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향수 종류(모시 – 플로럴Ⅱ)
◈ FLORAL
1) 아이리스 프리마
- 펜할리곤스
- Iris Prima by Penhaligon's
- 연습실에 가득한 아이리스 향기
- 조향사 알베르토 모릴라스
- 아이리스 프리마는 출시 당시 매장 창문에 발레 슈즈를 리본으로 묶어 가득 매달아 장식했다. 알베르토 모릴라스는 오프닝에서 이상적인 발레리나를 창조했다. 반원형의 무대 위에서 쉽게 뛰어오르고 빙글도는 그런 발레리나. 하지만 여기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연습실이 있다. 몸무게를 줄이느라 피운 담배 냄새, 고된 연습으로 흘린 구슬땀이 배인 단단한 나무바닥 펜할 리곤스는 모스 노트를 목록에 표기하지 않았지만, 겹겹이 쌓인 머리망처럼 어렴풋이 느껴지는 검푸른 향기와 발레복이 걸려 있는 옷장 냄새 때문에 이 장에서 소개하기로 했다. 아이리스 프리마는 여느 발레 공연보다 훨씬 오래 감상할 수 있으며 저녁이 지나면서 균형 잡힌 우아함 이 한층 더 부드러워진다.
2) 노마드
- 끌로에
- Nomade by Chloé
- 당신의 첫 모스 향수
- 조향사 쿠엔틴 비쉬
- 노마드는 요즘 취향에 맞는 완벽한 입문용 시프레 향수다. 그린 오크모스 피니시라는 시 프레 고유의 특성이 드러나지만 들어가는 문이 완전히 다르다. 샛노란 자두 탑 노트는 약간 덜 익은 천도복숭아처럼 호기심을 자아낸다. 단단하고 향긋한 시트러스 노트 특유의 상쾌한 풍미가 물결처럼 퍼진다. 고급 호텔 욕실처럼 세련된 비누 내음과 함께 곧이어 프리지어, 재스민, 장미 노트가 꽃을 활짝 피우기 시작한다. 선명한 과일과 꽃잎이 밝게 빛나는 색채로 생기를 더 하며, 솜털처럼 부드러운 머스크는 흙내음이 나는 모스 노트를 만나 놀랄 만큼 강렬한 피날레를 장식한다. 현대의 시프레는 새로운 모델을 내세웠고, 그 이름은 노마드다.
3) 르 빠르팡 드 떼레즈
- 에디션 드 퍼퓸 프레데릭 말
- Le Parfum de Therese by Editions de Parfums Frederic Malle
- 오랫동안 자취를 감추었던 걸작
- 조향사 에드몽 루드니츠카
- 르 빠르팡 드 떼레즈는 전설적인 조향사 에드몽 루드니츠카가 그의 아내 테레즈를 위해 만들었다. 프레데릭 말이 자신의 브랜드를 설립한 후, 이 향수를 온 세계에 알릴 수 있도록 테레즈를 설득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요즘 향수 매장에 가보면 프레데릭 말 의 향수는 파운드 세개짜리 가격에 걸맞게 두꺼운 카펫이 깔린 진열대에 놓여 있다. 그래서 디올의 디오라마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르 빠르팡 드 떼레즈는 자두향으로 유명하지만, 동시에 지중해 멜론, 스파이스, 루드니츠카에게 친숙한 꽃송이의 꽃잎을 결합해 조각한 추상적인 플로럴 노트, 그리고 모든 노트를 감싸고 있는 보드라운 가죽 장갑의 내음이 어우러져 부드러운 향긋함을 선사한다.
4) 덩 떼 브라
- 에디션 드 퍼퓸 프레데릭 말
- Dans Tes Bras by Editions de Parfums Frederic Malle
- 서로의 살결을 맞대고
- 조향사 모리스 루셀
- 덩 떼 브라는 ‘당신의 품안에'라는 의미로 최근 출시된 어떤 향수와도 같지 않다. 보이지 않는 연필로 맨살의 향기를 그려내겠다는 목적으로 만들었다. 이건 누군가 '음 향기가 꽤 좋군'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향기가 아니라, '어머 세상에, 이게 뭐람?’이라는 말로 사랑에 빠지 거나 질색하게 되는 그런 향기다. 나는 사랑에 빠진 쪽이지만 당신의 품에 있다기보다 당신 의 곁에 있는 향기처럼 느껴진다. 사랑하는 사람과 해변에서 서로 팔을 맞대고 따뜻한 날 느긋하게 애정과 행복을 나누는 향수다. 바이올렛 스파이스, 우드, 인센스, 부드러운 머스크, 베르가못이 더해진 헬리오트로프가 모두 함께 어우러진다. 조향사는 주제가 무엇이든 고유의 스타일이 있고 모리스 루셀의 작품은 향수 애호가가 따로 모아서 진열장에 넣어놔도 될 만큼 뛰어나다.
5)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 에디션 드 퍼퓸 프레데릭 말
- Portrait of a Lady by Editions de Parfums Frederic Malle
- 복잡한 만큼 아름다운
- 조향사 도미니크 로피용
- 같은 이름의 헨리 제임스 소설에서 영감을 받은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는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을 꿈꾸었지만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의 희생양이 되어 버린 소설 속 이자벨 아처 만큼이나 복잡하고 매혹적이다. 어둡게 그을린 장미로 만든 벨벳 커튼이고 웅장한 빅토리안 양식의 집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 방이다. 파촐리의 깔깔하고 거친 줄기에서 나온 텁텁한 먼지 가 커튼에 내려앉아 가시밭길 같은 그녀의 앞날에 위험을 더한다. 로마의 교회가 모여 있는 골목길에서 인센스 내음이 퍼져나간다. 강렬함과 부드러움이 서로 자리를 차지하려 다투며 지나간 자리에는 관능미가 느껴지는 잔향이 남는다. 씁쓰름한 블랙 커런트 노트가 이자벨을 더 깊은 어둠 속으로 이끌어 역설적이게도 붉은 장미의 순수한 아름다움이 책을 덮고도 한참 동안 곁을 맴돌고 있다.
* 참고
<조향사의 컷>
모시 플로럴에 등장하는 향수 열 개 중 프레데릭 말의 향수가 세 개, 인디 조향사의 향수가 세 개다. 프레데릭 말은 조향사에게 창조적인 자유를 허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며 직접 만든 향수를 출시하는 아르티장 조향사는 원하는 향은 뭐든 만들 수 있다. 조향사는 시프레 향수를 즐겨 만들지만 보통 너무 진하고 빈티지해서 부담스럽기 때문에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경우 가 드물다. 하지만 우리는 그게 디렉터스컷 영화처럼 즐겨볼 만한 가치가 있는 취향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