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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나는이야기

향수 종류(플로럴 - 앰버)

by 향기나는토끼 2023. 7. 23.

◈ AMBER

 

1) 루루

- 까사렐
- LouLou by Cacharel
- 쁘아종에 맞먹는 강렬한 1980년대 플로럴 프루티
- 조향사 장 기샤르
- 루루는 1980년대 후반까지 디올의 쁘아종을 따라다녔다. 마치 너무 어려 혼자서 나갈 수 없는 여동생처럼, 언니 옆에서 추종자들에게 천진난만한 매력을 뽐내며 저녁을 보내는 것 같았다. 쁘아종이 향수의 새로운 영역을 열었고, 루루는 그 사이로 잽싸게 따라 들어갔다. 언니가 자기 남자친구를 채갔다며 소리치면, 루루는 눈썹을 추켜올리고 입술을 삐쭉 내밀며 '내가?‘하고 되묻는 모습이 떠오른다. 이 향수는 마치 고급진 플러시 천이 덮여 있고 백합과 장미 플로럴 부케와 살짝 취기가 도는 크렘 드 카시스에 둘러싸인 깃털 침대에 폭파 묻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시트러스 과일, 붉은 과일, 다양한 플로럴 노트, 그리고 1940년대 침울한 전후 분위기로 사라졌다. 돌아온 바닐라 스위트 노트까지 온갖 향이 다 모여 있다. 디올이 까사렐에 전화를 걸어 고객을 채갔다고 소리치지만, 들려오는 건 천연덕스러운 '우리가?’라는 대답뿐이다.

2) 에일리언

- 뮈글러
- Alien by Mugler
- 나를 너희 대장 앞으로 안내해
- 조향사 도미니크 로피용, 로랑 브뤼예르
- 티에리 뮈글러의 향수는 보통 긴장과 집중이 필요하다. 그들은 리더이며 그만한 지위를 받아야 마땅하다. 불필요한 관심을 끌고 싶지 않은 기분이라면 손대지 않는 게 좋다. 다른 세계의 아름다움을 가진 에일리언도 예외가 아니다. 무시무시한 얼굴 없는 우주 악당 같은 병에 담긴 이 향수가 가진 초능력은 강렬함과 번득이는 광채다. 에일리언은 진한 재스민 꽃에 최면을 걸어 교회의 인센스 향이 스며든 숲에 굴복하고 머리를 조아리게 만들지만, 재스민 꽃은 어느새 속속들이 스며들어 에일리언과 함께 모든 노트를 다스리고 있다. 대낮의 불꽃놀이나 버스 정류장에서 아리아를 부르는 소프라노처럼 기묘하고 시끄럽지만 아름답다.

3) 크러쉬드 벨벳

- 사라 아일랜드 퍼퓸
- Crushed Velvet by Sarah Ireland Perfumes
- 호화로운 망토
- 조향사 사라 아일랜드
- 독학으로 조향사가 된 사라 아일랜드는 2018년 자신의 이름을 딴 향수 하우스를 열었고, 크러쉬드 벨벳은 2019년 영국 TFF 어워드에서 두 부문의 최종후보에 올랐다. 처음 맡았을 때 이 향수는 내게 사랑이었다. 맡는 순간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든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방으로 퍼지는 장미 향은 불가리안 로즈와 모로코 로즈의 퓨전이다. 장미의 퇴폐미는 혼을 빼놓는 투베로즈와 스파이시 레드 벨벳 제라늄 노트로 더 강력해진다. 진한 흙내음이 풍기는 파촐리 노트는 이국적인 느낌과 일랑일랑의 잔잔함이 어우러진 광채를 더한다. 샌달우드가 플로럴 노트를 감싸 레드벨벳 숄에 스며들게 한다. 부드러운 머스키우드 노트의 잔향은 떠난 자리에도 잠시 남아 있다.

4) 루시드 드림

- 엑스 아이돌로
- Lucid Dream by Ex Idolo
- 꿈속의 운명을 통제하라
- 조향사 맷 주크
- 루시드 드림, 즉 자각몽은 꿈에서 일어나는 일을 조정할 수 있는 명상적 상태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쓴 소설이 출판되고 휴 잭맨이 저녁 식사 초대에 응하는 것이다. 루시드 드림은 마치 가장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억과 같다. 싱그러운 연둣빛 배경에 신비로운 숲 속을 가득 메운 장미 노트로 시작한다. 인센스 향이 여기서 살짝 파촐리 노트가 저기서 슬쩍 풍겨오는 것을 느끼며 부드럽게 밀려온 꿈의 향기로 깊은 휴식을 취한다. 언뜻 스치는 어린 시절의 달콤한 사탕, 꿈같은 정원, 일렁이는 촛불의 연기가 포근하게 감싼다. 향기 자체에 유분기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게 피부에 착 붙어 오랫동안 머물며 온종일 행복에 있게 한다.

* 참고

<앰버와 빅토리아 시대의 화학> 합성 바닐린은 비스킷의 세계를 바꾼 것과 같은 방식으로 향수의 세계도 바꾸었다. 1874년 독일에서 가문비나무 수지 추출물로 합성 바닐린을 처음 생산했다. 조향사와 제과사는 자신들의 창작물에 맛과 향을 내는 이 합성원료를 첨가했다. 조향사들은 인공 바닐린을 라다넘과 혼합해 앰버라고 불렀다. 그리고 고사리 문양이 새겨진 커스터드 크림 비스킷은 코티의 플로럴 앰버 계열 향수인 로리간과 겔랑의 아프레 롱데와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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