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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나는이야기

향수 종류(프루티 - 프루트보울Ⅰ)

by 향기나는토끼 2024. 11. 4.

 

목차

     

     

    향수 종류(프루티 - 프루트보울)

     

     

     

    FRUIT BOWL

     

     

     

    1) 피그 누와르

    - 안젤라 플랜더스

    - Figue Noire by Angela Flanders

    - 인디 무화과 향수 옵션

    - 조향사 안젤라 플랜더스

     

     

     

     

    - 피그 누와르는 여름에 어울린다. 안젤라 플랜더스가 한 말이 아니고 그저 내 생각이다. 얼마든지 반대해도 괜찮지만 일단 한번 뿌려보자. 더운 날 잘 익은 무화과가 나무에서 오므린 손안으로 떨어진다. 겉껍질의 살짝 쌉싸름한 향기가 나고 동시에 말캉하고 따뜻하다. 겨울에는 너무 일찍 딴 무화과처럼 그닥 어울리지 않았다. 피그 누와르를 따뜻한 날씨에 뿌리고 그 매력을 다시 느끼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무화과 향수는 대부분 자른 잎사귀의 풋풋함과 싱그러움을 지니고 있지만, 피그 누와르는 전혀 다르다. 알싸한 향신료, 술 향기, 앰버가 어우러진 프루티 노트다. 플랜더스는 방송국 의상 디자이너의 삶에서 은퇴한 후 포푸리를 만들었고, 이스트 런던 콜롬비아 로드에 빅토리아 양식을 복원한 매장을 연 뒤, 향초와 향수도 선보이기 시작했다. 기회가 된다면 꼭 방문해보기 바란다. 고정 관념을 깼던 곳이고, 여전히 멋지다.

     

     

     

    2) 화이트 피치 앤 코리앤더

    - 4711 아쿠아 콜로니아

    - White Peach & Coriander by 4711 Acqua Colonia

    - 복숭아 향기가 간질간질

    - 조향사 알렉산드리아 모네

    - 이름 그대로, 복숭아와 고수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둘은 탑 노트로 함께 모습을 드러낸다. 이 어울리지 않는 한 쌍의 균형을 맞추는 일은 플루트와 실로폰을 위한 짧은 듀엣곡을 작곡하는 것과 같지만, 4711은 기가 막히게 해냈다. 아쿠아 콜로니아는 시즌별 한정판도 출시한다. 최근 블랙베리 앤 코코아는 이미 완판되었으니 새로운 한정판을 얻기 위해서는 알람을 맞추어두자. 이 컬렉션은 몰두해서 보는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니라 가볍게 즐기는 단편소설에 가깝다. 화려한 브랜드 향수를 선택하는 대신 화이트 피치 앤 코리앤더 대용량과 샤워 젤을 사보자. 그러고도 바디로션을 살 잔돈이 남아 있을 것이다.

     

     

     

    3) 프루트촐리 플래시

    - 타우어빌

    - Fruitchouli Flash by Tauerville

    - 달지 않은 파출리 프루트

    - 조향사 앤디 타우어

    - 타우어빌의 프루트출리 플래시는 프루트출리 향기를 싫어하는 이들의 의심을 가득 살지도 모른다. 몇 년 전 그들이 일으킨 짧은 쓰나미가 있었다. 하지만 앤디 타우어는 섬세한 손길로 모든 노트를 분해하고 재배열한 뒤 다시 합쳤다. 이제 여러분은 끝내주는 복숭아 향기를 맡을 수 있다. 달콤한 과즙이 가득하고 흙내음이 물씬 나는 파출리 노트가 든든히 받쳐주며, 은은한 장미 향이 느껴지는 핵과류의 내음이 맴돌게 한다. 도대체 앤디가 어쨌기에 이걸 갖고 싶어지는 거지? 앤디는 이가 아플 정도로 달큼한 향기를 피하고 자연이 스스로 이야기하도록 내버려두었다. 그 덕분에 우리는 복숭아와 파출리, 그리고 살짝 감도는 장미 향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모두 우리 집 식탁에 귀하게 모셔두어야 할 손님들이다.

     

     

     

    4) 프랑브와즈 느와

    - 세이 앤 블루

    - Framboise Noire by Shay & Blue

    - 라즈베리와 어두운 비밀

    - 조향사 줄리 마세

     

     

     

     

    - 프랑브와즈 느와라는 이름을 보면 짙은 라즈베리가 떠오르고, 여지없이 바에서 마주친다. 하지만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건 라즈베리가 붉은 포도주 콧수염을 달고 나타나 저녁이 다가올수록 강렬한 오우드 향기가 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 프루티 구르망 향수는 세 가지 메뉴가 나오는 코스 요리다. 과즙이 풍부한 프루티 노트로 시작해서 곧 진한 블랙 시럽을 살짝 뿌린 크림 캐러멜이 나오고, 이어 입에 군침이 도는 보졸레 와인이 아찔할 정도로 소용돌이치는 오우드 노트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다. 프랑브와즈 느와는 밤새 들을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끈적이지도, 달콤하지도 않지만 베리처럼 산뜻한 피니시와 흥미가 피어나는 묵직한 풀바디 와인의 매력을 선사한다. 2015년에 출시되었고, 무척 좋은 해였다. 여기 두 병 주세요!

     

     

     

    5) 아로마틱스 블랙 체리

    - 크리니크

    - Aromatics Black Cherry by Clinique

    - 어른을 위한 꾸덕하고 묵직한 체리 아이스크림

    - 조향사 파스칼 고랑

     

     

     

     

    - 야생 블랙 체리 향기가 저녁 내내 머물다 새벽까지 남아 맴돌고 있다. 오리지널 아로마틱스 엘릭서가 역사상 가장 고전적인 시프레 향수이기 때문에, 아로마틱스라는 이름을 붙였다면 어떤 향수든 오리지널과 가족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블랙 체리는 붉은 과일류 향수 중에서 아주 드문, 우아함을 지닌 프루티 앰버 향수다. 솜사탕처럼 달콤한 라즈베리나 딸기 토피는 없다. 대신 굳이 기쁨을 선사하느라 힘들이지 않겠다는 비터 아몬드의 톡 쏘는 진한 풍미가 느껴진다. 살짝 새콤한 향기는 전통적인 앰버가 가려주고, 관능적인 재스민의 친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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