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향수 종류(모시 – 시트러스Ⅰ)
◈ CITRUS
1) 크리스탈
- 샤넬
- Cristalle by Chanel
- 반짝이는 선명함
- 조향사 앙리 로버트(EDT), 자크 폴주(EDP)
- 크리스탈은 1974년 출시된 오리지널 오드 투알레트와 1993년 출시된 오 드 퍼퓸 두 버전이 있다. 먼저 디올의 디오렐라와 경쟁 중인 크리스탈 오 드 투알레트는 가장 우아한 광채를 선사하는 클래식 프렌치 시트러스 시프레 향수이며, 오 드 퍼퓸은 거기에 플로럴 부케로 더욱 풍성하고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향수 감정사들은 둘 중 어느 버전이 더 나은지를 두고 몇 날 며칠을 아니 아마도 평생 논쟁을 벌이겠지만, 사실 선택은 어떤 것을 추구하느냐에 달렸을 뿐이다. 둘 다 항상 뿌릴 수 있도록 공병에 담아 넉넉하게 여분까지 챙겨 다니기를 권한다. 크리스탈은 반짝이며 빛나고 무척 특별하다. 시트러스 노트가 스치듯 지나가고 싱그러운 잎사귀와 플로럴 노트가 따라와 나무 향이 나는 오크모스 위에 맴돌고 있다. 하나는 옅은 옥색의 하늘거리는 시폰 같고, 다른 하나는 매끄럽고 광택이 나는 에메랄드빛 공단 같은 느낌이지만 시프레 애호가라면 모두 쉽게 즐길 수 있다.
2) 디오렐라
- 디올
- Diorella by Dior
- 역사상 가장 가장 아름다운 향수
- 조향사 에드몽 루드 니츠카
- 어디를 가든지 향수를 딱 하나만 가지고 갈 수 있다면 내 선택은 디오렐라다. 에드몽 루드 니츠카의 손길로 복숭아, 매끄럽게 섞인 우드, 플로럴, 시트러스 노트가 폭신한 이끼 위에 내려앉아 환하게 빛나는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하지만 내가 무척 경건하고 진지한 태도로 빈티지 향수를 꺼낼 때마다 젊은 세대가 '이건 너무 촌스럽지 않아?‘라든가 '아, 우리 할머니가 뿌리던 향기다’라는 말을 들으면 정말 가슴이 아프다. 시대가 바뀌면서 디오렐라도 코듀로이 나팔 바지처럼 유행이 지나 이제 더 어리고 달콤한 디올들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오리지널 디오 렐라는 은퇴했다가 무슈 디올 컬렉션에서 오 드 투알레트로 다시 등장했다. 젊은이들, 21세기 버전으로 다시 시도해 보기 바란다. 물론 오리지널과 같지는 않지만 여전히 삶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걸작이다. 복숭아 시트러스는 여전히 보슬거리고 가볍다. 굳이 빈티지로 자신을 괴롭힐 필요없이 지금의 디오렐라를 그대로 즐겨보자.
3) 러쉬
- 구찌
- Rush by Gucci
- 천천히 피어나는 프루티 모스
- 조향사 미셸 알마이락
- 복숭아, 파출리, 그리고 펀치 한 방. 구찌의 러쉬는 진하고 과즙이 풍부한 시프레 노트에, 희미한 가슴결의 체취를 더했다. 깊이와 여운이 느껴지는 프루티 플로럴 노트는 완벽한 균형을 자랑하고, 차가운 벨리니처럼 쾌활하다. 러쉬는 가격 이상의 럭셔리함을 누릴 수 있는 향수다. 복숭아와 새하얀 꽃들이 말 그대로 미친 듯이 피어나지만 과하지 않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모두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흰 꽃과 바닐라가 섞인 크림을 발라 마감한 흙내음이 나는 파촐리로 만든 뗏목이 만족스러운 피날레를 장식한다. 침이 고이는 디저트 향기가 나지만 욕심껏 베어 물어도 너무 달콤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4) 파로마 피카소
- 파로마 피카소
- Paloma Picasso by Paloma Picasso
- 레드 카펫을 걷는 매혹적인 시프레
- 조향사 프랜시스 보크리스
- 양 문을 활짝 열어 화려하게 등장하는 그녀를 맞이하자. 파로마 피카소는 붉은 립스틱, 모피, 다이아몬드의 전성기를 떠오르게 한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뿐만 아니라 마치 갈라진 옷 트임 사이로 언뜻 드러나는 순수한 여성스러움처럼, 애니멀릭한 향기가 피어올랐다가 이내 사라진다. 프랑스 패션 디자이너인 파로마 피카소는 자신의 반짝이는 새까만 눈동자와 완벽한 붉은 입술로 잊을 수 없는 향기를 대표한다. 강렬하고 독특한 이 향수에는 모든 향신료, 모든 꽃, 모든 나무, 그리고 세상 모든 오크모스가 들어 있다. 걸음마다 흔적을 남기며 획 소리와 함께 그녀가 방을 떠난 뒤에도 홀릴 듯한 잔향이 오랫동안 남아 있고, 조금 무섭다.
5) 골든 시프레
- 그로스미스
- Golden Chypre by Grossmith
- 고요하고 잔잔한 황금빛 석양
- 조향사 트레버 니콜
- 골든 시프레는 1970년대 디올, 샤넬, 로샤스, 랑콤, 시슬리의 걸작에 대한 그로스미스의 오마주다. 당시 향수는 명확하게 남성이나 여성을 겨냥해서 출시, 판매되었지만 이런 구별을 양쪽 모두 무시했고, 현명하게도 골든 시프레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향수다. 21세기의 강렬함보다 은은하게 느껴지는 기쁨이다. 베르가못, 오렌지, 향신료, 나눌 수 없을 정도로 조화롭게 어우러진 플로럴과 우드 노트(아마 제라늄 향기처럼 느껴질 것이다), 앰버 향으로 한층 부드러워진 풍부한 파촐리 시프레 베이스의 편안함을 만끽할 수 있다. 하지만 가격이..소개한 향수 중에 가장 비싸기 때문에, 우리처럼 거부하기 힘든 향수인지 먼저 시향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