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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나는이야기

향수 종류(소프트 앰버 – 우디#03)

by 향기나는토끼 2023. 9. 7.

◈ WOODY

 

11) 로 디베

- 에디션 드 퍼퓸 프레데릭 말
- L'Eau d'Hiver by Editions de Parfums Frederic Malle
- 서리가 살짝 내린 앰버
- 조향사 장클로드 엘레나
- 이베는 프랑스어로 겨울을 의미하지만, 털모자와 따뜻한 스웨터와 잘 어울리는 대부분의 포근한 앰버와는 달리, 로 디베는 더운 여름날에 시원한 청량감을 안겨준다. 이 향수는 장 클로드 엘레나가 에르메스 전속 조향사로 합류하기 전인 2003년에 출시되었는데, 당시 프레데릭 말은 그에게 뭐든지 원하는 대로 만들어도 좋다고 했다. 그는 로 디베에서 섬세한 발걸음으로 미니 폭포와 시원한 연못 얼음을 띄운 홍차, 꽃으로 만든 침대가 있는 여름 정원으로 우리를 이끈다. 탄산수에는 연보라색 모브 플로럴, 헬리오트로프, 은은한 아이리스, 시트러스 과일 껍질을 더해 꿀과 함께 섞고 저었던 흔적이 남아 있다. 노트 목록에 헤디온이 언급되어 있지만 향기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헤디온은 후각의 유리 같은 원료로, 다른 노트의 향을 더 깔끔하게 맡을 수 있도록 도와주며, 가볍고 산뜻한 느낌을 주고 향기를 구분할 수 있는 요소로 분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12) 라이더

- 엑스 아이돌로
- Ryder by Ex Idolo
- 메이페어 클럽의 아늑한 의자
- 조향사 매튜 주크
- 캐나다의 인디 조향사 매튜 주크는 아내 타냐와 함께 리가로 향해 라트비아 최초의 니치 퍼퓨머리를 세우기 전까지, 런던에 기반을 둔 조향사 그룹에 속해 있었다. 다행히도 그의 아름다운 네 가지 향수는 여전히 전 세계에서 구할 수 있고, 우리 모두 발트해로 가야 할 훌륭한 이유를 준다. 하지만 라이더는 매튜와 타냐가 살면서 향수를 만들던 런던의 메이페어를 배경으로, 이제는 여성의 입장을 허용하고도 세상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신사들의 클럽을 묘사하고 있다. 라이더는 체리 파이프 담배에 재스민을 섞은 향이며 우드, 인센스 노트가 앰버 쿠션에 부드럽게 배어 있다.

13) 르말

- 장 폴 고티에
- Le Male by Jean Paul Gaultier
- 허브로 반전을 더한 앰버
- 조향사 프란시스 커정
- 르말은 끝내주는 베스트셀러 향수다. 한 방향으로 시작해서 막다른 골목으로 이끈다. 민트 라벤더가 들어간 우아하고 가벼운 허벌 시트러스 노트와 흥미롭지만 지나치지 않을 정도의 적절한 아르테미시아(쑥)와 커민 노트가 한데 어우러져 달콤하고, 부드럽다. 이렇게 성공적인 향수가 탄생하고, 조향사의 명성이 널리 퍼진다. 참고로 마스터 조향사는 수년간의 성공적인 연습 끝에, 업계에서 고전적으로 훈련받은 조향사에게 부여하는 공식적인 칭호다. 조향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스스로 마스터 조향사라 부를 수 없다. 비록 어떤 사람들은 그러기도 하지만 말이다. 프란시스 커정은 르말 라인 향수를 다섯 개 더 만든 뒤 자신의 회사인 메종 프란시스  커정을 설립해 다양한 제품과 심지어 향이 나는 비눗방울까지 판매하고 있다. 르말은 정말 인정해주어야 한다. 향수병도 환상적이다.

14) 오간자

- 지방시
- Organza by Givenchy
- 고전적인 형태의 우아함
- 조향사 소피 라베
- 오간자는 1996년 출시되었는데, 이세이 미야케의 로디세이가 가져온 충격적인 성공으로부터 향수 업계가 조금씩 회복하고 있을 때였다. 1990년대는 광고에서 강조한 만큼의 배려와 나눔은 없었지만, 확실히 원색을 회색으로, 향수의 강도를 10에서 7이나 8 정도로 낮춘 시대였다. 오간자는 얇고 투명한 직물로 꽃을 얹은 앰버 노트는 정확히 말하면 하늘거리며 비치는 향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플로럴 노트가 층층이 쌓여 있는 향기에 가깝고, 각각의 가장자리가 번지며 갓 자른 잎사귀와 함께 꽃다발로 어우러진다. 그리고 앰버는 페티코트 속치마로 감싼 것처럼 놓여 있다. 존재감이 있지만, 과하지 않다. 오간자 드레스를 입은 그리스 여신 모양의 병 디자인은 인정해주어야 한다. 그 우아한 아름다움을 사랑할 수도,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클래스는 부정할 수 없다.

15) 에스프리 듀 티그흐

- 힐리
- Esprit du Tigre by Heeley
- 맵싸한 와일드캣
- 조향사 제임스 힐리
- 다른 힐리 향수처럼 에스프리 듀 티그흐는 구글 번역기를 아직 쓸 줄 모르는 사람에게 대안이 될만한 영어 이름, '호랑이의 영혼'을 가지고 있다. 히피들이 비상약 서랍에 넣어둔 근육이나 머리가 아플 때 바르는 중국 연고인 타이거밤과 같은 향이 난다. 멘톨, 클로브, 유칼립투스 노트에 블랙 페퍼, 카다멈, 시나몬, 스모키 한 베티베르가 더해진다. 그 결과 이 향수는 여러분이 니치 퍼퓨머리에서 마주칠 수 있는 가장 맵고 얼얼한 향기를 갖게 되었다.

* 참고

<우디 앰버의 원료 I> 무엇이 우디 앰버 계열 향수를 부드럽고, 달콤하고, 진하고, 은은하게 만들까? 앰버 베이스는 곁에 가볍게 쌓여 자리를 잡을 부드러운 우드 노트가 필요하다. 절대 앰버 노트를 밀어내거나 돋보이지 않고 은은하게 감싸기만 할 뿐이다. 조향에 관심이 있다면 IFF가 만든 세드람버를 좀 더 찾아보면 좋겠다. 세드람버는 합성원료로 앰버 시더우드에 인센스와 후추를 더한 향이 나게 한다. 향수 노트 목록에서 찾기는 어렵겠지만, 여러분이 좋아하는 향수 중 하나에서 비밀스러운 책임을 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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