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ARE FLOWERS
5) 헬리오트로프 블랑
- LT. 피버
- Heliotrope Blanc by L.T. Piver
- 완벽에 가까운
- 조향사 루이 - 투생 피버
- 헬리오트로프 계열 향수는 1890년대 후반에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겔랑의 헬리오트로프 블랑은 1890년, 루뱅은 1893년에 출시되었지만, 둘 다 지금은 단종되었다. 헬리오트로프 향수는 향수 화학의 황금기가 시작되던 1880년대 합성 알데히드인 헬리오트로핀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겔랑의 시그니처 향인 겔리나드의 원료 중 하나로 빠르게 채택되었다. 피버의 화이트 헬리오트로프 노트는 아몬드(벤즈알데히드, 마지팬 향)와 바닐라(합성 바닐린, 겔리나드에도 들어 있음) 노트와 함께 점점 더 맛있어진다. 헬리오트로프 블랑은 그 멋진 시대의 시작부터 함께했고, 우리는 찬사를 보내야 한다.
6) 펠라고늄
- 아에데스 데 베누스타스
- Pélargonium by Aedes de Venustas
- 기쁨이 넘치는 정원
- 조향사 나탈리 파이스타우어
- 펠라고늄 향을 맡는 건 클래식 음악을 처음 듣고 그 완벽함에 압도당하는 것과 같은 감정적인 경험이었다. 펠라고늄은 제라늄의 다른 이름으로 그 자체의 향을 충분히 느낄 가치가 있다. 블랙 페퍼와 자른 레몬 조각이 클로브와 벨벳 같은 장미 노트와 어우러져 깊은 구아이악우드, 흙내음이 나는 베티베르, 그린 허브 클라리세이지 노트로 제라늄의 어두운 면을 한껏 끌어올린다. 향조가 비슷한 오리스와 당근 노트가 가세해 부드러운 채소 내음이 베이스를 이루고, 꽃과 잎사귀가 섞여 만들어낸 가장 부드러운 머스크 블렌딩은 제라늄 향을 잃지 않으면서도 중독적인 파우더 내음이 나는 잔향을 남긴다. 우아함의 정수를 보여주는 진정한 걸작이다.
7) 베제 볼레
- 까르띠에
- Baiser Volé by Cartier
- 말쑥하고 도도한 파리지앵의 백합
- 조향사 마틸드 로랑
- 베제 볼레는 '도둑맞은 키스'라는 의미로 왠지 프랑스 엑센트를 쓰는 낭만적인 매력이 다가올 것 같다. 베제 볼레의 메인 노트는 백합이다. 은방울꽃이 아니라 전형적인 우아함과 도도함을 가진 매혹적이고 매끈한 트럼펫 모양의 꽃이다. 이슬처럼 깨끗하고 사랑에 빠지는 마법 주문 같은 화려한 꽃의 아름다움과 희미한 향신료 내음이 번갈아가며 모습을 드러낸다. 짙은 녹색의 잎사귀가 타임 향과 숲내음을 더한다. 베제 볼레는 완벽한 싱글 노트 소프라노로 살결에 닿는 순간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파리지앵처럼 도도하고, 진주처럼 아름답다.
8) 리스 메디테라네
- 에디션 드 퍼퓸 프레데릭 말
- Lys Mediterannee by Editions de Parfums Frederic Malle
- 따스한 햇볕 아래 은은하게 퍼지는 백합의 향기
- 조향사 에두아르 플레시에
- 백합 노트는 멋진 관종으로, 향긋함이 정원을 가로질러 골목 어귀까지 퍼져나간다. 자유롭게 만들고 싶은 향수를 만들도록 초대받은 에두아르 플레시에는, 프레데릭 말 오리지널 컬렉션에서 두 개의 향수를 만들었다. 디올의 땅드르 쁘아종을 만든 조향사에게서 더 현란한 것을 기대할지도 모르지만, 부드럽게 다가오는 백합 향기는 마치 그가 ‘음, 그건 1990년대의 나였어, 이제 조금 진정할 때가 되었지'라고 결심한 것처럼 느껴진다. 프레데릭 말이 펴낸 책에 따르면 리스 메디테라네에는 꽃생강, 은방울꽃, 수련, 오렌지꽃 이렇게 네 가지 플로럴 요소가 있다. 향수를 뿌리면, 온종일 감도는 햇빛을 머금은 참나리의 구름 속에 있는 기분이 든다. 산뜻하고 시원한 지중해 바람이 칸에서 그라스로 불어오고, 머스크의 부드러움이 해가 질 무렵까지 이어진다.
9) 오렌지 블라썸
- 펜할리곤스
- Orange Blossom by Penhaligon's
- 아낌없이 주는 오렌지 나무
- 조향사 베르트랑 뒤쇼푸르
- 오렌지 블라썸은 오렌지와 무성한 녹색 잎사귀 향이 살짝 밴 화이트 플로럴의 쾌활함이 있다. 거기에 향기를 유지해 줄 친구까지 함께 어우러지면 순수한 마법의 작품이 탄생할 수 있다. 베르트랑 뒤쇼푸르는 펜할리곤스가 2010년 출시한 오렌지 블라썸 오 드 퍼퓸으로 그걸 해냈다. 다른 향수와 달리 점잖게 뒤에 앉아 지원군 역할을 맡은 투베로즈, 바이올렛 잎사귀, 탱글탱글한 레드 베리, 아늑한 바닐라 노트가 반겨주는 베이스로, 오렌지 꽃은 밝게 빛난다. 뿐만 아니라 뒤에서 아름답고 조화롭게 울리는 플로럴 코러스와 함께 독특한 아리아를 뽐내며 우아한 스타의 눈부신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우유처럼 매끄러운 화이트 노트가 다른 노트 위를 맴돌며 피크닉을 갈 때 차려입은 담백한 원피스의 순수함을 드러낸다. 여름이여 영원하라! 그리고 2010년 잠깐 모습을 드러냈다가 사라졌지만 열렬한 성원을 받으며 다시 돌아온 러쉬의 오렌지 블러썸 향수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