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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나는이야기

향수 종류(소프트 앰버 – 토바코)

by 향기나는토끼 2023. 8. 24.

◈ ТОВАССО

 

1) 볼류트

- 딥디크
- Volutes by Diptyque
- 황혼 속 시가
- 조향사 파브리스 펠레그린
- 딥디크 향수들은 첫눈에 호감을 주고 마음을 사로잡는 능력이 뛰어나다. 매장에서 딥디크 향수를 뿌리면 사지 않고 벗어나기가 힘들다. 비록 실제로는 향수별로 호불호가 조금 있긴 하지만, 볼류트는 기대 이상으로 괜찮다. 첫 향을 맡자마자 향수가 얼마나 순식간에 사람을 다른 곳에 데려다 놓을 수 있는지 알게 된다. 마지막 햇살 한 줄기가 먼 곳에 드리우는 따뜻하고 어스름한 여름 해 질 무렵, 담뱃잎을 말리고 있는 들판을 정처 없이 거닐 때의 향기가 난다. 군데군데 꿀이 묻은 건초의 풍성한 흙내음과 달큼한 향기가 사라지기 시작하면, 깃털같이 가벼운 오리스의 아지랑이가 선명한 금빛 캐러멜 노트와 함께 온종일 나른하게 볕을 쬐던 고양이가 기지개를 켜듯이 퍼져나간다.

2) 타박 타부

- 퍼퓸 드 엠파이어
- Tabac Tabou by Parfum d'Empire
- 꿀을 바른 가죽과 앰버 플로럴
- 조향사 마크 앙투안 코르티치아토
- 타박 타부는 이름과 다른 향기가 난다. 담뱃잎 노트는 명목상 오프닝에서 잠깐 스쳐 지나갈 뿐이고, 실제로는 수선화 내음이 난다. 꽃가루가 묻은 건초와 꿀을 바른 가죽 냄새가 섞여 있고, 그 둘을 배우 탈룰라 뱅크헤드의 웃음보다 더 걸걸하고 깊은 플로럴 노트가 이어주고 있다. 조향사인 마크 앙투안 코르티치아토는 보이지 않는 조용한 노트를 사용해, 강렬한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어서 다채롭고 선명하게 빛나는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타박 타부는 총천연색이 가득한 수선화다.

3) 타바코 토스카노

- 산타 마리아 노벨라
- Tabacco Toscano by Santa Maria Novella
- 노릇노릇하게 구운 따뜻한 토바코
- 조향사 미공개
- 피렌체 수녀원과 다양한 향수 컬렉션을 가진 산타 마리아 노벨라는 허브 팅크, 초콜릿, 우아하게 포장된 비누 등으로 한국인 단체 관광객의 넋을 잃게 만든다. 모든 게 다소 관광상품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뛰어난 품질은 그것을 가치 있게 만든다. 그들의 향수는 오 드 투알레트로 지속성을 위해 만든 것이 아니지만, 토바코 향은 어느 정도 유지가 된다. 타바코 토스카노는 깊은 풍미가 느껴지는 몰트 위스키, 구운 보리, 불을 붙이지 않은 궐련, 토피, 달빛이 비치는 정원의 꽃내음으로 당신을 매료시킨다. 나는 산타 마리아 노벨라가 이 향수에 성별 라벨을 붙이지 않고, 우리가 시향을 권한 모든 사람이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 해지는 매력적인 향기가 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서 참 기쁘다.

4) 앙브르 누와르

- 안젤라 플랜더스
- Ambre Noir by Angela Flanders
- 반드시 나누어야 할 어두운 비밀
- 조향사 안젤라 플랜더스
- 앙브르 누와르 향기를 맡았는가? 그렇다면 맡은 소임을 다 했다. 궁극의 앰버 향수를 향한 지난한 임무는 디킨스와 해리포터, 아니면 런던의 강들 사이 어디쯤인 이스트 런던의 좁은 골목길에서 끝난다. 이제는 고인이 된 안젤라 플랜더스의 작품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고 열심히 이야기하는 건 안젤라의 향수가 그럴만한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앙브르 누와르의 작은 병에는 영혼이 담겨 있어, 백화점 향수로 가득한 장바구니보다 더 많은 마법을 보여준다. 순수한 앰버 노트의 풍성한 물결이 넘실거린다. 아주 강렬하고, 진하고, 애니멀릭 하지만 달콤한 유혹과도 같아서, 램프의 지니가 불쑥 나타나 세 가지 소원을 이루어준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정도다. 앰버, 우드, 스파이스, 토바코 노트가 목록에 쓰여 있지만, 내게는 시티락스, 라브다넘, 바닐라, 벤조인 노트가 느껴진다. 내가 장담하는데 누군가 거부할 수 없는 향수를 원한다면 바로 이거다.

5) 토바코 바닐

- 톰포드
- Tobacco Vanille by Tom Ford
- 안아주고 싶은 포근함
- 조향사 올리비에 질로틴
- 토바코 바닐은 이름이 주는 느낌보다 훨씬 더 고급스럽고 크리미 하다. 음양의 조화처럼 모든 노트가 완벽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 토바코도 바닐라도 서로 나서지 않고 나란히 서서 순수하고 풍요로운 안락함이 느껴진다. 오프닝은 말린 담뱃잎 노트가 가득하지만, 바닐라 노트가 곧바로 따라온다. 어렴풋이 희미하게 일렁이는 코코아 향기가 깊이를 더하면서 나무의 독특한 향취를 채워준다. 크리스마스 리큐어처럼 풍성한 말린 과일이 마지막에 합류하는데, 이때 군침이 도는 향긋함은 모두가 당신을 꼭 안고 싶어 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에 조심해서 뿌리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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