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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나는이야기

향수 종류(우드 – 클래식)

by 향기나는토끼 2023. 10. 10.

◈ 우드

우드 계열 향수는 보통 갈색 상자로 포장해서 '남성용' 진열대에 올려두었다. 하지만 시대는 변한다. 게다가 여러분은 이미 우리가 향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고 있다. 향수는 뿌리고 싶은 사람 모두가 뿌릴 수 있어야 한다.
우드 계열 향수는 플로럴 계열만큼이나 범위가 넓다. 버지니아산 시더우드의 새 연필 향에서 시작해 포근한 체취를 풍기는 애니멀릭 아틀라스 시더 향기나 싱그럽고 꾸덕한 소나무 향을 거쳐 검게 그을린 숯 향까지 실로 다양하다. 인도 마이소르에서 생산한 인디아 샌달우드는 알싸한 향신료가 들어간 차이향이 나고, 로즈우드는 부드러운 비누 향이 난다. 그리고 현대의 분자로 만든 부드러운 화학향료는 멸종 위기에 처한 나무를 대신해 천연 에센셜 오일의 지속력을 높이고, 향수의 생산 가격은 낮춘다. 남자, 여자 가릴 것 없이 모든 사람이 숲 속을 한가로이 거닐 때 느끼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 CLASSIC

 

1) 원더우드

- 꼼데가르송
- Wonderwood by Comme des Garçons
- 알싸한 인센스 우드
- 조향사 앙투안 리에
- 꼼데가르송의 향수는 디자이너가 만든 옷처럼 언제나 모험이 가득하다. 창업자인 카와쿠보 레이는 1973년 자신의 회사를 설립함으로써 일본 향수 업계의 관행을 깨뜨렸다. 꼼데가르송은 '소년처럼', 또는 '소년들이 하는 방식'이라는 의미로 이름처럼 행동했고, 심지어 더 나았다. 원더우드의 경이로움은 포장부터 시작한다. 다양한 에디션이 있지만, 내 향수는 빛나는 암회색 유리병에 담겨 크고 부드러운 검은색 무광 천에 싸여 있다. 깔끔하면서도 영롱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하다. 오프닝에서는 향기 자체의 균형 잡힌 광채와 따뜻함이 잘 드러난다. 알싸한 향신료 내음이 가득하고, 샌달우드를 깎아 만든 화물 상자를 처음 열었을 때처럼 그윽한 나무 향이 공중으로 퍼져나간다. 블랙 페퍼, 가루로 곱게 빻은 다양한 향신료, 인센스 노트가 매끄럽고 윤이 나는 나무 위에 자리를 잡았다.
 

2) 지방시 젠틀맨

- 지방시
- Givenchy Gentleman by Givenchy
- 정장을 입은 진지한 남자를 위해
- 조향사 폴 레제
- 위베르 제임스 마르셀 타핀 드 지방시 백작은 신사의 향기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가 예술적이고 귀족적인 고객을 위해 만든 알싸하고 애니멀릭 한 가죽 내음의 우드 향수는 향기가 마치 포효하는 사자 같았다. 첫 향수인 랑떼르디는 오드리 햅번을 위해 만들었고, 오드리는 친구답게 랑떼르디를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지방시 가문은 1969년 남성복을 제작하기 시작했으며, 지방시 젠틀맨은 1974년 출시되었다. 몇십 년이 지난 지금은 LVMH가 패션과 향수 브랜드 둘 다 소유해 새롭게 단장했다. LVMH의 기술은 고전을 재해석해 좀 더 대중적이고 현대적인 스타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지방시 젠틀맨의 스파이시 베티베르 노트가 나지막이 으르렁거리는 소리는 이제 부드럽게 그르렁거리는 소리로 들린다.
 

3) 떼르 데르메스

- 에르메스
- Terme D'Hermès by Hermès
- 자연의 향기
- 조향사 장 클로드 엘레나
- 떼르 데르메스는 완벽한 베티베르 향수이며, 널리 사용하던 이 성분을 슈퍼스타덤에 올려놓았다. 마른 흙내음이 나는 베티베르, 산뜻하고 시원한 캠퍼러스 시더, 효능을 발휘하는 파촐리 노트에 적당한 시트러스가 더해져 풍미가 한층 살아난다. 이 조합은 아주 가벼우면서도 풍미가 깊은 향수가 되었고, 도드라지는 노트라면 무엇이든 아늑하고 따뜻한 레진이 둥글게 감싸준다. 기분 좋은 바람에 실려 오는 제라늄은 작은 배역이지만 재치를 더해주는 단역 배우처럼 레몬 플로럴의 상쾌함을 더한다. 떼르 데르메스의 진수는 발을 붙이고 서 있는 숲과 대지의 따뜻한 향기를 선사하면서도, 마치 호수에 방금 도착한 것처럼 상쾌하고 시원한 바람이 느껴진다는 데서 드러난다.
 

4) 지잔

- 오르몽드 제인
- Zizan by Ormonde Jayne
- 남자를 위한 향기
- 조향사 게자 쇤
- 오르몽드 제인의 설립자이자 크레이티브 디렉터인 린다 필킹턴은 지잔을 '남자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만들게 된 향수라고 아주 매력적으로 묘사했다. 유행은 빠르게 바뀌고 향수를 남성용과 여성용으로 분류하는 건 의미가 없지만, 그래도 굳이 나누어보자면 이 향수는 확실히 남성용이다. 윤이 나는 나무, 짭조름하게 찰박거리는 소금물, 부드럽게 말랑거리는 유기농 밀랍이 어우러져, 지잔은 품격 있고 비싼 옷을 입는 남자라면 누구나 뿌리는 후각적 유니폼이 되었다. 올리브색 피부의 훤칠한 남자가 지중해 바다에서 요트를 타며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있다. 대형 브랜드 향수가 실제로 전달하는 것은 실패한, 광고를 보고 떠오르는 그 멋진 향기다. 더 큰 규모의 브랜드 향수 가격과 비교하면 지잔의 진가가 드러난다. 진하고 강렬하다. 강한 남자의 향기가 필요하다면 지잔을 뿌려보자.
 

5) 몰리큘 01

- 이센트릭 몰리큘스
- Molecule 01 by Escentric Molecules
- 한 가지에 집중하는 향기
- 조향사 게자 쇤
- 2006년 몰리큘 01은 향수 업계의 판도를 바꾸며 영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니치 향수로 등극했다. 몰리큘 01에 대해 떠도는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는 이게 페로몬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향수를 뿌렸을 때 자신의 향기는 맡지 못하고, 상대방의 향기는 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자신한테서도 향기를 맡을 수 있고 페로몬도 아니지만, 이 향수는 사람한테서, 그리고 향수를 뿌리는 모든 것들에서 더 나은 냄새가 나게끔 한다. 조향사 게자 쇤은 조향에 가장 널리 사용하는 화합물 중 하나지만 이전에는 아무도 사용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이소 이 슈퍼 분자를 사용해 단순한 향을 만들었다. 합성원료를 친근하게 만들어준 이센트릭 몰리큘스에 감사를 전한다. 자신의 부드러운 체취와 은은한 엠버우드 향을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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