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LORAL
6) 파 어웨이
- 에이본
- Far Away by Avon
- 향수의 세계가 간직해 온 비밀
- 조향사 자비에르 레나르
- 파 어웨이는 1992년 출시 이래 에이본에서 가장 잘 나가는 향수다. 향수의 시대에 살아 있는 전설이었다. 그 이후로 많은 에이본 향수가 사라졌지만, 파 어웨이는 여전히 골수팬과 새롭게 생겨나는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바닐라, 코코넛, 복숭아, 그리고 특히 멋진 이름을 가진 카로 카라운드와 재스민, 가드니아의 화이트 플로럴 노트가 가장 눈에 띈다. 미들 노트부터 조금씩 온기가 오르면서 앰버, 깔끔한 머스크, 희미한 우드 노트가 따뜻하고 포근하게 감싸며 마무리를 짓는다. 파 어웨이는 가볍게 분을 발랐지만 여전히 상쾌한 꽃내음이 나는 보송보송하고 파우더리 한 느낌을 선사한다. 경이로운 사실 하나를 덧붙이자면, 정말 말이 안 될 정도로 가격이 싸다.
7) 미드나잇 판타지
- 브리트니 스피어스
- Midnight Fantasy by Britney Spears
- 낮에 먹는 디저트
- 조향사 캐롤라인 사바스
- 수정 같은 별이 수놓아진 잉크빛 짙은 밤하늘처럼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향수병과 함께, 미드나잇 판타지는 군침이 도는 자두와 프루티 노트를 품고 있다. 체리, 자두, 바닐라 노트가 어우러져 블루베리 향을 풍기며, 희미한 머스크 향의 배경을 보완해 준다. 난초와 아이리스 노트는 10대 팬과 어른 사이의 간극을 메우며 이 장난기 많은 프루티 노트를 좀 더 어른스러운 플로럴 향으로 이끈다. 미드나잇 판타지는 이름이 보여주는 고혹적인 눈길보다 밝게 빛나는 프루티 플로럴에 가깝다. 그 안 어딘가에서 방금 샤워를 끝내고 나왔을 때처럼 깔끔하고 생기 넘치는 비누 향이 터져 나온다. 밤하늘 같은 병만큼이나 사랑스럽다.
8) 코코
- 샤넬
- Coco by Chanel
- 옅은 베이지 속에 숨겨진 1980년대의 화려함
- 조향사 자크 폴주
- 코코는 가장 강렬한 향수의 시대였던 1984년에 출시되었고, 다음 해에는 쁘아종과 옵세션이 뒤를 이었다. 모든 향수가 과도한 영역으로 향할 때, 코코는 절제된 파리지앵의 지적인 세련미로 단연 돋보였다. 자신의 매력을 지나치게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1980년대의 '날 좀 봐주세요' 하는 시끌벅적한 향수보다, 1940년대의 간결함과 우아함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스파이스와 플로럴 노트가 부드럽게 조화를 이룬다. 미모사와 오렌지 꽃 노트는 섬세한 손길로 클로브와 미르 노트를 밝게 빛나게 하며, 여성스러움과 신비로움이 어우러진 격조 높은 향기를 선사한다. 코코를 뿌리고 지나간 자리에는 앰버의 베일이 여전히 하늘거리고 있다.
9) 유스 듀
- 에스티로더
- Youth-Dew by Estée Lauder
- 아름답게 숙성을 거친 클래식
- 조향사 조세핀 카타파노
- 유스 듀는 그들이 생각하는 '평범한 여성‘에게 고급스러운 느낌을 선사하려는 에스티 로더의 의도와 함께 바스 오일로 시작했다. 지금의 유스 듀 오 드 퍼퓸은 화려함과 사치스러움의 전형이지만 가격은 여전히 싸다. 살짝 뿌리기만 해도 온종일 클로브 내음과 함께 향신료의 이국적인 느낌이 온몸을 감싼다. 복숭아, 비누, 플로럴, 오크모스, 머스크, 바닐라, 깊은 레진 노트가 오묘하게 어우러진 여성스러움은 맡자마자 즉시 알아볼 수 있고 절대 잊을 수 없는 향기를 선사한다. 유스 듀는 어린 소녀처럼 풋풋한 향기도 아니고, 맑고 깨끗한 이슬방울이 맺혀 있지도 않다. 그러나 이 지나치게 과장된 이름은 신문 광고가 여성들에게 별이라도 따다 줄 것처럼 모든 것을 약속했던 유스 듀가 출시된 1953년에 잘 들어맞는다. 드라마 ‘매드맨'의 조앤 할로웨이가 유스 듀로 목욕을 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10) 클래식
- 장 폴 고티에
- Classique by Jean Paul Gaultier
- JPG의 이상형
- 조향사 자크 카발리에
- 클래식의 원래 이름은 장 폴 고티에였는데, 향수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플랭커 향수가 잇달아 출시되면서, 이름을 오리지널 버전이라는 의미의 클래식으로 바꾸었다. 아름다운 여성의 토르소 모양의 향수병은 당시 혁신적이었으며,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 캔 같은 포장은 고티에의 전형적인 인습타파적 유머를 보여준다. 내게 장 폴 고티에의 클래식은 아주 시크한 핸드백 속 같은 냄새가 난다. 페어와 아니스 노트에서 풍기는 희미한 매니큐어 향기에 장미, 아이리스 투베로즈는 파리의 거리에서 가볍게 지나치는 화려한 귀부인처럼, 고전미가 넘치는 플로럴 노트의 물결을 더한다. 활짝 피어난 오렌지 꽃이 여성스러운 비누 내음을 더하는 동안 바닐라는 그녀의 멋진 옷에 감추어진 흥분으로 콩닥거리는 가슴에 열기를 더한다. 기분 좋은 느낌과 여성스러움을 선사하는 클래식은 여성과 그들의 품격, 심오함, 신비로움... 아무튼 그 모든 매력을 찬양한다.
* 참고
<플로럴? 아니면 앰버?> 향수를 어느 상자에 넣어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시점이 온다. 이 향수가 플로럴 계열이든가? 앰버 계열이든가? 둘 다인가? 아니면 다른 게 더 있나? 향수가 만다린과 블랙커런트의 무지갯빛 향기로 시작해서, 꽃잎을 흩뿌리는 듯한 꽃내음을 전한 다음, 라브다넘과 머스크의 따뜻한 향취를 불어넣으면, 우리는 그걸 뭐라고 불러야 할까? 우리는 향수의 매력을 가장 잘 나타내는 향기를 기준으로 분류했다. 플로럴과 앰버 향수 모두 살결에 바닐라, 발삼, 꽃내음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부드러운 기운을 남기며 가라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