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향수 종류(머스크 – 플로럴Ⅱ)
◈ FLORAL
1) 러블리
- 사라 제시카 파커
- Lovely by Sarah Jessica Parker
-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는 플로럴 머스크
- 조향사 로랑 르 게르넥, 클레멘트 가바리
- 사라 제시카 파커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인정받을 정도로 러블리의 탄생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러블리는 언제나 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클래식한 향기가 난다. 당시에는 향수 시장에서 돋보이려고 위험을 감수했지만, 2005년부터 지금까지 우리 곁에 머무르는 걸 보면 확실히 성공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라벤더는 허브 향이 나는 베르무트와 주니퍼가 담긴 마티니와 함께, 숙녀처럼 깔끔하고 우아하다. 조금 특이한 선택이지만 효과가 있다. 묵직하고 매끄러운 난초로 시작해 깊고 진한 플로럴 노트가 이어진다. 파촐리와 로즈우드 노트가 라벤더, 보송보송한 머스크, 그리고 심지어 약간 짭쪼름한 소금이 어우러진 향기를 둥글게 둘러싼다. 종이에 써놓고 보면 이게 뭔가 싶겠지만, 비평가, 블로거, 향수 애호가 모두 사랑스럽다고 말했다.
2) 화이트 티
- 엘리자베스 아덴
- White Tea by Elizabeth Arden
- 시원하고 깔끔한 가벼운 머스크
- 조향사 캐롤라인 사바스, 로드리고 플로레스 루, 기욤 플라비니
- 가장 투명하고 새하얀 보일 커튼을 걸쳐보라. 그것 말고는 가볍고 투명하며 시원한 화이트 티를 설명할 길이 없다. 자매품인 그린 티처럼 시원하고 깔끔한 느낌을 주지만 마치 보송보송한 흰색 스파 타월로 감싼 것처럼 더 부드럽고 더 향긋하다. 천사들이 거룩한 노래로 목욕시키고 방금 빨랫줄에서 걷어온 흰색 로브를 입힌 다음 머리에 성유를 발라준다. 투명한 커튼을 아직 걸치고 허브차 한잔을 마시며 이슬이 맺힌 정원을 걷는 것처럼 활력을 불어넣는 상쾌함도 느껴진다.
3) 화이트 다이아몬드
- 엘리자베스 테일러
- White Diamonds by Elizabeth Taylor
- 반짝이며 빛나는 여배우의 플로럴 머스크
- 조향사 카를로스 베나임
- 많은 사람이 고(故)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유명인 향수 트렌드의 기폭제였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테일러 스타일로 병목에 두른 반짝이는 보석 장식은, 이 향수를 가진 사람들에게 할리우드의 황홀함을 느낄 수 있게 한다. 꽃집을 통째로 옮겨놓은 듯한 향기는 쾌활한 1980년대 스타일을 연다. 알데히드 향기가 은빛 풍선처럼 터져 나오고 이어서 백합, 네를리, 튜베로즈, 재스민, 수선화, 장미, 바이올렛, 제라늄, 카네이션 다발이 무지갯빛처럼 화려한 향기를 쏟아낸다.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듯 눈부신 시프레 노트가 오크모스, 파촐리, 머스크와 어우러져 마무리한다.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화이트 다이아몬드는 스페인의 무적함대보다 잔물결이 더 길게 이어지며, 열 번의 할리우드 결혼생활보다 더 오래 남아 있다.
4) 조반 머스크 포 우먼
- 조반
- Jovan Musk For women by Jovan
- 가성비가 좋은 은은한 머스크
- 조향사 미공개
- 조반의 조반 머스크 포 우먼은 누구에게나 잘 어울리는 클래식한 향기를 지니고 있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 잊힌 스타다. 여성스러운 플로럴 머스크로 희미하게 번지는 화사한 여름 허니석클과 크림 같은 바닐라 배경이 돋보인다. 부드러운 베이비 파우더의 독특한 느낌은 이 향기를 무해하면서도 중독성 있게 만든다. 콜로뉴다운 짧은 지속력에도 불구하고 익숙한 비누 내음처럼 곁을 맴돈다. 이제 반나절 정도 갓 세탁한 빨래 바구니를 찾기 시작 할지도 모른다. 그게 바로 절대 실망하지 않을 교과서적인, 꼭 사서 향수 서랍에 넣어두어야 할 머스크의 깨끗하고 건강한 향기이기 때문이다.
