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ICY
1) 옵세션 포 맨
- 캘빈클라인
- Obsession for Men by Calvin Klein
- 따스하고 포근한 1980년대 앰버
- 조향사 밥 슬래터리
- 옵세션 포 맨은 여성용에 이어 일 년쯤 지나 출시되었고 오리지널과 비슷한 노트가 많다. 따라서 여성용이 마음에 든다면, 남성용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둘 다 가지고 뿌려도 될 만큼의 차이는 충분히 존재한다. 옵세션 포 맨은 따스한 느낌을 선사하는 시나몬과 앰버 머스크가 시작과 끝을 장식하고 거의 그대로 유지된다. 오프닝의 상쾌한 시트러스 노트는 레모네이드 거품처럼 퐁퐁 튀며 향기가 너무 묵직해지지 않게 한다. 아늑하고 매력적인 옵세션 포 맨은 결혼식 날 이걸 뿌리고 내 곁에 섰던 남자처럼 듬직하고 변함없이 편안하게 곁에 머문다.
2) 레르 뒤 데제르 메리케인
- 타우어
- L'Air du Désert Marocain by Tauer
- 따뜻한 사막의 바람에 대한 오마주
- 조향사 앤디 타우어
- 조향사의 작품이 하나뿐인 상황에서 골수팬을 양산하는 일은 드물지만, 앤디 타우어의 두 번째 걸작인 레르 뒤 데제르 메리케인은 고객과 비평가 모두 이 취리히의 매력적이고 다재다능한 예술가를 주목하도록 만들었다. 마치 램프의 지니가 램프에서 풀려나오는 것처럼 레르 뒤 데제르 메리케인은 맡자마자 바쿠르 향로에서 피어오르는 자욱한 연기와 함께, 향신료 내음이 가득하고 끝없이 펼쳐진 사막의 부드러운 모래 위에 세워진 베두인 캠프로 데려다준다. 인센스 향이 가득한 공기와 발아래 느껴지는 뜨거운 앰버 모래와 함께 향신료, 연기, 사막의 공기는 눈을 감는 순간 그곳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다. 농밀한 베티베르, 오크모스, 스파이스 베이스 노트와 함께 이 과감하고 묵직한 향수는 의외로 여름에도 잘 어울리며, 겨울에는 그야말로 따뜻한 향기에 온몸을 푹 파묻고 싶어 진다.
3) 통카 25
- 르 라보
- Tonka 25 by Le Labo
- 잘게 부서진 레진과 달콤한 앰버
- 조향사 다프네 부기
- 사람들은 보통 르 라보의 통카 25의 향기를 맡고 그게 통카 향이라고 생각해서, 통카 원료 자체의 냄새를 맡으면 꽤 놀란다. 천연원료는 디프테릭스 오도라타 나무 열매인 통카빈에서 추출하며, 코코아, 마지팬, 건초를 풍부하게 섞은 향기가 난다. 르 라보는 이 통카 노트에 우디 앰버 베이스를 추가하고 은은한 오렌지 꽃 노트를 살짝 더했지만, 핥고 싶을 만큼 달콤한 향기는 압도적이다. 자라의 통카는 르 라보 한 병을 사는 가격에 열 병을 살 수 있었지만 유감스럽게도 단종되었고, 4711의 헤이즐 앤 통카는 한정판이다. 조향사 쿠엔틴 비쉬가 만든 프라고나르의 앙상 페브 통카도 있다. 하지만 말 그대로 돈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르라보의 통카 25가 바로 여러분이 원하는 통카빈 향기다.
4) 타부
- 다나
- Tabu by Dana
- 더 깔끔하고 은은해진 클래식
- 조향사 장 카를레스
- 다나의 타부는 원래 밤의 여인이 뿌리는 향수의 향기가 나야 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나는 그 아이디어가 마음에 든다. 이걸 뿌리면 대담하고 무모한 전율이 느껴진다. 가성비가 훌륭한 보석 같은 타부는 놀라울 정도로 복잡하다. 내가 애정하는 노트가 겹겹이 쌓이고 서로 조화를 이루어 언제나 곁에 두고 싶은 이국적인 앰버 향이다. 상쾌한 향신료와 풍미를 더하는 은은한 오렌지 노트로 시작해 곧 장미, 재스민, 수선화, 오렌지 꽃 노트가 활짝 피어난 꽃향기를 한 아름 가져다주며, 바닥에 떨어진 속치마처럼 정숙함을 벗어던지게 만든다. 시벳 노트가 뜨겁게 달아오른 축축한 음부처럼 모습을 드러내고 레진과 우드 노트가 열기를 더한다. 향신료와 꽃내음의 잔향이 맴도는 가운데 오크모스 노트는 내가 사랑하는 시프레 향취를 더한다.
