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LORAL
22) 더 액트리스
- 세인트 자일스
- The Actress by St Giles
- 대배우의 분장실
- 조향사 베르트랑 뒤쇼푸르
- 세인트 자일스는 마이클 도노반이 조향사인 베르트랑 뒤쇼푸르와 함께 만든 향수 하우스다. 그들은 오페라를 보러 가기 전에 읽어보라고 악보를 주기보다 음악을 들려주는 것처럼, 향수를 감각적이고 자연스럽게 향이 퍼지도록 직관적으로 디자인했다. 더 액트리스는 값비싼 꽃다발이 터질 듯 가득 찬 분장실을 떠오르게 하는 자극적인 향이 난다. 들어오는 사람은 화이트 릴리와 허니석클 향취에 압도당하면서도 두 번, 세 번, 네 번 자꾸만 향을 맡으러 다시 돌아오게 된다. 희미한 페어 노트는 붉은 매니큐어와 어수선한 화장대가 떠오르게 한다. 토마토 잎사귀의 풋풋한 그린 노트는 상쾌한 바깥공기 같은 레몬 향을 더한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세련되고 이국적인 모든 노트가 수행원과 함께 아이비 레스토랑으로 향하는 디바의 어깨에 내려앉는다. 휘핑크림 향기 같은 건 뭐지? 하지만 그녀는 말이 없다.
23) 아쿠아 디 지오이아
- 조르지오 아르마니
- Acqua di Gioia by Giorgio Armani
- 휴일이 선사하는 모든 기쁨을 모아 모아서
- 조향사 록 동, 앤 플리포, 도미니크 로피용
- 민트와 레몬이 함께 있을 때보다 더 상쾌한 게 있을까? 아쿠아 디 지오이아가 딱 거기서부터 시작하고, 그 싱그러운 풍미는 멈추지 않는다. 재스민과 작약의 자그마한 꽃다발이 민트의 싱그러움 사이사이 고개를 내밀며, 레몬 셔벗, 조각 얼음, 해변에서 하는 상쾌한 샤워가 뒤섞인 오션 스프레이의 청량감이 느껴진다. 시트러스 탑 노트는 놀랍게도 레몬 향이 민트 노트와 어우러지면서 뒷심을 발휘해 사라지지 않고 쭉 지속된다. 베리 향과 레진, 가죽 향이 섞인 라브다넘 노트는, 그 상쾌함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아 완벽한 여름휴가의 향기다.
24) 뢰르 블루
- 겔랑
- L'Heure Bleue by Guerlain
- 저녁의 모험을 약속하는 향기
- 조향사 자크 겔랑
- 자크 겔랑은 자신이 제조한 향수가 100년 이상 생명을 유지하는 몇 안 되는 조향사 중 한 명이다. 최근 버전은 오리지널보다 더 깔끔하고 가볍지만 여전히 아름답다. 뢰르 블루는 푸른빛의 시간이라는 의미로, 겔랑이 가장 좋아하는 순간인 그의 고객이 저녁 식사를 위해 한껏 옷을 차려입고 향수를 뿌리는 찰나를 표현했다. 결정형 화학향료와 에센셜 오일을 모두 베르가못 노트로 블렌딩 한 겔랑 고유의 겔리나드에 기반을 두고 있다. 당시 바닐린, 쿠마린, 헬리오트로핀, 합성 머스크는 향수 업계에 혁명과도 같았던 거품이 이는 상쾌함을 더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정확히 알 수 없는 부드럽고 은은한 플로럴 노트가 앰버처럼 포근한 레진과 발삼과 어우러져 있다.
25) 아마리지
- 지방시
- Amarige by Givenchy
- 기분 좋은 플로럴
- 조향사 도미니크 로피용
- 아마라지는 너무 즐거워서 일단 뿌리면 창문을 열어젖히고 새를 향해 소리 높여 노래를 부르게 만든다. 온 사방에 투베로즈 노트가 깔린 비누 내음, 싱그러운 그린 노트, 토바코 플로럴을 담은 향수다. 정신없게 들리겠지만 나를 믿어보시라. 모두 완벽하게 어우러져 있다. 포근한 봄날과 공기가 축축하게 젖은 여름, 꽃에서 날아다니는 꿀벌의 날갯짓 소리가 들릴 정도다. 두 계절이 떠오르는 아마라지는 삶의 기쁨과 화려함이 가득하다. 가드니아, 재스민, 오렌지 꽃, 바이올렛, 미모사, 장미 등등 꽃이라면 뭐든지 다 있다. 조향사 도미니크 로피용의 세심한 손길로 제멋대로 핀 꽃 무더기는 매끄러운 부케로 거듭나고, 원래 같이 있어야 했던 것 같은 향기를 내며, 토실토실 물이 오른 프루티, 토바코 노트와 자연스럽게 어울려 포근한 황금빛으로 마무리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아마라지는 멀리서 보면 명작이 되는 아름다운 모자이크의 향기다. 화려하고, 즐겁고, 시대를 초월하는 명작이다.
26) 샹티이
- 다나
- Chantilly by Dana
- 부드러운 크림과 가벼운 레이스 그리고 동화책에 나올법한 마법의 성
- 조향사 마르셀 빌로
- 샹티이는 1941년 우비강에서 출시되었을 때부터 다나와 함께한 최근까지 특가 판매대를 전전하며 흥미로운 삶을 살아왔다. 1941년 우비강이 파리에서 미국으로 옮겼기 때문에, 샹티이는 엄밀히 말하면 프랑스 출신이 아니지만, 레이스, 달콤한 휘핑크림, 웅장한 중세풍의 성채로 유명한 프랑스 북부 도시와 이름이 같고, 비슷한 스타일을 연상시킨다. 위대한 20세기 초 프루티 플로럴 앰버의 마지막 향수라고 상상해 보라. 풍부함, 고급스러움, 크림 같은 부드러움,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관능적인 플로럴 앰버 노트에 잘게 으깬 레드 프루티 노트가 희미하게 깔려 있다. 샹티이는 이제 다나가 제조한다. 원본 그림보다는 인쇄물에 가깝지만 가격 면에서는 여전히 독보적이다.
* 참고
<저항할 수 없는 마력의 바닐라> 향수 노트 목록에 '바닐라'라고 쓰여 있다면 여러분의 향수는 현대 세계의 경이로움인 바닐린 분자를 함유하고 있는 것이다. 추출물은 파티시에의 주방에서 나온 짙은 갈색이 아니라 흰색 결정성 분말이다. 바닐라 앱솔루트의 바닐린과 같은 분자지만, 하나는 변수가 많은 식물에서 추출한 것이고, 하나는 늘 정확히 똑같은 성분을 만드는 화학자의 손에서 나왔다. 조향사는 더 꾸덕하고 부드러운 파우더리 한 트리플 바닐라 향을 내기 위해 에틸 바닐린도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