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REEN
1) 오 드 깡빠뉴
- 시슬리
- Eaude Campagne by Sisley
- 그라스에서 느끼는 프랑스 밀밭의 내음
- 조향사 장 클로드 엘레나
- 처음 오드 깜빠뉴의 향을 맡았을 때, 시트러스, 복숭아, 플로럴 시프레 노트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에드몽 루드니츠카가 만든 디올의 디오렐라가 떠올랐다. 디오렐라는 1972년 출시되었고, 오 드 깜빠뉴는 1974년 루드니츠카의 멘토이자 친구였던 마스터 조향사 장 클로드 엘레나가 만들었다. 오드 깡빠뉴는 오프닝에서 위트그라스 향이 넘실거리며 토마토 덩굴이 가득한 온실로 떨어진다. 정말 눈이 부시도록 온통 초록빛이 가득하다. 향수 노트가 언급되지 않았던 시대에서 왔고, 모든 것이 들어 있다. 꽃, 나무, 이끼, 과일, 허브가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인 셔벗처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프랑스 남부의 라깡빠뉴(시골)의 모든 정취를 한숨에 느껴보자.
2) 오 파퓨메 오 떼 베르
- 불가리
- Eau Parfumée au Thé Vert by Bvlgari
- 완벽한 녹차
- 조향사 장 클로드 엘레나
- 오 파퓨메 오 떼 베르는 팔뚝만큼이나 긴 공식적인 향수 노트 목록이 있지만, 장 클로드 엘레나가 18가지 원료를 모두, 아니면 딱 그것만 사용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우선 천연 은방울꽃은 들어가지 않았다. 자신이 쓴 책에서 그는 향기의 기쁨을 떠올릴 수 있도록 사용한 합성원료와 즐겨 사용하는 천연원료에 대해 무척 명확하게 이야기했다. 향수 이름은 대강 녹차향이 나는 산뜻한 향수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1993년 출시 이후 종종 자연의 향을 묘사하는 수백 가지의 산뜻하고, 가볍고, 상쾌하고 깨끗한 향수를 위한 문을 활짝 열었다. 오 파퓨메 오 떼 베르에서는 시트러스 과일, 꽃, 클래식 푸제르의 풍미가 선사하는 산뜻한 사랑스러움이 단번에 펼쳐진다. 장 클로드 엘레나는 2000년에 엑스트레 버전도 출시했다. 여러분이 상상하는 대로 더 강렬하고, 맵고, 진한 나무 향을 풍긴다.
3) 어메이징 그린
- 꼼데가르송
- Amazingreen by Comme des Garçons
- 짐, 온통 녹색이야. 하지만 우리가 알던 녹색이 아냐
- 조향사 장 크리스토프 헤로
- 어메이징 그린은 깊은 숲 속 연못에 떠 있는 커다란 백합 꽃잎에 앉은 개구리 커밋보다 더 짙은 녹색이다. 포장을 풀고 상자를 열면 이베이에서 산 중고품처럼 보이는, 에어캡으로 여러 번 감싼 거울처럼 빛나는 에메랄드빛 유리병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자꾸 새 향수라고 스스로 되뇐다. '환경친화적인'이라는 의미로서는 어메이징 한 '그린'이 아니지만, 향기를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설명일 수 있다. 오프닝은 산더미같이 쌓인 잘린 풀 냄새로 시작한다. 이웃집 마당에 부드럽게 깎아놓은 잔디가 트랙터가 축구장 잔디를 정리하는 것처럼 어마어마한 양의 풀더미다. 그리고 잘린 풀잎 사이로 초록 잎사귀가 다시 끊임없이 자라난다. 도시에 사는 사람은 이 향수로, 숲 속을 걸으며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청량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4) 그린 아이리쉬 트위드
- 크리드
- Green Irish Tweed by Creed
- 가장 밝게 빛나는 녹색의 싱그러움
- 조향사 피에르 부르동
- 그린 아이리쉬 트위드를 열기 전에 어디든 붙잡고 마음을 단단히 먹자. 뿌리는 순간 쓰고 있던 모자를 날려버릴 테니까 말이다. 풀보다 더 싱그럽게 푸르고, 열대 우림과 비가 쏟아지는 날의 킬케니 같다. 향기는 이름처럼 트위드의 감촉이 떠오르는 매력적으로 까끌한 질감이다. 레몬 버베나 탑 노트가 착 달라붙어 농축된 향기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오래도록 머물러 있다. 메탈릭 한 바이올렛 잎사귀는 빗방울처럼 쨍그랑거리며 가장자리를 은빛으로 물들이고 샌달우드 노트가 장미처럼 우아하게 마무리를 장식하지만, 킬케니의 거리에서 피어스 브로스넌과 함께 내리는 비를 맞으며 걷는 걸음마다 느껴지는 촉촉한 모스 노트의 향취는 무뎌지지 않는다.
