇다면...하지만 라니멀 소바쥬는 애니멀릭 계열 향수 입문자에게 어울리는 귀엽고 폭신한 느낌이다. 머스크, 따뜻한 털과 야생화에 덮여 희미하게 느껴지는 시벳 노트가 있다. 캣우먼이 사납게 으르렁거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말루의 50ml 데앙비귀뜨를, 그리고 겁에 질려 혼이 나갈 정도로 무시무시한 걸 원한다면 조향사 스벤 프리츠콜라이트가 만든 주올로지스트의 하이락스를 찾아 뿌려보자.
3) 카멜
- 주올로지스트
- CAMEL by Zoologist
- 부드럽고 순한 낙타의 눈망울
- 조향사 크리스티안 카르보넬
- 주올로지스트 향수는 단순한 야생동물의 향기뿐만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환경까지 묘사한다. 의인화한 삽화는 각 동물이 가진 인간적인 특징을 함께 보여준다. 설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빅터 웡의 비전은 정교한 그래픽 소설 캐릭터처럼 생생하게 움직이는 생물체의 향기를 구현하는 것이다. 그의 별난 동물 무리는 점잖게 서로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낙타는 향신료, 말린 과일, 플로럴 에센설 오일을 등에 가득 지고 모래사막을 천천히 가로지르는 대열에 있다. 낙타 등에서 짐을 내리면 향기가 퍼품의 강도로 강렬하게 층층이 풀어지며 모습을 드러낸다. 과일, 인센스, 앰버 노트가 피어오르면서 점점 낙타의 체취에 가까워진다. 하지만 우리의 상상 속 낙타는, 진짜 가죽 냄새 대신 관능미가 느껴질 정도의 땀 내음과 함께, 바닐라와 통가로 달큼한 향기를 선사한다. 낙타가 매력적이라는 느낌은 조금 생소하지만, 더 낯선 매력의 나무늘보를 만날 수 있는 슬로스도 있다.
* 참고
<한계에 도전하는 익스트림 퍼퓨머리>
여러분이 전에 맡아 본 향기와 전혀 다른 향수를 만드는 걸 즐기는 조향사들이 있다. 그런 향기는 버스 정류장이나 TV 광고에서 볼 수 있는 대규모 브랜드가 출시하기에는 감수해야 하는 위험이 너무 크다. 이상하고 기묘한 향수를 좋아하는 사람은 세상에 너무 적다. 하지만 다행히 자신의 엉뚱한 상상력을 현실로 끄집어내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도 있고, 자신의 브랜드를 운영할 만큼 사업 수완이 뛰어난 조향사도 있다. 한계에 도전하는 특이한 향수는 간간이 발견할 수 있으며, 가장 도전 정신이 강한 향수를 모아 애니멀릭에서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