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IOLET
1) 인솔렌스
- 겔랑
- Insolence by Guerlain
- 자신감 넘치는 바이올렛
- 조향사 모리스 루셀, 실베인 델라쿠르
- 이 네온 바이올렛의 강렬한 잔향을 맡아봐야 믿을 수 있고, 그걸 잘 소화해 내려면 약간 건방질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인솔렌스는 기가 막히게 잘 지은 이름이다. 일단 뿌리고 진한 향기를 온 사방에 퍼지게 하든지 아니면 아예 손도 대지 않든지 둘 중 하나로 중간이 없다. 2006년에 출시된 인솔렌스는 스테디움이 꽉 찰 만큼 바이올렛 노트가 가득하며 그 어떤 바이올렛 계열 향수보다도 강렬하다. 넘실거리는 보랏빛 물결을 어찌하기도 전에 윤기가 흐르는 도톰한 입술처럼 붉은빛이 도는 풍부하고 관능적인 프루티 노트가 다가온다. 이어 쉴 새 없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바이올렛 노트에, 점잖고 우아한 아이리스 노트만 희미하게 느껴지고, 장미 향이 온 사방에 퍼져나간다. 지속력은 다음 주 중반까지다.
2) 메테오리트 르 퍼퓸
- 겔랑
- Météorites Le Parfum by Guerlain
- 파우더 향수
- 조향사 티에리 바세
- 겔랑의 전설에 따르면 일본 게이샤의 화장을 모델로 삼아 프랑스에서 최초로 붉은 립스틱을 만들었다. 겔랑 화장품은 항상 독특한 바이올렛 향이 났고, 1987년 형형색색의 작고 반짝이는 페이스 파우더 볼인 메테오리트를 출시했다. 메테오리트는 뚜껑을 열기만 해도 바이올렛 향이 물씬 풍겼다. 2000년 그에 어울리는 부드러우면서도 진한 향수를 출시했지만 마치 별똥별처럼 반짝이고 사라졌다. 18년 후 리뉴얼 버전이 출시되었는데, 아마도 오리지널 버전의 가격이 이베이에서 연일 갱신되고 있다는 사실에 용기를 얻었을 것이다. 메테오리트 르 퍼퓸(사실 오 드 투알레트다)은 현대적인 공감각적 방식으로 구현한 핑크빛의 바이올렛 향수다. 새롭고 풋풋한 그린과 과일 향이 감도는 프루티 노트가 우디 머스크 베이스와 조화를 이루지만 모두가 바라는 장미 향이 감도는 바이올렛 향에 꽤 가깝다.
3) 엘리망: 비올레뜨
- 몰리나르
- Elements: Violette by Molinard
- 바이올렛의 긴 역사
- 조향사 미공개
- 그라스에 설립된 퍼퓨머리 몰리나르는 오랫동안 그들 자신과 다른 사람을 위한 향수를 제조해 왔다. 1849년 설립 후 쭉 바이올렛 향수의 역사를 이어왔는데, 1917년 레 비올레트 뒤 루를 출시했고 비올레뜨 오 드 투알레트는 더 강렬하고 오래 지속되는 향을 요구하는 21세기에 맞게 1994년 오드 퍼퓸 버전으로 출시되었다. 몰리나르는 그들의 헤리티지를 엘리망 컬렉션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출시했는데, 부분적으로는 지금은 북적이는 박물관이 된 향수 제조 공장에서 향기에 사로잡힌 방문객을 위해서이기도 했다. 나에게는 그라스의 추억이라는 이름이 붙은, 향수 네 병이 든 상자가 있다. 싱그러운 그린 바이올렛 잎사귀의 향기를 느낄 수 있고, 풍성한 아이리스와 벨벳 질감의 보랏빛 바이올렛 꽃을 떠 올릴 수 있다. 마치 과일나무에 올라 툴루즈에 넓게 펼쳐진 바이올렛 꽃으로 가득한 들판을 더 잘 볼 수 있는 것처럼, 섬세하게 올려진 으깬 페어 토핑도 있다. 몰리나르는 잠깐 반짝이고 마는 브랜드가 아닌,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주 잘 아는 진정한 퍼퓨머리다.
4) 아작시오 바이올렛
- 지오 F. 트럼퍼
- Ajaccio Violets by Geo. F. Trumper
- 도련님을 위한 바이올렛
- 조향사 미공개
- 버티 우스터가 드론 클럽에서 칵테일을 마시고 탁구를 치며 길고 느긋한 밤을 보낸 다음 날 오후 늦게 일어나 아작시오 바이올렛을 뿌리는 모습이 떠오른다. 아작시오 바이올렛은 플로럴 계열 향수가 여성을 위한 것이라는 이상한 규칙이 발명되기 훨씬 전부터 멀끔한 도련님들의 몸에 상쾌함을 선사하고 있었다. 버티처럼 단순하고 하늘하늘한 오드투알레트 형태의 향수이며 여전히 할인된 가격에 반 리터를 병으로 살 수 있다. 탑 노트는 약간의 시트러스, 미들노트는 친숙한 플로럴, 베이스 노트는 머스크로 구성되어 있고, 런던 피카딜리 남쪽에서 가장 가성비가 높은 향수다.
* 참고
<황제의 향기> 조향사들은 19세기 후반까지 바이올렛 꽃에서 향기를 추출했지만, 합성원료의 유행과 낮은 가격으로 생화 추출을 중단했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프랑스의 황제로 즉위한 후 바이올렛 계열 향수를 뿌릴 만큼 바이올렛 향은 화려함의 후각적 상징으로 여겨져서, 바이올렛 향을 구현하는 합성원료가 발명된 이후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