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향수 종류(마린 – 플로럴Ⅰ)
◈ FLORAL
1) 벨 드 주르
- 에리스 퍼퓸
- Belle de Jour by Eris Parfums
- 해초의 은밀한 사생활
- 조향사 앙투안 리에
- 벨 드 주르라는 이름은 1967년 부뉴엘의 영화 ‘벨 드 주르' 에서 까뜨린느 드뇌브가 ’낮의 아름다움(daytime beauty)'이라는 이름으로 매춘부 일을 하는 지루한 주부 역을 연기한 데서 유래 했다. 프랑스의 섬세한 1960년대 초현실주의와 관념을 좇는 향수의 영감이 만났다. 마린 계열 향수의 99.9%를 만드는 합성원료가 발견되기 전에 해초 앱솔루트는 향수에 희미한 바다 내음을 더하는 가장 좋은 원료였다. 여기, 인디 향수계의 대공과도 같은 조향사 앙투안 리에가 에리스 퍼퓸의 소유주이자 [향기와 전복]의 작가인 바바라 허먼을 위해 바다의 깊이를 담은 향신료가 살짝 더해진 플로럴 향수를 선보였다. 벨 드 주르는 해변의 냄새로 정의할 수 없는 마린 계열 향수다. 이건 집에 도착한 벨이 남편을 위해 저녁을 만들 때 느껴지는 향기다. 식탁에 놓인 꽃, 에피스리에서 사 온 신선한 허브, 굴 열댓 개, 그리고 벨의 낮 고객들이 남긴 머스크 향기.
2) 브론즈 가데스
- 에스티 로더
- Bronze Goddess by Estée Lauder
- 바다, 모래, 선탠로션
- 조향사 로드리고 플로레스 루
- 브론즈 가데스는 매년 새로운 버전을 선보이지만 주요 노트는 그대로다. 더 강렬한 태양, 모래, 바다의 향기로 매년 충성스러운 팬을 돌아오게 하는 그 노트들이다. 이것은 가장 돋보이는 세 가지 향기로 요약할 수 있다. 티아레 꽃, 코코넛, 앰버. 티아레 꽃은 코코넛 향기가 나는 타히티 가드니아로 레진, 앰버, 오렌지 노트와 함께 중독적인 플로럴 머스크 향조를 자아내며, 브론즈 가데스를 확실한 휴일용 향수로 만든다. 미들 노트는 청량한 향신료와 깔끔한 머스크 노트로 부드러운 로션 내음이 희미하게 느껴진다. 브론즈 가데스는 따뜻하게 비추는 햇살이 닿은 피부의 향기다. 그게 설령 겨울에 간절히 바라는 소원일 때도 말이다.
3) 터콰이즈
- 마이클 코어스
- Turquoise by Michael Kors
- 푸른 하늘과 수영장
- 조향사 미공개
- 터콰이즈의 푸른 하늘빛 주스는 데이비드 호크니가 그린 수영장 그림의 빛나는 푸른색을 생각나게 한다. 그리고 향수를 뿌리면 여름의 물보라가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오프닝은 뜨거운 여름날 푸른 하늘 아래 발에 찰박거리며 부딪히는 수정처럼 맑은 물의 냄새와 함께 워터슬라이드 꼭대기에 서 있는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수련과 라임, 그리고 꿀벌, 산들바람, 보헤미안이 떠오르는 가벼운 꽃내음이 한데 어우러져 상쾌하다. 경찰이 지켜보고 있어도 옷을 입은 채 분수에 뛰어들고 싶어진다.
4) 히비스커스 팜
- 에이린
- Hibiscus Palm by AERIN
- 열대 바닷가로 떠나는 신혼여행
- 조향사 미공개
- 히비스커스 팜은 코코넛의 향긋함이 더해진 아찔한 화이트 플로럴의 눈부신 부케를 선사한다. 튜베로즈와 가드니아가 팽팽히 맞서면서 강렬한 향기가 쏟아진다. 주홍빛 히비스커스는 머스크 향을 풍기는 이국적인 느낌을 주며, 보통 열대 지역의 결혼식에 사용하는 푸루메리아가 복숭아 향기를 더한다. 연꽃이 배경에서 희미하게 쏟아지는 폭포처럼 은은하게 물 내음을 자아낸다. 바닐라와 코코넛이 피날레를 장식하고 잔향이 오랫동안 남지만 플로럴 노트는 사라지지 않는다. 꼭 하와이 꽃목걸이를 걸고 있는 것처럼 그 향기는 저녁 식사가 끝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야자수가 우거진 섬에서 사롱을 입고 히비스커스 팜을 완벽하게 즐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