5) 레 엑셉시옹: 미스틱 아로마틱
- 뮈글러
- Les Exceptions: Mystic Aromatic by Mugler
- 향기의 패러독스
- 조향사 장 크리스토프 헤로
- 나는 뮈글러의 레 엑셉시옹 컬렉션이 마음에 든다. 뮈글러가 출시한 다른 향수인 엔젤이나 에일리언의 약 두 배 가격이지만, 디자이너가 만든 니치 향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미스틱 아로마틱은 신비롭지 않다. 헤드 셰프가 신선한 허브 다발을 자르고, 뒤에서는 작은 팬에서 캐러멜을 졸이고 있는 정갈한 주방을 둘러보는 기분이다. 나라면 패러독스 아로마틱이라는 이름을 붙였을 것이다. 헤드 셰프가 캐러멜을 졸이고 있는 팬에 바질과 타임 잔가지를 가득 던져 넣는 것이 반전이기 때문이다. 뮈글러 웹사이트에서 향수를 사면 샘플을 선택할 수 있는데, 나는 항상 모험을 위해 레 엑셉시옹 컬렉션을 고른다.
6) 그라스
- 데메테르 향기 도서관
- Grass by Demeter Fragrance Library
- 여름 잔디가 선사하는 청량함
- 조향사 크리스토퍼 브로시우스, 크리스토퍼 게이블
- 데메테르 향기 도서관은 300가지 이상의 향수를 생산하는데, 대부분 병에 붙은 소재의 이름을 향기로 직접적으로 표현한다. 1993년 라인업을 출시했을 때는 영국의 하비 니콜스에서만 매우 독점적으로 판매했고, 너무 모험정신이 강한 향수여서 언론이 들썩였다. 더트(미국의 흙냄새다. 영국에서는 진흙을 의미한다), 그라스, 토마토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나는 그라스를 샀고, 여름 잔디 냄새가 났다. 데메테르의 향수 컬렉션은 복잡하지 않으며, 일부 향수는 이름과 딱 들어맞는 향기가 난다. 이들의 향수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앞세워 기존의 틀을 깼기 때문에 언급할 가치가 있다. 그리고 가끔 무척 더운 날 푸른 잎 하나 보이지 않는 도시 한가운데 갇혀 있다면, 들판의 시원하고 상쾌한 공기가 그리울 수 있다.
7) 스트링빈
- 데메테르 향기 도서관
- StringBean by Demeter Fragrance Library
- 데메테르는 한물가려면 아직 멀었다고
- 조향사 크리스토퍼 브로시우스, 크리스토퍼 게이블
- 정원에서 막 따서 끝을 다듬고 팬에 넣을 준비가 된 싱싱한 그린빈 냄새가 난다. 우리는 왜 데메테르 향수를 소개하고 있을까? 이유는 차고 넘친다. 데메테르는 퍼퓨머리를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곳으로 데려갔다. 관능과 성공을 약속하는 우아한 작은 병을 파는 대신, 그들의 향기는 그냥 친숙할 뿐이다. 세트로 사서 레이어링을 해 자신만의 향기를 만들 수도 있고, 친구들과 함께 향기 맞추기 놀이를 할 수도 있다. 우리가 둘 다 해봤는데 너무 재미있고, 여러분의 후각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스트링빈은 뿌리면 그저 웃음만 나온다.
* 참고
<그린 향의 의미> 일단 이 얘기를 들어보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그린'으로 묘사하는 향수는 갓 잘라낸 잎이나 줄기에서 나는 풋풋하고 싱그러운 냄새가 난다. 갈바눔은 천연 에센스 오일로 향수에 그린 노트의 극적인 광채를 준다. 셀러리 허브 고수, 솔잎 향도 마찬가지다. 오크모스는 허벌 계열 향수에 베이스로 쓰여 깊고 진한 숲길의 냄새를 더한다. 천연 바이올렛 잎사귀는 기대하는 꽃내음 대신 진한 오이 향이 난다. 하지만 조향사들은 천연 잎사귀보다 주로 합성분자인 시스-3-헥센올을 사용해서, 갓 베어낸 풀과 다듬은 나무 울타리에서 나는 향기 같은 그린 노트를 구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