5) 플레르 머스크 포 허
- 나르시소 로드리게즈
- Fleur Musc For Her by Narciso Rodriguez
- 플로럴의 우아함을 더한 머스크
- 조향사 소니아 콘스탄트, 칼리스 베커
- 전설적인 조향사 들이 선두에 나서면서 나르시소 로드리게즈의 플레르 머스크 포 허는 성공이 확실해졌다. 짙은 장미 향이 나지만 핑크빛 향수병은 장미와 작약 둘 다 스타처럼 돋보이게 하며, 눈부시게 여성스러운 광채를 선사한다. 부드럽게 속삭이며 불어오는 머스크와 초대하지 않았는데도 관심을 끌려는 신부 들러리처럼 우렁찬 프루티 핑크 페퍼가 고귀한 플로럴 노트를 솜씨 좋게 감싼다. 하지만 장미와 작약이 우아하게 피워내는 향기를 막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어스름한 땅거미가 내려앉는 동안 시원하게 불어오는 앰버 노트가 마침내 그들을 공중으로 흩날려 보내고 새틴처럼 매끄러운 꽃잎은 아른거리며 연인의 체취에 자리를 내 준다.
6) 톰 2, 라 레제르떼
- 쟈딕 앤 볼테르
- Tome 2, LA Légèreté by Zadig & Voltaire
- 힘들 때 손을 잡아 줄 머스크
- 조향사 미공개
- 쟈딕 앤 볼테르의 3부작 컬렉션 중 제2권은 '가벼움'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그 가벼움은 공중으로 떠올라 사라지는 게 아니라 흙 위로 사뿐히 내려앉는다. 산뜻한 프루티와 하늘거리는 플로럴 머스크 노트가 부드럽고 가볍게 잡고 있다. 그 가벼움은 마치 편하게 어깨를 기댈 수 있는 친구나 늘 곁에 있지만 결코 거슬리지 않는 영혼의 단짝 같다. 쟈딕 앤 볼테르가 이름 붙인 노트는 페어, 아이리스, 머스크를 나타내는 코드인 암브레트 씨앗 세 가지다. 암브레트 씨앗 앱솔루트는 장난꾸러기 꽃으로 알려진 인도산 히비스커스에서 추출한다. 가슴이 미어질 만큼 비싸고 그만큼 아름답다. 톰 1, 톰 3과 마찬가지로 톰 2는 쟈딕 앤 볼테르 매장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톰 2를 향한 탐험을 떠나 봐도 좋겠다.
7) 퍼스트
- 반 클리프 아펠
- First by Van Cleef & Arpels
- 머스크에 화려한 꽃을 더해서
- 조향사 장 클로드 엘레나
- 퍼스트는 명품 보석 브랜드 반 클리프 아펠이 처음 낸 향수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젊은 시절 장 클로드 엘레나가 자신의 경력 초기에 만들었고, 출시된 1974년 당시의 유행을 반영했지만, 여전히 21세기의 시크한 분위기와도 잘 맞는다. 퍼스트는 사계절의 향이다. 히아신스, 수선화 노트가 봄날 같은 오프닝을 선사하고, 이어서 꿀, 난초, 카네이션이 여름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꽃과 꿀의 달콤한 향기는 마른 베티베르와 흙내음이 나는 오크모스 노트 속으로 사라진다. 장 클로드 엘레나는 어린 시절, 향수의 본고장인 그라스 숲속 참나 무에 덮인 이끼 위에서 잠을 청하기도 했다. 그 다음에 앰버, 통카, 머스크가 아늑하게 감싸는 겨울이 다가온다. 퍼스트는 상쾌한 새벽의 눈부신 광채로 시작해서 종일 곁에 머물다. 따스한 노을빛이 내려앉는 그린, 머스크 시프레의 어스름한 황혼으로 우리를 이끈다.
* 참고
<플로럴 노트에 대해 덧붙이고 싶은 말>
보통 '플로럴' 노트라고 하면 어떤 꽃을 의미하는 걸까? 향수의 세계에서 우리는 모두 저렴한 플로럴 머스크가 선사하는 빛나는 향기가 자연이 아닌 마스터 조향사 덕분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걸 비밀에 부친 채 천연 장미, 진짜 재스민이나 자연에서 유래한 바이올렛을 들먹이며 고객에게 허세를 부리는 행동은 부정직하고 불공평하다. 위대한 조향사들의 기교는 세상에 널리 알려야 마땅하다. 그리고 축하 꽃다발 대신 분자모형을 건네는게 맞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