5) 저스트 락! 뿌르 루이
- 쟈딕 앤 볼테르
- Just Rock! Pour Lui by Zadig & Voltaire
- 모두를 위해
- 조향사 오렐리앙 귀샤르, 나탈리 로슨
- 강렬한 락보다 부드러운 롤이 더 많이 느껴지는, 향신료가 가득한 벨벳 같은 앰버 향기가 난다. 검은색 병의 울퉁불퉁한 면은 저스트 락! 뿌르 엘르의 흰색 병과 부드럽게 맞물리면 완벽한 음양의 조화가 만들어진다. 사실 저스트락! 뿌르 루이는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다. 이름에서 느껴지는 묵직하게 부딪히는 남자의 향기를 기대할 수도 있지만, 단단한 돌덩이 대신 가볍게 피어오르는 나무 연기와 함께 마시멜로를 녹이는 매끄럽고 둥글둥글한 조약돌을 만나게 된다. 뜻밖의 통카 노트가 더해진 알싸한 인센스 향기다. 클릭해서 장바구니에 담아두자.
6) 토바코 & 앰버
- 링크스 / 액스
- Tobacco & Amber by Lynx/Axe
- 계란도 가끔 바위를 깨트릴 수 있다
- 조향사 미공개
- 링크스가 광고에서 그들의 마스터 조향사를 언급하자 일부 향수 애호가들은 비웃음을 보냈다. 하지만 우리를 포함한 나머지는 새로운 남성용 향수가 얼마나 좋은지 보려고 시내에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그래서 어땠냐고? 더할 나위 없이 아주 좋았다. 특별 할인 행사를 하면 유명한 앰버 토바코 향수 한 병을 살 돈으로 토바코 & 앰버를 100병 살 수 있다. 풍부하고 부드럽고 놀라울 정도로 섹시하다. 링크스는 더 이상 10대 소년만을 위한 브랜드가 아니다.
7) 부아 드 세비야
- 안젤라 플랜더스
- Bois de Seville by Angela Flanders
- 스페인 남부의 시트러스가 선사하는 따스한 온기
- 조향사 안젤라 플랜더스
- 안젤라 플랜더스와 같은 개인 소유의 인디 퍼퓨머리는 20세기 초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리뷰, 블로그, 브이로그, 데이터베이스, 온라인 판매 등이 가능해진 덕분에, 작지만 창의적인 퍼퓨머리가 그들을 좇을 준비가 된 이들에게 즐거운 향기를 선보이는 새로운 유행이 시작되었다. 안젤라는 부아 드 세비야를 1986년에 만들었는데, 당시 고객에게 허용된 유일한 옵션은 이스트 런던 컬럼비아 로드에 있는 놀라운 세계를 직접 방문하는 것뿐이었다. 세비야 오렌지, 샌달우드, 스파이스 노트로 부아 드 세비야는 손쉽게 뿌릴 수 있고 가을과 겨울에 어울리는 따스한 앰버 향수가 되었다. 오 드 퍼퓸, 오 드 투알레트, 향초, 룸 스프레이, 디퓨저도 있다. 영국 내 배송이긴 하지만 이 반짝이는 보석 같은 향수를 온라인에서 살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런던의 컬럼비아 로드에 갈 일이 있다면, 꼭 안젤라의 퍼퓨머리를 방문해 보기 바란다.
* 참고
<향신료를 더한 앰버> 스파이시 앰버는 도발적인 노트로 화려하게 옷을 차려입고 외출할 때 필요한 앰버 향기다. 엄밀히 말하면 스파이스, 즉 향신료 노트는 블랙 또는 핑크 페퍼콘, 카다멈, 스타아니스(팔각)처럼 말린 씨앗의 냄새를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가 좀 더 관대하게 생각하면, 프랑킨센스, 통카빈, 담뱃잎, 카카오의 향기까지 그러모을 수 있다. 스파이시 앰버는 종종 오프닝에서 먼저 달려 나와 우리를 반겨주는 오렌지 스플래시나, 베이스 노트의 매끄러운 샌달우드와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