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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종류(마린 - 씨솔트Ⅰ)
◈ MARINE
마린 계열 향수는 상대적으로 향수의 세계에서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아라미스의 뉴 웨스트는 1988년 덕다이빙을 하는 캘리포니아 파도를 상상할 만큼 바다 내음이 가득한 향기로 1위를 차지했다. 뉴 웨스트는 오래 전에 자취를 감추었지만, 쿨 워터 포 힘은 1988년 출시되어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가 조향사에게 물 향기만 나는 향수를 요청해, 로디세이와 다른 워터리 플로럴 향수 트렌드에 영감을 주었다.
마린 계열 향수는 새로운 방향 물질인 칼론과 그 뒤에 발견된 다양한 합성원료 덕분에 조향이 가능했으며, 마치 갓 자른 수박 조각을 들고 해변이 보이는 호텔 방에서 창문을 막 열었을 때의 향기를 풍긴다. 순수한 물은 향기가 나지 않지만, 조향사는 멋진 새 분자들로, 때로는 해초 앱솔루트 몇 방울로 상쾌하고 깔끔한 워터리 노트를 재현해낸다.
◈ SEASALT
1) 셀 마린
- 힐리
- Sel Marin by Heeley
- 강렬하게 밀려오는 바닷가 내음
- 조향사 제임스 힐리
- 마린 향수는 종류에 따라 휴가용 안내서 버전의 바다를 보여주기도 하고, 발에 묻은 해변의 모래나 바위틈에 고인 바닷물 속 짙푸른 해초를 보여주기도 한다. 셀 마린은 후자에 속한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해안가의 자연이 선사하는 아름다움이며, 꼭 여름일 필요도 없다. 해초 내음은 항구에 흩어져 있는 고기잡이배가 생각나게 한다. 시트러스는 눅눅하고 축축한 바다 냄새를 가르며 깨끗한 공기의 반짝이는 상쾌함을 선사한다. 짭쪼롬한 소금과 이끼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이는 파도가 막 사라졌다는 의미다. 켈프, 모래, 조개껍데기, 그리고 해변의 모든 것이 섞인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셀 마린의 향기는 무척 아름답다.
2) 바투카다
- 라티잔 파퓨미에르
- Batucada by L'Artisan Parfumeur
- 비치타월을 걸친 채 바라보는 해변
- 조향사 카린 빈촌, 엘리자베스 마이어
- 아무리 생각해봐도 천재적이다.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상쾌한 칵테일 향기가 나는 향수를 만들어보자. 먼저 얼음, 그리고 첫 모금을 활기차게 만드는 반짝이는 게 있어야 하고, 민트 조금, 잔 테두리에 두를 소금과 설탕, 여기가 하와이라고 상상할 수 있도록 약간의 코코넛이 필요할 것이다. 바투카다는 얼음을 띄운 카이피리냐 칵테일 향기가 난다. 잔이 너무 차가워서 잡고 있으면 손가락에 서리가 내려앉을 정도다. 생기와 활력이 넘치고 시원하며 열대 과일 내음이 가득하다. 여름에는 이만한 게 없고 겨울에 뿌리면 어느새 휴양지 안내 책자를 뒤적이고 있다.
3) 씨 폼
- 아트 드 퍼퓸
- Sea Foam by Art de Parfum
-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모래 언덕에 홀로 서서
- 조향사 루타 데구티테
- 씨 폼은 바다로 가는 길처럼 시시각각 향기가 바뀐다. 태양처럼 눈부시게 빛나는 시트러스가 바다의 존재와 해변에서 불어오는 신선한 공기를 느끼게 한다. 발밑 모래 언덕 사이사이 보이는 풀은 베티베르 노트의 마법에 걸려 있다. 해초, 소금, 무화과 잎사귀 냄새가 어우러지며 고운 모래가 깔린 해변이 멀지 않았다고 알려준다. 바다에 점점 가까워질수록 물결에 떠다니는 나무도 보인다. 씨 폼은 바다 자체만큼이나 활력이 넘치고 퍼퓸같이 긴 지속력은 바닷바람에 날린 머리카락이 베개에 닿을 때까지 남아 있다.
4) 폴링 인투 더 씨
- 이매지너리 오써즈
- Falling Into the Sea by Imaginary Authors
- 신나는 해변에서의 하루
- 조향사 조쉬 마이어스
- 폴링 인투 더 씨는 이름 그대로다. 선탠로션을 바르고 짭짜름한 소금과 해초 내음이 가득한 바다에 신나게 풍덩 뛰어들며 놀다가 레몬 아이스크림을 먹는 기분이다. 진정한 인디 아르티장 조향사가 만든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 조쉬 마이어스는 시내 향수 매장에서는 찾을 수 없는 향기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향수를 만들고 책처럼 포장한다. 조쉬의 향수를 찾는 건 쉽지 않지만, 여러분이 지도를 버리고 별을 따라 여정을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면, 이매지너리 오써즈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