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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나는이야기

향수 종류(솔리플로르 - 아이리스)

by 향기나는토끼 2023. 7. 30.

◈ IRIS

 

1) 라테사

- 마스크 밀라노
- L'Attesa by Masque Milano
-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 조향사 루카 마페이
- 마스크 밀라노의 '기다림'을 의미하는 라테사는 오리스 루트 버터 노트의 섬세한 향기로 대조적인 매력을 선사한다. 새해 전야 카운트 다운처럼 한껏 들뜬 마음이 가득 차다가도, 운명의 사랑이라고 확신했던 상대에게 버림받는 환멸이 자리를 대신하기도 한다. 조지아 오키프의 장엄한 블랙 아이리스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가 농밀한 흙내음에 흠뻑 젖어 뒹굴고, 아침이 되면 어젯밤 마시고 남은 샴페인에서 나는 시큼한 냄새와 휴지에 묻혔던 립스틱 냄새가 난다.

2) NO 19

- 샤넬
- NO 19 by Chanel
- 너무 아름다운 클래식 아이리스
- 조향사 앙리 로버트
- 장대한 빙하 같은 모스 시프레 향기를 선사하는 NO 19는 굳이 자신이 멋지다고 외치지 않아도 이미 너무나 아름답다. 간결하지만 완벽하게 어우러진 노트가 NO 19의 매력이다. 클래식하고 단정한 원피스로 세련미가 넘치는 파리지앵의 멋진 옷장이다. 이미 완전무결하게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다면 아무것도 더할 필요가 없다. 샤넬의 NO 19는 서리가 내려앉은 촉촉한 잔디 내음이 선사하는 산뜻함으로 시작한다. 얼음같이 차가운 정원에 고급꽃집에서 가져온 아이리스와 장미 향기가 더해지고, 잔향이 오래도록 맴도는 아이리스 풋풋한 베티베르, 핸드백 안에 넣었던 장갑 같은 희미한 가죽 향기가 조화롭게 어울려 마지막을 장식한다. 여기에 샤넬 핸드백을 들면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다. NO 19를 뿌리고 도도한 표정을 지어보자.

3) 아이리스 실버 미스트

- 세르주 루텐
- Iris Silver Mist by Serge Lutens
- 오리스, 오리스!
- 조향사 모리스 루셀
- 향수 원료에 익숙하다면(요즘은 다행히 원료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새벽 호수 위에 떠 있는 부드러운 물안개처럼 투명하고 가벼운 오리스 버터의 크리미 한 금빛 향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마치 모리스 루셀이 바이올렛 - 아이리스 테마에 대한 또 다른 반전을 창조하려는 도전에서 벗어나 순수함을 추구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아마 그랬으리라. 아이리스 실버 미스트가 바로 순수함의 정수이기 때문이다. 오리스의 풍부한 금빛 버터 위를 맴도는 반짝이는 은빛안개.

4) 인퓨전 디 아이리스

- 프라다
- Infusion d'Iris by Prada
- 활짝 피어난 보랏빛 아이리스
- 조향사 다니엘라 (로슈) 안드리에
- 인퓨전 디 아이리스는 과거 아이리스의 진하고 텁텁한 파우더 같은 향기를 외면했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누군가 아이리스 향수를 사랑할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면 아름답게 빛나고 변함없는 마음을 가진 매끄러운 플로럴 블렌딩 향수인 인퓨전 디 아이리스를 소개해줄 것이다. 과즙이 풍부한 오렌지와 오렌지 꽃 노트는 시트러스의 산뜻함을 선사하고, 아이리스 노트는 마치 싱그러운 풀 내음이 가득한 속치마 위에 풍성하게 펼쳐진 보랏빛 파티 드레스처럼 풍부한 향을 드러낸다. 희미한 우디 노트가 중심을 잡아주고 살짝 매캐한 인센스와 베티베르 노트가 가장자리에서 아이리스 향이 지속될 수 있도록 받쳐준다. 일단 뿌려보면 아이리스를 싫어하는 누구라도 그 괴팍한 취향을 단번에 바꿀 수 있는 향수다. 사실 나도 그랬다.

5) 이리스 뿌드르

- 에디션 드 퍼퓸 프레데릭 말
- Iris Poudre by Editions de Parfums Frederic Malle
- 세상 가벼운 파우더
- 조향사 피에르 부르동
- 신선한 아이리스를 수확해 꽃잎을 말리고 부드럽게 빻아 만든 고운 파우더가 풍기는 향긋함을 상상한다면, 그게 바로 이리스 뿌드르의 향이다. 물론 파우더는 시나몬, 실리카(이산화규소), 은처럼 온갖 종류로 만들 수 있어서 종종 “파우더리 한 향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할 수 있다. 이리스 뿌드르를 뿌려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아이리스 향만 느껴지다가 문득 그 아래 장미, 바닐라, 머스크, 바이올렛, 그리고 가볍게 남은 촉촉한 물방울이 만든 솜털 같은 파우더 구름을 깨닫게 된다. 그러고는 혼잣말을 내뱉게 될 거다. "아, 이게 파우더리 향이로군!"

6) 퍼 시크릿

- 부르노 파졸라리
- Feu Secret by Bruno Fazzolari
- 뜻밖의 화끈한 아이리스
- 조향사 부르노 파졸라리
- 부르노 파졸라리는 진정한 아르티장 조향사로 다른 예술계를 거쳐 향수를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은 샌프란시스코의 집에서 향수, 그림, 조각 작품을 만들며 창의적인 발판을 통해 원하는 만큼 모험심을 발휘한다. 지금은 미국 열한 군데, 호주와 영국에 각각 한 군데의 퍼퓨머리에서 그가 만든 향수를 찾을 수 있다. 희귀한 향수를 추적하는 취미가 없다면 이 향수는 우연히라도 발견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여러분이 일부러라도 찾아봤으면 좋겠다. 오리스 버터는 아이리스 뿌리줄기로 만들기 때문에 조향사가 보통 테마로 사용하는 청량한 흙내음을 풍기지만, 부르노는 스파이시 핑크 페퍼와 터메릭(강황), 버치 타르와 시더우드의 장작불 향취로 이에 맞섰다. 성공적이었고, 그 완벽한 조합에 시간이 꽤 걸렸을 것이다. 여러분의 향수 여정에서 뭔가 다른 향을 갈망하는 지점에 다다른다면, 파졸라리의 향수를 찾을 때다.

* 참고

<아이리스와 뿌리> 아이리스 향수의 향은 오리스 뿌리에서 추출한다. 요즘도 오리스를 여전히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향수 제조 기업은 합성원료를 이용해 생산가격을 확 낮추어 멋진 아이리스향을 재창조했다. 아이리스 노트는 파우더리 한 향을 뜻하는데, 17, 18세기 귀족들이 가발과 옷, 몸에 바르던 파우더를 모두 말린 오리스 가루로 만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을 붙였다. 오리스는 처음에 얼핏 보면 향수에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일단 한 번 빠져들고 나면 헤어 나오기가 어렵다.

* 참고

<이오논과 이론: 자줏빛 향기> 아이리스와 바이올렛 노트는 천연원료나 합성원료 모두 같은 화학물질로 만들기 때문에 향이 비슷하다. 오리스는 굉장히 비싼 천연원료 중 하나인 데다 세상의 모든 아이리스 계열 향수를 만들기에 생산량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요즘은 대부분 합성원료로 제조한다. 가격이 비싸거나, 수제 아이리스 계열 향수는 보통 천연 오리스 앱솔루트를 미세하게나마 함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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