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OODY
1) 오 드 메르베이
- 에르메스
- Eau Des Merveilles by Hermès
- 기쁨이 가득 차오르는 정원
- 조향사 나탈리 파이스타우어, 랄프 슈비거
- 오 드 메르베이는 순간을 병에 담은 향수 중 하나다. 이 경우 그 순간은 폐 깊숙이 들어차는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따사로운 햇살이 피부에 입을 맞출 때, 선탠로션처럼 살짝 우윳빛이 감도는 향기와 함께 시트러스 숲에 감도는 공기다. 희미한 스파이스 노트가 반딧불처럼 떠다니며 반짝이는 마법을 더한다. 오 드 메르베이는 실로 경이로운 향기를 지니고 있으며, 그 달뜬 아름다움은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활기를 선사한다. 오렌지의 풍미, 은은한 소나무 향, 바다 공기 같은 향이 온통 휘감기다, 이 향기로운 에덴을 마지못해 떠날 때 발 밑에 있는 마른풀의 모시 노트가 마무리한다.
2) 코코 마드모아젤
- 샤넬
- Coco Mademoiselle by Chanel
- 우아하고 무해한 완벽함
- 조향사 자크 폴주
- 코코 마드모아젤은 2001년 코코의 보조 격으로 출시되었다. 하지만 코코를 능가하는 성공 신화를 썼고, 이는 여기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독자가 선택한 ~ 한 향수’의 타이틀을 가졌다는 의미다. 코코 마드모아젤은 공기처럼 가볍고 상쾌한 향수의 유행이 지나고, 달콤한 구르망 플로럴 향수가 서서히 인기를 얻기 시작하던 1990년대에 등장했다. 오렌지 꽃, 장미, 재스민 노트가 어우러진 세련되고 여성미가 넘치는 플로럴 부케와 함께, 거부할 수 없는 잔향이 고개를 돌린다. 파촐리와 머스크 베이스 노트는 지속력과 촉촉한 흙내음, 관능적인 향기의 독특함을, 바닐라 노트는 부드러운 매력을 더한다. 회사에서는 일할 때는 고상한 향기가, 둘만의 저녁 식사에는 매혹적인 향기가 감도는 마드모아젤을 뿌리고 관능적으로 걸어보자.
3) 힙노틱 쁘아종
- 디올
- Hypnotic Poison by Dior
- 매혹적인 풍미
- 조향사 아닉 메나르도
- 같은 라인의 향수라고 해서 항상 오리지널 버전과 공통점이 많은 것은 아니다. 디올의 힙노틱 쁘아종의 경우가 그렇다. 오리지널 쁘아종과 비슷한 점은 백설 공주의 독이 든 사과를 닮은 향수병과, 쁘아종 라인에 걸맞은 발산력과 지속력뿐이다. 나무, 과일, 꽃, 향신료의 복잡한 조합은 군침이 돌만큼 달큼한 구르망 향조를 더하고, 재스민, 장미, 은방울꽃 노트가 능수능란하게 뒤를 받쳐준다. 하지만 아몬드, 바닐라, 코코넛 노트가 곧 무대를 빼앗아 따뜻한 바닐라와 희미한 마지팬 어코드로 독특한 특색을 만들어낸다. 바닐라 노트는 답답한 달콤함이 아닌 황금빛과 우디 향이 어우러진 은은한 향긋함이 가득해 구르망 향을 싫어하던 사람도 사랑에 빠진다.
4) 듄
- 크리스찬 디올
- Dune by Christian Dior
- 황금빛 앰버 모래와 밝게 빛나는 햇빛
- 조향사 장 루이 시우작, 네즐라 바르비르
- 듄은 맨발로 해변을 걷는 느낌으로 1990년대 단아하고 절제된 젠 스타일의 유행을 사로잡았고, 투명한 스카프에 어울리게 흩날리는 가벼운 플로럴 노트가 광고 속에 물결처럼 떠다닌다. 기분 좋게 아침을 깨우는 알데히드와 아름다운 꽃으로 밝게 시작한다. 작약만큼 예쁜 향기가 있던가? 배경에는 오후의 그림자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지는 가벼운 앰버와 스모키 한 레진 노트가 잔잔하게 깔려 있다. 발밑에는 따뜻한 모래가 있고 머리 위로는 청아한 하늘이 펼쳐져 있다. 듄은 바다에서 오는 옅은 안개와 내부에서 뿜어져 나오는 환희의 빛으로 가득 차 있다.
5) 삼사라
- 겔랑
- Samsara by Guerlain
- 마법사를 위한 향기
- 조향사 장 폴 겔랑
- 듄이 해변에 있다면, 삼사라는 사막으로 데려다준다. 더 가까이 다가오는 샌달우드 향수는 매혹적인 친밀함과 부드러운 빛을 불러온다. 은은한 일랑일랑과 바닐라 노트가 하나로 어우러지면서 포근함과 관능미가 자연스럽게 휘감긴다. 삼사라는 아이라인을 두껍게 그렸지만 어째서인지 자신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향긋한 샌달우드를 세련된 플로럴 노트가 둘러싼 채 삼사라의 흙내음이 나는 신비주의는 머리를 풀고 정열의 연기에 몸을 맡기라고 명령한다. 화려하고 이국적이며 잔향이 오래 남는 삼사라는, 낮뿐만 아니라 고양이가 쥐를 유혹하는 밤에도 도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