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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나는이야기

향수 종류(플로럴 - 프레시 앤 라이트)

by 향기나는토끼 2023. 7. 24.

◈ FRESH AND LIGHT

 

1) 포에버 앤 에버 디올

- 디올
- Forever and ever Dior by Dior
- 낮에 뿌리는 디올
- 조향사 장 피에르 베투아르
- 이 향수는 오드 투알레트로 상쾌한 프루티 로즈, 재스민, 제라늄 노트가 순식간에 지나간다. 하지만 모든 관계가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모든 향수가 접착제처럼 착 붙어 있을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디올의 포에버 앤 에버는 기운을 북돋워주고 조용히 뒤로 사라지는 친구와 같다. 아주 키가 큰 판매직원이 내 머리 꼭대기에 대고 무슈 디올이 이 향수를 직접 만들었다고 말했다. 물론 사실이 아니지만, 그의 시대를 초월한 스타일과 잘 어울린다. 우아함과 세련미를 갖춘 투명하고 현대적인 포에버 앤 에버는 어딘가 갈 데가 있어 항상 일찍 떠나는 사랑스러운 친구 같다.

2) 조이

- 디올
- Joy by Dior
- 의미가 다른 행복
- 조향사 프랑수아 드마시
- 1979년 사업가 빅터 기암이 레밍턴 면도기를 보여주며 '이게 너무 마음에 들어서 회사를 사버렸지!‘라고 말하는 TV 광고가 있었다. 조이에게 일어난 일이었다. 향수가 아니라 이름 말이다. 장 파투의 조이는 한때 '세계에서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향수'로 광고되었고, 장 파투의 개인적인 감독 아래 마스터 조향사 앙리 알메라스가 만든 비싸고 호불호가 갈리는 화이트 플로럴 계열 향수였다. 장 파투의 꾸뛰르 하우스에는 부유한 고객들이 착장을 돕는 하녀를 데리고 방문했으며, 발향성이 좋은 그의 향수는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했다. 디올은 2018년 당시 소유주였던 디자이너 퍼퓸스로부터 장 파투의 브랜드를 사들였고, 새로운 조이를 출시했다. 여러분의 엄마가 생일 선물로 조이를 사달라고 한다면, 이 조이가 아니다. 엄마가 원하는 조이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디올의 조이는 20대 초반의 부드러운 핑크빛으로, 오리지널 조이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세대를 위해 만든 완벽하게 사랑스러운 시트러스 플로럴 향수다. 시대는 변한다. 그리고 이제 하녀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다.

3) 플레져

- 에스티 로더
- Pleasures by Estée Lauder
- 순수함과 단순함
- 조향사 애니 부잔티안, 알베르토 모릴라스
- 플레져는 1995년에 향기를 정확하게 표현한 초원, 꽃, 분홍빛 캐시미어, 푸른 하늘을 보여주는 광고와 함께 출시되었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향수로 나타낸다면, 장미 위의 빗방울, 작약 위의 이슬방울, 나비 날개처럼 가벼운 프리지어, 싱그러움이 가득한 라일락을 지닌 플레져다. 어떤 노트도 행복의 꽃 풍선을 터뜨리려 하지 않는다. 나는 플레져에서 종종 수정처럼 흐르는 시냇물 같은 메탈릭 노트가 희미하게 느껴진다. 기분이 좋아지는 오프닝은 비길 만한 향수가 거의 없고, 뿌리는 순간 한여름의 초원과 분홍색 꽃무늬 원피스를 갈망하게 된다. 플레져는 사실상 모든 면에서 완벽함을 자랑한다.

4) 데이지

- 마크 제이콥스
- Daisy by Marc Jacobs
- 데이지꽃에서 향기가 난다면 말이지
- 조향사 알베르토 모릴라스
- 마크 제이콥스의 데이지는 가격이 싸고 인기가 많으며, 대놓고 예쁜 병으로 수집가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결국 아름다운 향수병의 유행을 선도했다. 밝은 햇살과 여름이 떠오르는 상쾌한 자몽 노트로 시작해서 사뿐히 날아오르는 가벼움이 느껴진다. 하지만 지속력이 꽤 있으므로 그 가벼움을 약점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달콤하지만 끈적이지 않는 딸기와 함께 바이올렛 재스민 등 가장 아름다운 꽃이 더해진 데이지는 안팎으로 한 폭의 그림처럼 어여쁘다. 따뜻하고 차분한 바닐라와 희미한 화이트 머스키 우드 노트가 마무리하며, 데이지는 같은 이름의 데이지 꽃처럼 잔향이 오래도록 머문다.

* 참고

<은은하고 무해한 향기> 프레시 앤 라이트, 즉 상쾌하고 가볍다는 말은 보통 향수가 마음에 들 때 쓰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향수가 별로면 약간 진하다는 표현을 쓴다. 여기서 소개한 프레시 앤 라이트 향수는 모두 정원에서 막 딴 꽃 한아름의 향기가 저 멀리서 가볍게 흩날리며 은은하게 다가오는 듯한 향기를 지니고 있다.
무해한 향기라는 말은 향이 너무 약한 향수를 에둘러 칭찬하는 표현이지만, 좋은 의미로 사용했다. 여기 은은하고 무해한 프레시 앤 라이트 향수는 모두 굳이 개성을 드러내고 튀고 싶지 않은 날 뿌리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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