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UNIPER
1) 아스펜 포 맨
- 코티
- Aspen for Men by Coty
- 연둣빛 봄으로 향하는 입구
- 조향사 미공개
- 아스펜 포 맨은 남성용이지만 여성들이 슬쩍하는 향기가 꾸는 꿈속의 무성한 숲이다. 이름만으로도 눈 덮인 봉우리, 소나무, 신선한 공기가 느껴지고, 향기는 그 생생한 장면에 부합한다. 알프스 산허리에서 자라는 가장 깨끗하고 향긋한 허브와 함께, 새들조차 줄리 앤드루스의 노래를 부르는 화창한 날 널어 말린 린넨 침대보에서 날 법한 향기다. 소나무 숲보다 더 풋풋하고 싱그러운 그린 노트와 풍성한 민트, 주니퍼 노트로 코티의 아스펜 포 맨은 활기 넘치는 건강함과 그 이상을 선사한다. 스파이스와 페퍼리 제라늄이 조금 더해져 존재감 있는 조연 역할을 하고, 갈바눔과 시트러스는 얼어붙은 나니아 왕국에 숨결을 불어넣을 수 있을 만큼 포근하고 화사한 봄의 왈츠를 만들어낸다.
2) 주니퍼 슬링
- 펜할리곤스
- Juniper Sling by Penhaligon's
- 편안하고 무해한 피로 회복제
- 조향사 올리비에 크레스프
- 주니퍼 슬링은 숲에서 자란 허브 향이 난다. 싱싱한 주니퍼 베리를 내밀며 붙임성 좋은 집주인이 저녁을 대접하듯,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띠며 진토닉이 놓인 쟁반을 들고 문을 열며 존재감을 드러낸다. 허브 노트가 끝까지 지속되지는 않지만, 집주인은 점잖게 부드러운 머스크 향초와 갓 자른 풋풋한 풀잎으로 만든 센터피스가 놓인 테이블이 있는 아늑한 방으로 안내한다. 주니퍼 슬링은 2011년에 출시되었고, 펜할리곤스 컬렉션 중에서는 오래된 축에 속하는 부드럽고 은은한 향수다. 주니퍼가 살짝 입 맞춘 양볼을 매만지며 앰버와 향신료가 주는 따스한 친밀감 속에 편안히 앉아 몇 시간이고 무해한 포근함을 느껴보자.
3) 진 앤 토닉
- 아트 드 퍼퓸
- Gin & Tonic by Art de Parfum
- 청량하고 부드러운 진토닉
- 조향사 루타 데구티테
- 진 앤 토닉은 한잔 걸친 듯한 술 냄새가 아니라, 진토닉의 활기를 불어넣는 향을 모두 그러모아 선사한다. 상큼하면서도 톡 쏘는 허브 향은 수정같이 투명한 바닷가 경치를 보여주며 종일 곁에 감돈다. 퍼퓸에 버금가는 지속력에 감사한다. 시트러스 노트를 유지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알싸하고 생기가 넘치는 주니퍼 노트는 차가운 유리잔에 토닉 방울이 톡톡 거리는 게 보일 정도로 상쾌한 풍미와 어우러진다. 기분 좋은 자몽 노트가 눈부신 광채를 더하며 새콤한 레몬, 시원한 얼음, 씁쓸한 거품의 향취를 자아낸다. 진 앤 토닉은 여름 무더위가 가시지 않을 때 궁극의 피로 회복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바닷가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향기는 풍경과 어울리고 건초 같은 베티베르와 드리프트우드 잔향이 집까지 따라온다.
* 참고
<진이 가득한 고풍스러운 영국 술집의 향기> 주니퍼 향료는 열매나 바늘에서 추출한다. 지금은 일시적인 활력을 불어넣을 뿐인 더치예네버르와 런던 진에서 나는 향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허브 약제에서 주니퍼는 전통적으로 피로를 회복하고 활기를 북돋워 주는 데 사용했다. 어떤 진은 향긋한 풍미가 너무 강해서 온 사방에 뿌려대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건 잘 마시고 대신 주니퍼 향수를 뿌려보자. 진도 향수처럼 수백 가지 다른 식물 원료로 만든다. 주니퍼가 언제나 필수적으로 들어가고, 레몬, 오렌지, 라임, 자몽껍질, 오리스 뿌리, 핑크 페퍼콘, 블랙 페퍼콘, 고수, 안젤리카, 야로우, 리코리스(감초) 뿌리, 시나몬이나 카시아 껍질, 비터 아몬드와 넛맥 등을 넣기도 한다. 증류소는 허브나 시트러스 같은 휘발성 향을 사용하기 때문에, 상쾌한 허벌 계열 향수는 종종 첫 향이 진과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