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NTASY FLOWERS
1) 아우라
- 뮈글러
- Aura by Mugler
- 우주 꽃의 향기
- 조향사 다프네 부기, 마리 살라마뉴, 아망딘 클레르크-마리, 크리스토프 레이노
- 2017년 늦여름 커다란 에메랄드 모양의 병이 향수 업계에 수류탄처럼 던져졌다. 신비로운 창조를 위해 완전히 새로운 원료를 사용하는 것을 겁내지 않는 뮈글러 가문은 타이거 리아나와 울프 우드 노트를 발견하고 크게 기뻐했다. 모두 너무 비현실적으로 들리지만 정말이다. 아우라는 습한 열대 우림처럼 축축하고 눅눅한 그린 트로피컬 노트로 시작한다. 이브의 선악과처럼 매혹적인 아우라는 오렌지 꽃, 루바브, 바닐라 노트 사이 그린과 우드 노트의 캐노피 아래에서 우리를 향해 손짓한다. 흔치 않은 조합이고 카피캣을 겁주는 데 성공한 것이 분명할 정도로 특이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모든 노트가 합쳐지면 왜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렸나 궁금할 정도로 좋은 향기가 난다.
2) 플라워바이겐조
- 겐조
- FlowerByKenzo by Kenzo
-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양귀비 향기
- 조향사 알베르토 모릴라스
- 향수병에는 붉은 양귀비가 그려져 있지만 사실 진짜 양귀비꽃은 향기가 나지 않고 대신 화려한 주홍색 꽃잎으로 수분 곤충을 유혹한다. 그래서 여기 환상의 꽃, 겐조 버전의 양귀비를 준비했다. 조향사가 이 유쾌하지만 금방 지는 화려한 꽃의 섬세함에 마법을 거는 것이 목표였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만약 자연의 진화 과정이 겉모습에 맞는 향기를 주기로 결정했다면 말이다. 그 대신, 알베르토 모릴라스는 플라워바이겐조에게 아름답고 겹꽃잎을 가진 2미터 높이의 해바라기처럼 커다란 양귀비꽃에 어울리는 풍부하고 깊은 향을 부여했다. 플로럴 노트가 소용돌이치며 깊은 풍미와 과일 향이 느껴지는 이 걸작을 만들어냈다. 새로운 세기를 위한 관대하고 낙관적인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향기는 거대하지만 부드럽고 산뜻하다.
3) 블랙 오키드
- 톰포드
- Black Orchid by Tom Ford
- 상상 속의 이국적인 향기
- 조향사 데이비드 아펠
- 블랙 오키드는 감미로운 풍미가 넘치고, 식물학적으로 틀린 이상한 소문도 넘친다. 지금까지 들은 블랙 오키드에 얽힌 이야기 중 최고는 판매직원이 고객에게 톰포드가 이 아름다운 향수를 만들기 위해 들판에서 특별히 검은 난초를 재배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사실검은 난초도 없고, 들판에서 자라지도 않으며, 수천 종의 난초 중에 단 몇 종만 향기가 난다. 나도 비밀 하나 말해줄까? 사실 톰포드는 톰포트 향수를 직접 만들지 않아. 블랙 오키드의 비법은 여러분의 상상력을 이용해 프루티, 플로럴, 발삼 노트에 약간의 달콤함을 얹어 매혹적인 검은 꽃에 둘러싸인 느낌을 선사하는 데 있다.
* 참고
<상상 속의 향기> 어떤 꽃은 향기를 맡을 수 없다. 향기가 나지 않거나, 인간의 후각으로 감지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쪽이든 조향사들은 상상의 향기를 창조하거나 향기가 나지 않는 꽃에 상상 속의 향기를 부여하기도 한다.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몇몇 판매직원은 여전히 향수를 설명할 때 자신의 할머니를 걸고 이 상상 속의 꽃잎은 꽃 요정의 나라에서 일일이 손으로 따온 거라는 과장을 멈추지 않는 것 같다.
1860년대 이후 향수 기업들은 놀랍고 새로운 향기를 발명하고, 그 기원에 베일을 씌웠다. 창조적인 향수의 화학에 대한 사랑을 퍼트리는 대신, 식물로 만든 것인 양 행세했다. 단일 화학향료로 만든 향수가 늘어나면서 이제 우리는 그들의 작품을 자연이 선사한 결과로 받아들이는 대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숙련된 예술가가 보이지 않는 꽃을 그리는 방식에 대해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향기 과학자에게 귀를 기울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