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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종류(프루티 - 플로럴)
◈ FRUITY
프루티 계열 향수는 코벤트 가든 마켓을 가득 채울 만큼 많지만, 우리는 과일 향이 곧 존재 이유가 되는 향수로 한정해 선택했다. 현대의 프루티 계열 향수는 향료 캐비닛에서 샴푸와 샤워 젤에 넣을 향료를 고른 다음, 좋은 향수에 넣는 물질로 만들어진다. 보통 과일 맛 요거트에 풍미를 추가하는 원료가 비누 향을 내는 식이다. 풍미는 사실 맛이 아니라 향기이며, 이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찰스 스펜서 교수의 「왜 맛있을까」를 읽어보라.
루바브, 라즈베리, 수박 향기가 나는 분자들이 있다. 실제 과일에서 천연원료를 추출하는 건 불가능하거나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 자연스러운 과일 향은 사실 기술적으로 재능이 뛰어난 마스터 조향사들이 보이지 않는 기교로 다듬은 덕분이다.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으니 새로운 천연 과일 추출물도 기대해보자.
◈ FLORAL
1) 아모르 아모르
- 까사렐
- Amor Amor by Cacharel
- 상쾌한 과일 향이 가득한 첫사랑
- 조향사 로랑 브뤼예르, 도미니크 로피용
- 적당한 가격에 누구나 뿌리기 쉬운 이 프루티 플로럴 향수는 200 년 출시 이래 본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은방울꽃, 재스민, 커다란 붉은 장미가 사지 않고는 지나칠 수 없는 풍성한 부케의 향기를 선사한다. 이제 부드럽고 즙이 가득한 잘 익은 살구를 더해보자. 새콤하고 톡 쏘는 블랙커런트와 대조를 이룬다. 상쾌한 시트러스 노트가 활력을 불어넣고 나면 따뜻한 바닐라 향기가 이 맛있는 칵테일 위로 쏟아져 내린다. 향수의 세계에 막 발을 내딛는 10대에게 완벽한 향수지만 그들이 다 사게 두지는 말자. 이 아름다운 향기는 모든 나이에 어울린다. 특히, 나에게도
2) 프레쉬 꾸뛰르
- 모스키노
- Fresh Couture by Moschino
- 푸른빛 라즈베리가 선사하는 산뜻함
- 조향사 알베르토 모릴라스
- 모스키노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꾹 참은 채, 마치 섬유 탈취제처럼 생긴 병에 담긴 프레쉬 꾸뛰르를 선보였다. 그리고 아름다운 모델인 린다 에반젤리스타가 향수 광고에 나오는 바람에, 모든 청소 제품이 매혹적으로 보인다는 게 우리를 더 혼란스럽게 만든다. 참 아이러니한 병이지만 프레쉬 꾸뛰르는 속임수가 아닌, 확실한 매력을 지닌 장난기 넘치는 향이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와 햇살이 비치는 시트러스 오프닝은 활기가 넘친다. 핑크 작약과 붉은 라즈베리 미들 노트는 셔벗처럼 부드럽게 녹아들며, 플로럴 노트의 달콤함과 어우러져 얼음을 띄운 칵테일처럼 과즙이 가득하다. 달달하지만 시럽처럼 끈적이지 않는다. 거품이 이는 베르가못과 탠저린 귤이 칵테일을 더욱 반짝이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파격적인 병에 알맞게 아주 살짝 느껴지는 비누 내음이 귀여움을 더한다. 아주 깔끔하고 쾌활하며 땡땡이치는 날에 완벽히 어울린다. 청소? 내일의 나에게 맡겨!
3) 위
- 쥬시 꾸뛰르
- Oui by Juicy Couture
- 그래, 정말 좋아!
- 조향사 미공개
- 과일, 튜베로즈, 앰버가 어우러져 묵직한 향기를 기대할 수 있지만 쥬시 꾸뛰르의 위는 그렇지 않다. 마치 립스틱 두 개가 행운을 부르는 목걸이를 걸고 있는 듯한 탐나는 향수병에 담긴 위는, 시원한 물이 가득하고 상쾌한 수박이 가진 모든 매력을 선사한다. 맑고 깨끗한 티 노트 덕분에 끈적이지 않는 달콤한 물처럼 느껴진다. 인기 많은 블랙커런트와 페어 듀오가 모습을 드러내며, 톡 쏘는 향기와 짜릿한 맛을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조화를 이룬다. 수박 노트가 가라앉고 나면 어여쁜 꽃들이 일제히 수줍게 피어나고 허니석클과 재스민 노트가 가장 도드라진다. 싱그러운 잎사귀가 둘러싸고 맑은 찻물을 머금은 풍성한 과일이 웅장한 피날레를 장식한다. 그 뒤로 파우더 퍼프처럼 포근한 머스크가 속삭이듯 은은하게 퍼진다.
* 참고
<과일의 향기>
후각은 냄새를 맡아 생존에 도움을 주고 위험을 피해 반대편으로 달아날 수 있도록 하는 목적이지, 향수를 즐기기 위한 것은 아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현대적 보너스다. 천연 설탕, 비타민, 섬유질을 함유한 과일은 인류의 후각이 자연스럽게 찾는 향기다. 강아지가 바나나 냄새를 맡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는가? 사실이다. 강아지는 바나나를 먹지 않기 때문에 뇌에서 관련된 후각 신호를 감지할 필요가 없다. 100년 전 합성원료를 발견한 이후로 과일 향기가 나는 향수가 출시되기 시작했다. 정말 과일 같은 향기가 나서 하루에 다섯 번은 들이마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