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INT
1) 멍뜨 프레슈
- 힐리
- Menthe Fraîche by Heeley
- 모로코 민트 티
- 조향사 제임스 힐리
- 제임스 힐리는 파리에 사는 영국 요크셔 사람이다. 제임스가 민트는 사용하기 어려운 원료라고 말할 때 나는 그가 자신의 의견을 고집하며 '내가 보여줄 테다!'라고 혼잣말을 했나 싶었다. 아닐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는 결국 보여주었다. 향기와 관련해서 ‘상쾌하다'라는 단어를 듣는다면, 이는 '잠시 머무르면서 소임을 다 하고 곧 흩날려 사라지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도록 하자. 그리고 민트 노트는 상쾌함의 대명사다. 마라톤 선수가 아닌 단거리 선수지. 멍뜨 프레슈(프랑스어가 익숙지 않은 나라에서는 프레쉬 민트라고 한다)는 얼그레이 베르가못을 섞은 스피어민트와 페퍼민트 녹차 한잔에 우드 노트 디저트가 곁들여져 있다.
2) 디아볼로 로즈
- 레 퍼퓸 드 로진느
- Diabolo Rose by Les Parfums de Rosine
- 장미 향이 나는 리프레시민트
- 조향사 프랑수아 로베르
- 디아볼로 로즈는 뿌리자마자 장미 향이 그윽하게 퍼져서,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향수를 허벌 계열로 분류했는지 의문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잠시 기다리면 일렁이는 민트와 녹차 노트를 느낄 수 있다. 어느 쪽이 도드라질지 주저하는 단계가 지나면 조화롭고 단순하게 함께 어우러진다. 민트와 장미 노트는 마치 오늘의 착장에 포인트를 주는 사탕 줄무늬 스카프와 같다. 레 퍼퓸 드 로진느의 현 소유주이자 크레이티브 디렉터인 마리 엘렌 로종은 디아볼로 로즈의 향기로, 어린 시절 마시던 프랑스 민트 음료수와 레모네이드를 떠올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디아볼로 멍뜨가 마리가 사랑하는 장미와 만났다. 조향사 프랑수아 로베르에게 박수를 보내자.
3) 아쿠아 알레고리아 헤르바 프레스카
- 겔랑
- Aqua Allegoria Herba Fresca by Guerlain
- 이슬이 방울방울 맺힌 허브 정원
- 조향사 장 폴 겔랑, 마틸드 로랑
- 봄의 전령으로 향기를 선발한다면, 겔랑의 아쿠아 알레고리아 헤르바 프레스카가 딱이다. 발밑에 촉촉하게 이슬 맺힌 풀잎을 느끼며 들어간 허브 정원에는, 이슬방울이 가득하고 아침의 선선한 민트 향기가 희미하게 불어온다. 따뜻한 녹차에서는 김이 피어올라 흩어진다. 전설의 조향사 장 폴 겔랑과 마틸드 로랑이 만든 헤르바 프레스카는, 민트를 섞었는데도 치약이나 껌 같지 않고 아침에 쏟아지는 소나기 빗방울처럼, 기분 좋은 싱그러운 그린 노트만 느껴지기 때문에 특별하다. 그리고 세심하게 엄선한 플로럴 미들 노트가 있다. 은방울꽃은 봄이 오는 종소리를 은은하게 울리고, 시클라멘이 싱싱한 꽃잎의 향긋함을 선사하는 가운데, 클로버는 수줍게 행운을 빌어준다. 헤르바 프레스카를 뿌리는 순간 신발을 벗어던지고 풀 내음이 가득한 초원을 달리고 싶어 진다.
* 참고
<민트는 어렵다> 조향의 세계에서 민트는 언제나 제대로 쓰기 어려운 원료로 악명이 높다. 이상한 냄새가 나는 건 아니고 가끔 민트 껌이나 치약을 떠올리게 할 뿐이다. 하지만 이제부터 얘기할 노트는 다르다. 경이로운 균형을 자랑한다. 조향사는 스피어민트, 페퍼민트, 베르가못 민트, 유칼립투스 민트 에센셜 오일을 사용한다. 유칼립투스 민트는 민트 같지만 사실 유칼립투스다. 그리고 남아프리카에서 재배하는 흥미로운 민트 제라늄도 있다. 톡 쏘는 민트 향이 나는 프레스코멘테나, 콧방울에 서리가 내려앉을 듯이 화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멘톨 같은 화학향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