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CENSE
1) 프아브르 23
- 르 라보
- Poivre 23 by Le Labo
- 런더너를 위한 르 라보
- 조향사 나탈리 로손
- 르 라보의 천재적인 마케팅 중 하나는 '시티 익스클루시브'라는 덫이다. 전 세계 어디서든 살 수 있는 9월을 제외하면 한 도시에서만 향수를 살 수 있는데, 이건 정말 향수 애호가를 애타게 만든다. 후추라는 뜻의 프아브르는 런던의 향이며 너무 사랑스러운 페퍼리 인센스 앰버 노트로 꽤 가볍지만 라브다넘 노트가 확실히 큰 목소리를 내며 돋보인다. 현대적인 우디 노트와 합성원료 기미가 느껴지는 강렬한 괴물(여기는 라스베이거스가 아니라 런던이다) 중 하나가 아닌 둥글둥글한 레진과 향신료가 가미된 전통적인 스타일이다. 런던에 이 향수를 사러 갈 수 없다면 초조해하지 말고 대신 구딸의 앰버 페티쉬를 뿌리면 된다. 그리고 만약 런던을 방문 중이라면 프아브르 23에 돈을 펑펑 쓰기 전에 선택 사항을 확인해 보라. 그 돈이면 안젤라 플랜더스의 앰버 향수를 네 병을 사고도 블랙캡 택시를 탈 수 있다.
2) 라 리뚜르지 데 제흐
- 조보이
- La Liturgie des Heures by Jovoy
- 신성한 교회의 인센스
- 조향사 자크 플로리
- 인센스, 즉 향을 피우면 집중력이 높아지고 마음을 진정시키고 명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걸 퇴폐라며 인정하지 않는 일부 분파를 제외하고 고대 사원에서는 사람들을 평온한 이완 상태로 만들기 위해 인센스를 사용했다. 라 리뚜르지 데 제흐는 축축하게 젖은 돌, 비가 새는 지붕, 오래된 책, 그리고 약간의 비눗물 향기를 떠오르게 한다. 생계를 꾸리느라 고군분투하며 고통과 순교의 흔적인 나무로 만든 신도석과 연기로 얼룩진 그림이 있는 중간 정도 크기의 프랑스 교회 같다. 프랑스 교회 냄새를 맡고 싶은가? 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나름의 매력이 있다. 조보아의 라흐 드 라 게르와 레이어링 해서 뿌리면 마치 카멜롯으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 느껴진다. 향수에서 신성한 향기가 난다고 말하면 신성모독이려나.
3) 코팔 아주르
- 아이데스 데 베누스타스
- Copal Azur by Aedes de Venustas
- 바닷가의 인센스
- 조향사 베르트랑 뒤쇼푸르
- 베르트랑 뒤쇼푸르의 이름이 군데군데 보일 텐데, 그건 그와 그의 팀이 소규모 퍼퓨머리 업계의 인기인이기 때문이다. 뛰어난 조향사이기도 하고, 특히 연기가 자욱하게 퍼지는 인센스 노트를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향과 조합하는 능력은 인상적이다. 코팔 아주르는 파도가 해변을 뒤흔들 때 해안가에 있는 교회의 문 같은 향기가 난다. 에스프레소와 함께 향신료를 뿌린 수제 패스트리를 내오는 작은 카페, 그물을 손보고 있는 어부들, 푸르가토리오 교회의 돌계단에 보이지 않게 감도는 지난밤늦은 미사의 향기를 떠올리게 하는 시칠리아의 풍경이다. 종이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향기가 선사하는 모험을 즐길 수 있으며, 익숙함과 안전함은 생각보다 그리 중요하지 않다.
* 참고
<인센스 앰버> 프랑킨센스는 의식과 종교에서 자주 사용하기 때문에 좋은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향기다. 유향의 의학적 특징을 중요시했던 고대 이집트인, 그리스인, 로마인과 함께 60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순수한 생각을 장려하기 위해 도입되었던, 중세 유럽으로 다시 돌아가게 한다.
보스웰리아 사크라, 보스웰리아 카르테리, 보스웰리아 세라타 세 종이 주로 향수 제조에 쓰인다. 퍼퓨머리의 인센스 노트 원료는 대부분 인도와 소말리아에서 오지만, 오만 사람들은 자신들의 원료가 최고의 품질이라고 맹세한다. 유향나무의 잘린 나무껍질에서 떨어지는 수액인 '눈물'을 수확한 뒤 증류하고 정제 과정을 거쳐 에센셜 오일을 추출한다. 올리바넘(유향)이라고 부르기도 하므로 향수 설명서 노트 목록에 올리바넘(유향)이 적혀있으면 인센스 향을 기대하면 된다.
전쟁과 기후변화로 황폐해진 지역에서 자라는 다른 귀한 천연원료처럼, 유향나무도 과도하게 수확했고 일부 수종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껍질에 너무 자주 생채기를 내고 두드리면 그 유향나무에서 나온 씨앗은 발아하지 않는다. 샌달우드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장기적인 투자와 지속 가능한 재배, 수확을 바라고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한 인센스 향수 외에도 술탄 파샤의 귀한 인센스 계열 향수, 아주 다른 꼼데가르송의 두 가지 인센스 향수인 향수 시리즈 3 인센스 라인의 아비뇽과 인센스의 왕자 베르트랑 뒤쇼푸르가 만든 교토, 익스페리멘탈 퍼퓸 클럽의 베르가못 인센스, 힐리의 카디널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