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향수 종류(컨셉 - 스모크Ⅱ)
◈ SMOKE
1) 느와 엑스뀌즈
- 라티잔 파퓨미에르
- Noir Exquis by L'Artisan Parfumeur
- 빈티지 벤츠의 뒷좌석에 앉아
- 조향사 베르트랑 뒤쇼푸르
- 라티잔 파퓨미에르는 느와 엑스뀌즈가 커피, 메이플 시럽, 체스트넛 노트가 선사하는 향기와 함께, 카페에서 서로 시선을 주고받는 우연한 만남이라고 설명한다. 아마 그게 맞을 것이다. 향수의 노트는 사람마다 연주하는 화음이 다르다. 그리고 내게 느와 엑스뀌즈는 시선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주고받는다는 인상을 준다. 1970년대 클래식 벤츠에 앉아 있다고 상상해보자. 자주 앉은 가죽 시트가 반질거리고 도어패널은 아몬드 광택제를 발라 반짝반짝 윤이 나는 나무로 되어 있다. 바닥에 깔린 낡은 모직 매트에는 아침에 마시는 모카커피 향이 잔뜩 배어 있다. 이 차는 원래 주인의 손자이자 당신이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애정을 담아 돌본다. 그리고 당신은 몇 달 동안 그 차에 타는 날을 기다려 왔다. 다크 초콜릿, 토바코, 가죽 시트, 나무, 따뜻하고 어두운 저녁, 기대감, 그리고 모든 게 잘 풀릴 것만 같은 향기다.
2) 라 퓌메 인텐스
- 밀러 해리스
- La Fumée Intense by Miller Harris
- 어둡지만 편안한
- 조향사 린 해리스
- 연기, 하지만 좀 더 문명적인 환경에서. 밀러 해리스는 오리지널 라 퓌메를 기반으로 네 가지 퓌메 버전을 공들여 만들었다. 이 경우 인텐스는 '요즘 유행이기 때문에 오우드 노트를 좀 더 넣은'을 의미한다. 앰버 스파이스 노트로 따뜻한 느낌을 선사하며, 이름다운 인센스 향기로 매력을 더했다. 일원만 초대해 고대 의식을 행하던, 타르가 타오르는 횃불로 밝힌 깊은 숲속의 흔적이 남아 있다. 하지만 여기 정중한 영국의 밀러 해리스에서는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라 퓌메 인텐스(강렬한 연기) 는 친절한 마녀 집회의 친근한 입문식으로, 알싸한 차이 라떼를 주고 캠프파이어 주위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편안하게 신나고 어딘가 신비로운 잘 만든 연기가 피어오른다.
3) 테러 앤 매그니피센스
- 뷰포트 런던
- Terror & Magnificence by Beaufort London
- 천재에게 바치는 오마쥬
- 조향사 피아 롱
- 테러 앤 매그니피센스는 지금까지 소개한 뷰포트 런던의 향수 중에 가장 덜 무섭지만, 나름의 웅장함으로 가득 차 있다. 건축가 니콜라스 혹스무어의 초기 조지 왕조 양식 건축물에 대한 레오 크랩트리(Leo Crabtree)의 상상력을 표현한 향수로, 조향사 피아 롱이 섬세하고 고운 향기의 실타래를 엮어 만든 작품이다. 레오는 혹스무어가 영감을 받은 원천, 특히 20세기 문학을 통해 그가 오컬트에 심취해 있었다는 사실에 큰 호기심을 가졌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돌 위에 인센스와 알싸한 레진 향기가, 시끄러운 소리를 피해 피난처를 찾는 사람들을 평화로 인도한다. 세상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악마가 아닌, 조용한 힘을 가진 300년 된 교회의 유령 무리가 떠오른다.
* 참고
<연기와 불>
우리는 끊임없이 냄새를 맡지만, 코로 들이마시는 모든 정보를 뇌가 인식하는 건 아니다. 맛있거나 위험하거나, 매력적이거나 불쾌한 냄새일 때만 의식의 문을 두드린다. 그래서 우리는 보통 기분 좋은 앰버 머스크 향기보다 매캐한 연기 냄새와 그 잠재적 위험에 대해 훨씬 잘 알고 있다. 향수를 통해 온종일 장작불이나 인센스의 맵싸한 향기를 맡을 수 있다고 해도 놀라지 말자. 그 냄새가 실제로 더 강하거나 더 오래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의 뇌가 끊임없이 인지하고 있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