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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나는이야기

향수 종류(솔리플로르 - 은방울꽃)

by 향기나는토끼 2023. 8. 3.

◈ LILY OF THE VALLEY

 

1) 미우미우

- 미우미우
- Miu Miu by Miu Miu
- 좋은 향기, 멋진 병
- 조향사 다니엘라 (로슈) 안드리에
- 미우미우는 패션 하우스 미우미우가 출시한 첫 향수로, 기분 좋게 놀라운 레트로 감성이 살아 있다. 향수병은 1960년대의 색조뿐만 아니라 1970년대 초 침대 헤드보드부터 풋스툴까지 단추와 벨벳으로 장식된 폭신폭신한 인테리어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병 안에 든 향수도 마찬가지로 레트로풍으로, 요즘 유행하는 향수에서는 보기 힘든 릴리 오브 더 밸리, 즉 은방울꽃 향기가 안내하는 길을 따라 내려간다. 은방울꽃 노트는 가볍고 하얗고 순결하며 영화 '레드 라이딩 후드‘에 나오는 어두운 숲 속에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산뜻한 입구가 된다. 오우드 레진, 파촐리, 페퍼 노트가 어우러진 아키갈라우드가 묵직하고 축축한 나무내음을 물씬 풍긴다. 하지만 아직 싫증 내기엔 이르다. 숲 안쪽의 빈터에는 앳된 플로럴 노트가 종일 유지될 수 있도록 돕는 재스민, 블랙커런트, 장미로 뒤덮인 정자가 있으니 말이다.

2) 플로렌티나

- 막스 앤 스펜서
- Florentyna by Marks & Spencer
- 깔끔, 단순, 가성비 갑
- 조향사 미공개
- 플로렌티나는 내가 종종 진부해졌다고 생각하는 향수 중 하나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항상 비누 같은 화이트 플로럴 향을 찾고 있었지만, 비가 내리는 날 우리 동네 막스 앤 스펜서에서 만나기 전까지 플로렌티나를 쳐다도 보지 않았다. 아주 하찮은 가격의 앙증맞은 이 향수병은 일단 뚜껑을 열고 뿌리는 순간 머랭처럼 한껏 부푼 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입장할 수 있을 만큼 커다란 향기로 된 입구를 만든다. 은방울꽃 노트가 먼저 모습을 드러내고, 곧 가드니아, 비눗방울처럼 가벼운 그린 노트, 오렌지꽃, 재스민이 더해진 향기가 시끌벅적하게 퍼져나간다. 이윽고 희미한 순백의 비누와 머스크 내음이 마무리를 짓는다. 이 큰 목소리를 감춘 채 무해하고 수줍어 보이는 플로렌티나는 가격 대비 매력이 엄청난 향수다.

3) 카리용 뿌르 운 앙쥬

- 타우어
- Carillon Pour un Ange by Tauer
- 자그마한 천사의 향기
- 조향사 앤디 타우어
- 향수의 이름이 '천사를 위한 종소리'라는 걸 알고 나면 뭔가 천국의 향기가 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은방울꽃은 조향사 앤디 타우어가 가장 좋아하는 노트 중 하나다. 짙은 녹색 잎사귀와 눈처럼 하얀 종보다 더 매혹적인 봄 내음이 있다. 카리용 뿌르 운 앙쥬는 따스하고 밝게 빛나는 은방울꽃 노트로 주변 공기를 가득 채운다. 봄 친구인 라일락이 합세해서 조화롭게 노래를 부르고, 베이스 노트가 그 목소리를 더 깊고 풍부하게 만든다. 소금기 섞인 앰버그리스와 흙내음이 물씬 풍기는 오크모스 노트가 자그마한 하얀 종소리에 녹아들면 봄보다 더 오래 남아 있는 은방울꽃 향을 선사한다. 깊이와 질감이 있어 일 년 내내 뿌릴 수 있는 유니섹스 플로럴 향수다.

4) 컨템포러리 클래식: 릴리 오브 더 밸리

- 야들리
- Contemporary Classics: Lily of the Valley by Yardley
- 현대의 순수
- 조향사 미공개
- 은방울꽃 향을 맡아본 적 없는 사람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은은한 종 모양으로 송이송이 모여 윤이 나는 녹색 잎에 부딪히며 피어나는 꽃송이들은 자연의 그 어떤 내음과도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향기를 가지고 있다. 야들리의 릴리 오브 더 밸리는 소녀같이 귀여운 종소리를 들려주고, 산뜻한 프리지어와 페어 노트를 살짝 더해 수줍음을 달래준다. 자극적인 인돌릭 향이 없는 싱그러운 재스민과 너무 깨끗해서 손을 댈까 주저하는 하얀 비누를 상상해 보자. 둘 사이 어딘가 아늑하게 자리 잡은 은방울꽃의 요정 모자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진짜 은방울꽃 향기를 맡기 어려울 때 야들리가 선사하는 꽃내음이다.

5) 디오리시모

- 디올
- Diorissimo by Dior
- 여전히 극복해야 할 뮤게의 전설
- 조향사 에드몽 루드니츠카
- 디오리시모가 처음으로 출시된 은방울꽃(뮤게) 계열 향수는 아니지만, 이게 최고라는 데 반대하며 내기를 걸 사람은 거의 없다. 1940년대 에드몽 루드니츠카는 아주 강렬한 시프레 향수인 로샤스의 팜므와 모슬린을 만들었고, 1956년에는 순수함을 상징하는 디오리시모를 선보였다. 여러 번 리뉴얼을 거쳤지만, 여전히 탁월하다. 여러분이 결혼식을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라고 세상에 알리려면, 팜므 대신 디오리시모를 귀 뒤에 살짝 뿌리면 된다. 처음에는 제대로 고른 게 맞나 싶을 정도로 과일 향이 번뜩인다. 요즘 출시된 무슈 디올의 컬렉션은 모두 똑같아 보인다. 하지만 5분 정도 지나면 순수하고 맑은 뮤게 노트가 사뿐히 내려앉아 몇 시간이고 곁을 맴돈다. 은방울꽃 내음이 가득한 뮤게 향수를 좋아한다면, 디오리시모보다 좋은 향기는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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