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OODY
16) 포머그래니트 누와
- 조말론
- Pomegranate Noir by Jo Malone
- 앰버 프루티 그 자체
- 조향사 베벌리 베인
- 2003년부터 조말론은 에스티 로더의 소유다. 조말론은 다국적 메가 브랜드로 조금 특별한 향수를 찾고 있는, 모든 방향에서 압박을 받는 워킹맘에게 위안을 주는 선택이다. 아빠들이 뿌려도 괜찮다. 조말론은 호감이 가는 대중적인 향수를 만들고, 2006년 출시된 이 붉은 과일 우디 앰버 향수는 맨투맨 티셔츠나 요가 바지를 입는 것처럼, 데일리로 뿌릴 수 있다. 포머그래니트 누와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름이다. 왜 반은 영어고 반은 프랑스어일까? 석류보다는 라즈베리와 설탕에 조린 자두 향기가 더 나고, 누아르의 짙고 어두운 색조보다는 가볍고 알싸한 호박색을 띤다.
17) 에이*맨
- 뮈글러
- A*Men by Mugler
- 남자다운 토피
- 조향사 자크 위클리에
- 티에리 뮈글러의 주요 컬렉션은 엔젤, 아우라, 에일리언처럼 비현실적인 현상에서 영감을 받거나 적어도 이름을 따서 출시되었다. 에이*맨은 오리지널 엔젤의 뒤를 이어 예의상 4년 후에, 멋쟁이 신사를 위한 감미로운 구르망 향조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스파이스 노트는 달지 않은 다크 초콜릿처럼 인상적이면서도 은은하게 페퍼와 칠리 향을 선사한다. 에이*맨은 출시 당시에는 꽤 달콤하고 독특한 향수에 속했지만, 이후 달짝지근한 구르망 계열 향수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명예의 전당에 자리할 만큼 상대적으로 무난한 위치에 서게 되었다.
18) 뉴욕
- 퍼퓸 드 니콜라이
- New - York by Parfums de Nicolai
- 무적의 만능선수
- 조향사 패트리샤 드 니콜라이
- 앰버, 이 단어로 충분하다. 이 향수를 처음 만났을 때 1965년 출시된 디올의 걸작인 시트러스 시프레 계열 향수 오 소바쥬가 떠올랐다. 톡톡 터지는 베르가못, 레몬, 페티그레인으로 시작해 베이스는 바닐라와 레진뿐만 아니라 오크모스 노트도 느껴진다. 인센스와 스파이스 노트는 1980년대 뉴욕의 화려함을 더한다. 1989년의 오리지널 버전과 최근 더 길고 강렬한 향기를 원하는 현대 향수 애호가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인텐스 버전 두 가지가 있다. 처음 오리지널 버전은 남성용이라고 적혀 있지만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고, 가볍게 뿌리기 좋은 향수라 나는 기쁜 마음으로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니콜라이 향수들은 니치 퍼퓨머리만큼 향기가 좋은데도, 일부 유명인 향수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 허세나 가식 없이 오직 진심 어린 향기로 승부를 건다.
19) 원밀리언
- 파코 라반
- 1 Million by Paco Rabanne
- 칭찬 제조기
- 조향사 크리스토프 레이노, 올리비에 페슈, 미셀 지라드
- 원밀리언은 순전히 너무 인기가 많다는 이유로 얕보는 향수 중 하나지만, 유명한 데는 다이유가 있다. 탑 노트에는 시트러스, 미들 노트에는 알싸한 스파이시 로즈, 그리고 베이스 노트에는 앰버 우드가 자리하고 있다. 좋은 냄새가 나서 무슨 향수를 뿌리는지 물어봤을 때 열에 아홉은 원밀리언이었다. 그들은 종종 머쓱해하면서 "음, 이건 그냥 원밀리언인데요"라고 말하겠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조향사들이 집단 지성을 쏟아부어 완성한 이 클래식이 가진 매력을 마음껏 즐겨도 좋다. 2018년 출시된 플랭커 원밀리언 럭키도 있다. 달콤한 헤이즐넛과 자두 향이 더해진 앰버의 풍미를 느낄 수 있으니 함께 즐겨보자.
20) 말라바
- 펜할리곤스
- Malabah by Penhaligon's
- 부드럽고 알싸한 즐거움
- 조향사 미공개
- 말라바는 향신료 무역으로 유명한 인도 해안 지대다. 말라바 향수는 달콤한 머스키 앰버에 샌달우드, 생강, 넛맥 노트를 더해 전통을 계승한다. 설립자이자 영화감독인 프란코 체피렐리 가 회사를 매각한 후 다국적 향수 거대 기업인 푸이그가 인수하기 전, 즉 펜할리곤스 브랜드 역사의 중간쯤에 출시되었다. 브랜드는 정체성 위기에 직면해 성격이 다른 향수가 많았다. 초기의 얌전하고 비현실적인 플로럴 계열 향수와, 상쾌한 푸제르 계열 향수부터 젊은 팬들의 인기를 끈 영국 귀족을 모티브로 만든 특별하고 멋진 동물 머리 모양의 캡과 세 배가 넘게 비싼 컬렉션까지, 카탈로그를 채우는 라인업이 상당하다. 갈피를 못 잡게 하는 어수선함에도 불구하고, 펜할리곤스에는 늘 향수 애호가를 행복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 참고
<우디 앰버의 원료 II> 라브다넘 앱솔루트는 지중해 전역에서 자라고 북유럽의 공원과 정원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록 로즈 관목(학명: 시스투스 라다니페르)의 끈적한 수지를 추출해 만든다. 물결 모양의 하얀 꽃잎이 샛노란 중심을 둘러싸고 있어서 여러분은 계란프라이 꽃으로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록 로즈는 수백 가지의 (천연) 화학 분자로 만들어져 놀랄 만큼 복잡하다. 싱싱한 허브와 크림 노트와 어우러져 건초, 가죽, 이끼, 인센스, 나무 향을 풍긴다. 라브다넘 앱솔루트가 더해지면 앰버향이 더욱 특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