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LORAL
1) 르 퍼퓸
- 엘리사브
- Le Parfum by Elie Saab
- 병에 담은 세련미
- 조향사 프란시스 커정
- 엘리 사브의 꾸뛰르처럼, 르 퍼퓸은 세련되고 매혹적이며 여성스럽다. 전설적인 조향사 프란시스 커정이 만든 이 향수는 엘리 사브의 첫 향수이며, 르 퍼퓸이 인기를 끌면서 여러 가지 새로운 플랭커 향수가 출시되었다. 순수함을 담은 화이트 플로럴의 오프닝과 함께 부드러운 오렌지 꽃 향기는 곧 한층 진해지고, 매혹적인 재스민 삼박과 재스민 그랜디플로럼 노트에게 자리를 내어준 다음, 흙내음이 나는 파촐리가 존재감을 드러낸다. 위엄 있는 장미 노트가 합류하면서 놀랄 만한 우디 플로럴 향조가 돋보이고, 허니 노트가 희미하게 아른거리며 살짝 달콤함을 더한다.
2) 이자티스
- 지방시
- Ysatis by Givenchy
- 펜트하우스 욕실을 가득 채운 디바의 부케
- 조향사 도미니크 로피용
- 이자티스는 1980년대에 디바로 데뷔한 후, 지금까지 쭉 높은 몸값을 유지하고 있다. 후각의 거인들과 어깨를 맞댄 채로, 조르지오 비버리 힐즈의 조르지오, 디올의 쁘아종, 랑콤의 마지 느와르 사이에서 나름의 자리를 찾았다. 오프닝은 넓게 펼쳐진 푸른 하늘, 깨끗한 빨래, 비누 거품과 파우더의 깔끔함이 느껴진다. 이어서 플로럴 노트가 숨 쉴 틈 없이 복작이며 몰려든다. 어떤 사람들은 애니멀릭 시벳 노트가 느껴진다고 하지만, 나는 꽃향기, 탤컴파우더, 보송한 수건, 버블바스, 마라부 뮬, 입욕제가 넘쳐나는 화려한 1980년대 스타일의 욕실이 떠올랐다. 커다랗고 도도한 투베로즈, 재스민, 장미, 매혹적인 수선화 플로럴 노트가 활짝 피었다가 잦아들면, 과하게 차려입은 쿰쿰한 시프레 베이스가 모습을 드러낸다.
3) 발 아 베르사유
- 장 데프레
- BalàVersailles by Jean Desprez
- 황홀한 난장판, 좋은 의미로
- 조향사 장 데프레
- 발 아 베르사유는 마음속으로 은근히 부러워하며 읽었던 카사노바의 스캔들로 가득했던 삶이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피상적인 겉모습 뒤에 파티가 끝나면 벌어지는 향락의 속임수를 숨긴 퇴폐의 향기다. 파우더, 꽃, 가죽, 허브, 머스크, 스모키 레진 노트가 문을 활짝 열고, 커다란 리본으로 가슴을 장식한 드레스와 파우더 가발 차림으로 등장한 당신을 찬미하며 시선을 떼지 못한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 가발, 파우더 아래 무엇이 숨겨져 있는가? 짓궂은 애니멀릭 시벳 노트가 피어오르며 어젯밤 무엇을 했는지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마치 당신의 비밀을 알고 있는 상대가 눈을 찡긋거리며 맴도는 것처럼, 잔향에는 위험한 관계의 향기가 감돈다. 발 아 베르사유는 관능적이고 화려하며 아름답지만, 속치마 아래 순수한 쾌락을 숨기고 있다.
4) 쥬빌레이션 25 우먼
- 아무아쥬
- Jubilation 25 woman by Amouage
- 향기의 팡파르가 울려 퍼지면
- 조향사 루카스 시우작
- 쥬빌레이션 25는 극적이고 타는 듯이 뜨거운 관능미를 발산하는 공연의 향기다. 수줍게 벽에 붙어 있는 사람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을 사치스러운 모습으로 쥬빌레이션은, 기대감에 들뜬 구혼자가 가득한 응접실의 문이 장엄하게 열릴 때까지 스스로 걸어 들어가지 않는다. 우편함처럼 붉디붉은 장미와 주위를 휘감고 있는 매캐한 인센스, 머스크 노트는 그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줄이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깊고 흙내음이 나는 베티베르가 매혹적인 머스크 노트를 만나 함께 단추를 하나씩 푼다. 비눗방울 같은 노트가 어깨를 두드리기에는 너무 늦었다. 우리는 이미 침실로 향하고 있거든.
5) 라비에벨
- 랑콤
- La vie est belle by Lancôme
- 인생은 달콤해
- 조향사 올리비에 폴게, 앤 플리포, 도미니크 로피용
- 랑콤의 라비에벨이 2012년에 출시된 이후 세상은 입에 군침이 가득 고이는 캐러멜 향기로 가득 찼다. 줄리아 로버츠와 줄리아의 백만 불짜리 미소를 앞세우며, 주머니를 열지 않는 심술궂은 구두쇠 양반만 빼고, 라비에벨은 모두를 매력적인 향기로 끌어들이며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페어와 블랙커런트 탑노트는 과일 향을 머금은 채 부드럽고, 곧 장미, 재스민, 아이리스 노트가 달콤한 바닐라 캐러멜 향기가 담긴 상자를 실어 온다. 상자가 열리고 라비에벨은 프루티, 플로럴 노트를 둘러싼 엄청난 지속력을 가진 더할 나위 없는 프랄린/캐러멜 베이스로 방안을 휩쓸어 버린다. 세계 최고의 조향사 세 명이 최종 제품을 완성하기까지 5,000개의 버전이 있었다고 한다. 라비에벨의 전 세계적인 인기는 그들이 옳았음을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