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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나는이야기

향수 종류(솔리플로르 - 장미#02)

by 향기나는토끼 2023. 7. 28.

◈ ROSE

 

5) 100% 러브

- S-Perfume
- 100% Love by S-Perfume
- 사랑 10% 열정 60% 후회 30%
- 조향사 소피아 그로스만
- 100% 러브는 현대 사회의 관계에 대한 엇갈리는 의견이다. 알고리즘이 이끄는 데이트, '완벽한 상대'를 찾아야 한다는 압박감, 실망에서 비롯되는 이별의 참상처럼 말이다. 100% 러브는 풍부함과 과일 향이 가득 담긴 전형적인 그로스만-스타일로 시작한다. 벨벳같이 붉은 장미 한 다발을 자그마한 프랑스 정통 수제 초콜릿 상자와 함께 건넨다. 감동하며 홀딱 반한 뒤 타오르는 열정이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그리고 희망과 기쁨에 젖은 채 새로운 관계에 뛰어든다. 시간이 지나 동트기 전 낯선 방에서 잠이 깨고, 이불이 지난밤 잘못된 판단의 흔적을 감싸고 있다. 향수 비평가들은 100% 러브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지만, 대중은 호불호가 갈린다. 집에 들여놓기 전에 천천히 시간을 들여 시향 해보자.

6) 파리스

- 입생로랑
- Paris by Yves Saint Laurent
-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장미
- 조향사 소피아 그로스만
- 1983년에는 장미 향수가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했다. 아니, 확실히 유행하지 않았다. 할머니를 빼곤 아무도 장미가 그려진 옷을 입지 않았다. 대신 그림이나 과감한 컬러 블록, 추상화, 라이크라 레깅스를 입었다. 이 아름다운 바이올렛 색조의 장미 향수에 로즈가 아니라 파리스라고 이름 붙인 것은 절묘한 신의 한 수였다. 파리스는 강렬한 장미 향수의 출현을 이끌었고, 그 향수들은 대부분 완전히 다른 이름으로 불렸다. 인간은 종종 맥락을 벗어나서 향기에 이름을 붙일 수 없다. 그래서 1980년대에 소피아 그로스만은 새롭게 발견한 다마스콘 분자로 어느 때보다 강렬하고 풍성한 노트를 구현해 장미 향수의 평판을 회복시켰다. 파리스가 마음에 든다면, 소피아가 장미 노트를 숨겨놓은 에스티 로더의 뷰티풀도 한번 시도해 보자.

7) 립스틱 로즈

- 에디션 드 퍼퓸 프레데릭 말
- Lipstick Rose by Editions de Parfums Frederic Malle
- 컬트 클래식
- 조향사 랄프 슈비거
- 프레데릭 말은 파리 센 강 남쪽에 있는 그르넬 거리에 퍼퓨머리를 차렸고 립스틱 로즈는 컬렉션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12가지 향수 중 하나다. 이 모든 역사를 몰랐던 나는 2003년에 새로운 향수를 찾으러 유로를 긁어모으고 파리 스타일 가이드를 참고해 가며 파리의 프레데릭 말 매장을 찾았다. 라즈베리와 자몽 계열 향수가 있는지 묻자 거기에 장미, 바이올렛, 머스크가 완벽하게 어우러진, 부드럽고 매끄러운 분홍분홍한 후크시아가 감도는 립스틱 로즈를 보여주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있는 조향사의 어머니가 쓰던 화장품 향이 떠오른다는 말이 있지만, 우리는 무시하기로 한다. 립스틱 로즈는 고급스러운 프랑스 마카롱 한 상자와 맞먹는 향긋함으로 존재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풍미를 지니고 있다.

8) 스몰데로즈

- 존 비벨
- Smolderose by John Biebel
- 피어오르는 연기 뒤에 가려진 장미
- 조향사 존 비벨
- 산불이 난 후에야 싹이 트는 씨앗이 있다. 주위를 푸르고 맑게 정화하고 새로운 식물이 자랄 수 있게끔 한다. 스몰데로즈는 처음에는 완전히 다른 향수처럼 자신을 숨긴다. 설득력 있게 말하자면 내게는 살짝 약재 냄새가 도는 투베로즈 향기로 느껴졌다. 화이트 플로럴노트를 가리고 있던 자욱한 연기구름이 걷히고 나면 마침내 장미 노트가 모습을 드러낸다. 존은 수제 향수를 만들고 병과 포장도 직접 디자인하는 다재다능한 예술가다. 찾기 어려운 향수지만 끈기와 관심을 가지고 준비가 되었을 때만 즐길 수 있는 깊이가 있다. 흥미롭고, 독특하며, 아름답다.

9) 루즈 어쌔신

- 조보이
- Rouge Assassin by Jovoy
- 매끄러운 임무 수행자
- 조향사 아멜리 부르주아
- 뛰어난 암살자가 되는 비법은 군중 속에 모습을 잘 감추는 것이다. 목표에 조용히 다가가 임무를 마치고 홀연히 사라진다. 루즈 어쌔신도 마찬가지로 절대 장미 꽃다발을 눈앞에서 흔들며 여어! 여기 장미!라고 외치지 않는다. 확실한 의도로 슬그머니 접근하기 때문에 무엇이 당신을 유혹하는지 알아채기 어렵다. 든든한 우디 노트가 강단 있게 서 있고, 주위를 앰버 노트가 부드럽게 감싼다. 베르가못 향기가 상쾌함을 선사하면서 장미, 아이리스 노트와 함께 조화를 이룬다. 루즈 어쌔신은 모든 노트가 사라지고 난 뒤 장미 향기가 남아 여기서 소개하기로 했다.

10) 토바코 로즈

- 빠삐용 아티산 퍼퓸
- Tobacco Rose by Papillon Artisan Perfumes
- 로맨틱 장미
- 조향사 엘리자베스 무어스
- 토바코 로즈는 풍부하고 그윽한 매력으로 2014년에 출시되자마자 향수 커뮤니티에서 대박이 났다. 이름과는 달리 담뱃잎 향기는 나지 않지만, 마른 잎이 주는 효과가 가을 분위기와, 오래되어 반질반질 윤이 나는 로즈우드 볼에 담긴 쪼글쪼글한 포푸리의 예스러운 느낌을 더한다. 미세한 허니 노트는 이 장엄한 꽃향기가 부드러운 마음을 지니고 있음을 일깨워 준다. 조향사 리즈 무어스는 명망 높은 두 종류의 장미를 사용했다. 불가리안 로즈와 로즈 드 마이의 대조는 숲의 시종들이 둘러싸고 머리에 그윽한 향취의 발삼과 흙내음이 나는 오크모스 향유를 발라주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지속력은 측정 불가할 정도로 끝내준다. 세 번만 뿌리면 하루 종일, 베개에 뿌리면 하룻밤 내내 향긋함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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