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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나는이야기

향수 종류(플로럴 - 그린)

by 향기나는토끼 2023. 7. 25.

◈ GREEN

 

1) 라튤립

- 바이레도
- La Tulipe by Byredo
- 밝게 빛나는 봄날의 다채로움
- 조향사 제롬 에피네트, 벤 고햄
- 라튤립은 상쾌하고 알싸한 향을 지니고 있으며, 비누 향, 가끔 베이비파우더 향도 희미하게 느껴진다. 막 자른 풋풋한 줄기와 청량하고 싱그러운 수액 향도 미묘하게 섞여 있다. 그리고 모두 한데 모여 선명하고 화려한 꽃잎의 생기와 어우러지며, 기분 좋은 플로럴 향을 선사한다. 바이레도의 라튤립이 지닌 상쾌함은 가볍고 사뿐한 프리지어, 루바브의 페어딸기 어코드로 더욱 빛난다. 공동 주연보다는 조연 역할을 맡아 태양을 향해 다채로움을 뽐내는 꽃가루를 흩날리고 새벽같이 맑은 향기를 돋보이게 만든다. 라튤립은 눈부시게 아름답고 생명력이 넘치는 플로럴 향수로 계절에 상관없이 걸음걸음마다 봄에 피어난 첫 꽃망울을 더해준다.

2) 녹턴

- 까롱
- Nocturnes by Caron
- 싱싱함을 더한 고전적인 밤 향기의 꽃
- 조향사 제라르 르포르
- 오래전 사라진 고전 향수가 그립다면 까롱의 퍼퓨머리를 방문해 보자. 까롱의 제품은 모두 다양한 형태의 병과, 브랜드에 저항하는 온갖 종류의 포장 상자에 매력적으로 담겨 있다. 까롱은 어쩌다 향수를 전문으로 하는 마케팅 조직이 아닌, 제대로 된 향수 하우스다. 런던의 포트넘 앤 메이슨 매장에 있는 까롱의 전문매장은 호화로운 퍼퓨머리의 역사를 보여주는 향기로운 성지다. 녹턴은 1981년에 출시되었지만, 향수가 지닌 꽃집의 내음은 1920년대를 상기시킨다. 까롱은 유행을 따르지 않는다. 녹턴은 꽃집에서 고객이 주문을 하면 직원들이 줄기를 자르는 온갖 종류의 꽃, 수액, 잎과 줄기, 초록빛 싱그러움이 가득한 플로럴부케다 그린 계열 향수는 유행이 지났지만, 유행은 돌고 돈다.

3) 이모시넬르

- 퍼퓸 델레
-EmotionNelle by Parfums DelRae
- 코트다쥐르의 정원
- 조향사 미셸 루드니츠카
- 카트에 실린 완전히 익은 캔털루프 멜론을 상상해 보자. 한 시간만 더 놔두면 가장자리부터 조금씩 상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제 그 잘 익은 캔털루프 멜론에서 즙을 짜고 농축액을 만들어 바닐라, 꿀, 코코아를 넣고 살짝 젓는다. 지중해 꽃과 과일나무 내음이 물씬 풍기는 정원에 있는 올리브 나무 그늘에 앉아 그 진한 과일즙 한 잔을 내온다. 거기에 향신료가 들어간 럼주를 섞어보자. 이모시넬르는 완벽한 여름, 결코 끝내고 싶지 않은 휴가의 향기다.

4) 베리 이레지스터블

- 지방시
- Very Irresistible by Givenchy
- 싱그러운 초록빛 장미꽃봉오리
- 조향사 도미니크 로피용, 소피 라베, 카를로스 베나임
- 베리 이레지스터블은 가벼운 꽃잎과 짙은 블랙커런트 봉오리의 조합으로 은은한 머스크의 달콤함이 느껴진다. 벨벳처럼 부드러운 봉오리 속에 장미, 여성스러운 작약, 화이트 목련이 짝을 만나 봄의 분홍빛을 더하고 걷는 걸음마다 나비와 사람들이 매력에 빠져든다. 주인공인 장미는 전설의 타이프 로즈로, 아랍 국가에서 거의 국보급으로 추앙받는다. 타이프 로즈 노트가 특유의 자극적인 화려함을 뽐내기 전, 은은한 티 노트가 살짝 모습을 드러낸다. 소녀 같은 분홍빛 꽃다발에 상기된 뺨과 짙은 속눈썹의 시선과 함께 막 샤워를 마친 상쾌한 기분이다.

