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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나는이야기

향수 종류(시트러스 – 레몬)

by 향기나는토끼 2023. 7. 12.

◈ LEMON

 

1) 오드 플뢰르 드 세드라

- 겔랑
- Eau de Fleurs de Cedrat by Guerlain
- 시간을 초월한 진정한 고전
- 조향사 자끄 겔랑
- 향수를 찾는 모험에 나서는 경험은 평생 기억에 남는다. 1990년 런던의 고급 백화점인 디킨스 앤 존스에서(지금은 문을 닫았다) 출시한 지 70년이 된 오 드 플뢰르 드 세드라를 소개받았다. 디올의 디올엘라를 좋아하는 내 취향을 고려해 친절한 겔랑 매장 직원은 과장된 몸짓으로 이 멋들어진 향수를 카운터 아래에서 꺼내 짠 하고 보여주었다. 시트러스 계열 향수에 막 입문해 사랑에 빠진 젊은 시절의 내 관심을 끄는 상쾌하면서도 톡 쏘는 비밀스러운 매력이 있었고, 나는 여전히 이 향수를 엄청 좋아한다. 세드라는 영어로 시트론(citron)이라고 하며 라틴어로는 시트러스 메디카라고 부른다. 크고 껍질이 울퉁불퉁한 레몬처럼 보이지만, 시트론에서 추출한 에센셜 오일은 100년 전 천재 조향사 자끄 겔랑에게 영감을 줄 만큼 천상계의 우아함을 지니고 있다. 꼭 한번 시향 해보라. 고전적인 향수지만 바로 어제 만든 것처럼 깔끔하고 세련된 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 오렌지와 레몬, 세인트 클레멘츠

- 힐리
- Oranges and Lemons, Say The Bells Of St. Clement's by Heeley
- 감미로운 종소리, 레몬의 소리
- 조향사 제임스 힐리
- 레몬 아니면 오렌지? 양쪽 모두 가능하지만, 레몬 향을 먼저 맡을 수 있어서 레몬 계열에 넣기로 했다. 힐리는 아직 들어본 적이 없을 만큼 작은 향수 회사지만, 이제 배워볼 때가 왔다. 제임스 힐리의 향수는 미묘하게 파괴적이다. 민트 향 향수에 도전해 멍뜨 프레슈로 성공을 거두었다. 또한 힐리의 아이리스 향수는 매력이 넘친다. 힐리 향수는 오페라보다 현악 4중주에 가깝다. 니치 향수로 거한 생일 선물이 될 테니 시내 중심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격을 기대하지 말자. 오렌지와 레몬, 네롤리와 페티그레인은 마지막에 일랑일랑, 베티베르와 부드럽고 조화롭게 바뀐다. 세인트 클레멘츠를 뿌리면 걷다가 문득 '이런 향을 언제 뿌렸지?' 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3) 운 제스트 드 로즈

- 레 퍼퓸 드 로진느
- Un Zest de Rose by Les Parfums de Rosine
- 은은한 향을 풍기는 레몬 장미 차
- 조향사 프랑수아 로베르
- 레 퍼퓸 드 로진느는 오랫동안 자취를 감추었던 향수 브랜드 중 하나로 마리엘렌 로종이 부활시켰다. 잘 살펴보면 두 회사 사이에 70년이라는 간극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첫 번째는 매우 획기적인 여성복 디자이너 폴 푸아렛이 소유했다. 딸을 위해 만든 라 로즈 드로 진느를 포함해 이제껏 만들어진 향수 중에 가장 비싼 향수 라인업을 출시했지만, 사업은 극적으로 실패했다. 이후 1991년 새로운 라 로즈 드 로진느가 꽃을 피웠다. 직접 만나본 마리 엘렌은 향수와 장미에 대한 열정이 폭발하는 사람이었다. 엘렌의 모든 향수는 서로 다른 장미의 향기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운 제스트 드 로즈는 레몬의 싱그럽고 생동감 넘치는 향기로 시작한다. 시트러스 베일이 걷히고 부드러운 장미, 머스크, 그린 마테 향이 은은하게 감돈다. 마치 세련된 친구가 에프터눈 티를 마시러 와서 활력 넘치게 근황을 늘어놓다가 30분 정도 지나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이야기를 나누려 편안히 앉는 것 같다.

4) 레몬 앤 진저

- 4711 아쿠아 콜로니아
- Lemon & Ginger by 4711 Acqua Colonia
- 싱싱한 레몬 그 자체, 거기에 생강 한 꼬집
- 조향사 알렉산드라 칼레
- 시원한 얼음이 깨진 것처럼 보이는 병에 밝은 레몬색 라벨이 붙어 있는 이 향수는 보이는 그대로다. 레몬 한가득에 생강 몇 방울 가성비가 엄청나고, 누구든지 좋아할 향수다. 했던 말을 반복하고 싶지 않지만, 시트러스 계열 콜로뉴답게 지속력이 매우 짧다. 지속력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 이 향수는 만족할 만한 선택이다.

5) 버베나

- 록시땅
- Verbena by L'Occitane
- 톡톡 터지는 지중해 레몬
- 조향사 미공개
- 상쾌하게 활력을 북돋는 버베나 향은 맡자마자 레몬 셔벗이 떠오를 것이다. 아침에 자몽을 한입 베어 물 때처럼 기분 좋게 톡 쏘는 상큼함과 함께 록시땅의 버베나는 놀라우리만큼 오래 지속되는 강한 풍미를 지니고 있다. 작지만 강력한 버베나 관목은 쨍한 레몬과 그린 향이 풍부하며 여기에 레몬과 오렌지 노트가 더해지면 사람들의 발걸음에 활기를 불어넣는 향이 탄생한다. 이를 대체할 만한 향수는 거의 없다. 시트러스 계열이 으레 그렇듯 버베나의 풍성한 향도 점차 사라지면서 초록빛으로 물든 정원의 풀잎향, 자잘한 제라늄 조각의 알싸함, 은은한 장미의 잔향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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