5) 지브린

- E. 꾸드레이
- Givrine by E. Coudray
- 고지대의 목초지
- 조향사 에블린 불랑제
- 지브린은 신선한 공기, 야생화, 스위스 산꼭대기의 여름 같은 향수로 원래 1950년에 출시되었다. 쥐라 산맥의 콜 드 라 지브린이라는 높은 산길에서 이름을 따왔다. 1800년대 초부터 1960년대까지 부유한 고객에게 비누와 향수를 공급했던 향수 하우스는 화학자 에드몽 꾸드레이가 설립한 프랑스의 유서 깊은 시설이다. 21세기 E. 꾸드레이는 새로운 소유주, 전통적인 스타일의 현대적인 향수, 고객을 위해 부활한 제조법 원본을 가지고 있다. 지브린은 2004년 조향사 에블린 불랑제가 다시 숨결을 불어넣어 막 베어낸 풀 내음, 계곡의 물줄기, 야생 허브가 떠오르는 산뜻한 그린 플로럴 노트를 선사한다. 지브린의 꽃, 과일, 나무 노트는 사실 스위스의 산에서 자라지 않지만, 마치 그곳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끔 조향사가 우리 코에 거는 마법의 주문이다.

6) 피스, 러브 앤 쥬시 꾸뛰르

- 쥬시 꾸뛰르
- Peace, Love & Juicy Couture by Juicy Couture
- 갓 딴 허브와 꽃
- 조향사 로드리고 플로레스 루
- 로드리고 플로레스 루가 만든 클래식(크리니크의 해피, 엘리자베스 아덴의 그린 티), 톰포드 히트작, 니치 향수, 에이본의 특가 판매 향수 사이에서 이 조그맣고 사랑스러운 향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그린 노트의 쾌활하고 특별한 피스, 러브 앤 쥬시 꾸뛰르다. 조향사들이 향수를 파고들 때는 라벨에 붙은 이름이 아니라 누가 그 향수를 만들었는지 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나는 이 향수에서 민트 향을 맡을 수 있었지만, 공식적인 노트에는 들어 있지 않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은 조향사가 의도했든 아니든 간에 뇌가 우리가 인식하는 향을 골라내기 때문이다. 과즙이 풍부하고 비타민이 가득한 사과, 레몬 노트와 평화로운 머스크 베이스의 블랙커런트 노트가 어우러져 늦여름의 정원 같은 향취를 선사한다. 그리고 사랑은 과일나무 사이로 뻗어 있는 재스민 덩굴처럼 나뭇가지 사이로 언뜻 보이는 관능적인 화이트 플로럴 노트에서 온다.

* 참고

<그린이 대체 무슨 뜻이야?> 그린 노트는 향수 업계에서 셔틀콕처럼 서로 주고받기만 하는 용어 중 하나로 누군가 "근데 말이야 그린이 대체 무슨 뜻이야?"라고 말할 때까지 절대로 땅에 닿지 않는다. 그리고 곧 다른 향수 용어의 75% 역시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린노트는 잎이 무성하다는 의미로, 갓 자른 잎이나 줄기, 또는 꽃집에서 나는 싱그럽고 풋풋한 냄새다. 종종 갈바눔 에센셜 오일, 초록색 허브를 빻은 향을 가진 합성원료, 때때로 좋게 말해 적은 양으로도 오이 향을 풍기는 무시무시하게 비싼 바이올렛 잎사귀 앱솔루트에서 추출한 시스-3 헥세놀 분자로, 갓 자른 잎과 줄기의 향을 구현한다. 녹색혁명이 필요한 시대다. 설탕처럼 달콤한 향수는 적게, 시금치처럼 초록빛 싱그러운 향수는 더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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