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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나는이야기

향수 종류(플로럴 - 화이트 플라워)

by 향기나는토끼 2023. 7. 26.

◈ WHITE FLOWERS

 

1) 이터너티

- 캘빈클라인
- Eternity by Calvin Klein
- 웨딩 부케
- 조향사 소피아 그로스만
- 캘빈클라인의 이터너티 광고는 수많은 흑백 결혼사진, 가족과 함께하는 해변 휴가에 영감을 주었다. 향수를 뿌리면 결혼식 전체가 떠오른다. 싱싱한 백합 부케, 프리지어와 카네이션, 가죽끈으로 묶은 결혼, 출생, 사망 등록부의 두꺼운 종이, 왁스 칠을 한 교회의 신도석, 마지팬 아이싱, 들판에 세운 피로연 천막 캘빈클라인은 이 향수가 바로 그들이 꿈꾸어오던 결혼식이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20세기 후반 유행한 스토리텔링 향수의 대모인 조향사 소피아 그로스만이 만들었다. 불가능한 꿈을 보여주는 광고는 신경 쓰지 말자. 순백의 결혼식, 영원한 행복, 해변에 있는 완벽한 집과 말 잘 듣는 아이들을 가질 수 없더라도, 끝내주는 향수는 영원히 곁에 둘 수 있지 않은가.

2) 플레르 드 뽀

- 데따이으
- Fleur de Peau by Detaille
-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 조향사 미공개
- 프랑스어를 조금 할 줄 안다면 플레르 드 뽀가 피부로 만든 꽃을 의미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 표현이 예민한 사람이나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상황을 묘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데따이으의 플레르 드 뽀는 '취급 주의' 라벨이다. 이 향수는 파리의 자그마한 퍼퓨머리인 데따이으가 만들었고, 아주 사랑스러운 시트러스와 화이트 플로럴 노트의 조화는 전형적인 은은함을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매혹적으로 진정시켜 주는 재스민 시더우드 어코드는 평소 잠자고 있던 관능미를 흔들어 깨울 수 있다. 따뜻한 살결이 떠오르는 냄새 중에 나는 플레르 드 뽀의 향기가 제일 좋다. 어떻게 해석하든, 이 향수는 여러분의 살결에 아름다운 꽃 내음을 선사한다.

3) 조르지오

- 조르지오 비버리힐즈
- Giorgio by Giorgio Beverly Hills
- 화려하게 차고 넘치는 꽃의 향연
- 조향사 M.L. 퀸스, 프란시스 카마일, 해리 커틀
- 1980년대에 밖을 돌아다니면, 이 향수를 뿌린 사람이 두 블록이나 떨어진 곳에서 밥을 먹고 있어도 풍겨오는 꽃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사실 LA의 식당 몇 곳이 이 향수를 금지하면서 악명을 떨쳤다. 화이트 플로럴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은 이제야 갈망을 부르고 조르지오의 넘치는 자신감에 감탄한다. 향수업계에서 가장 강렬하다고 알려진 플로럴 노트에 강도가 더해지지만, 조르지오는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축구 경기장을 가득 채울 만큼 풍성한 투베로즈, 재스민, 오렌지 꽃가드니아 노트와 함께 관능미가 넘치는 거친 파촐리 베이스도 디바의 각인을 지울 생각이 전혀 없다. '다이너스티‘의 알렉시스 콜비가 적들을 몰락시킬 계획을 세울 때 분명 이걸 뿌렸을 거다.

4) 테라코타 르 퍼퓸

- 겔랑
- Terracotta Le Parfum by Guerlain
- 휴가 중인 프랑스 사람들
- 조향사 티에리 바세
- 프랑스 남부의 여름 향기. 새하얀 집에 붙어 빵을 굽는 오븐의 열기를 식혀주는 테라코타 타일, 창문턱과 발코니에 놓여 넘치는 제라늄을 품고 있는 테라코타 화분이 떠오른다. 테라코타는 8월에 칸으로 떠날 수 없는 사람을 위한 먼지를 털어내고 '건강한 광채’를 선사하는 겔랑의 페이스 파우더 이름이기도 하다. 구릿빛의 생기 있는 피부를 원하거나 아닐 수도 있지만, 심지어 햇빛이라면 질색하는 고스족조차 향기가 선사하는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테라코타 르 퍼퓸은 겔랑이 파우더에 첨가하는 향수였고, 한정판으로 출시했다가 빗발치는 아우성에 다시 돌아왔다. 머스크와 바닐라 노트로 부드러워진 일랑일랑 플로럴 노트는 재스민으로 쾌활함이 더해진다. 베르가못 오렌지 껍질 향이 어울리는 고급 선탠로션 내음도 느껴진다.

5) 쥬르 데르메스

- 에르메스
- Jour D'Hermès by Hermès
- 완벽한 정원에서 보내는 하루
- 조향사 장 클로드 엘레나
- 장 클로드 엘레나는 다시 한번 매끄러운 블렌딩으로 수채화의 마법을 보여준다. 쥬르 데르메스는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요정의 날개가 피부에 닿아 녹는 듯한 기분 좋은 투명함을 지니고 있고, 화이트 가드니아로 합쳐지는 스위트피 꽃잎이 자리를 대신한다. 이 향수는 층층이 싱글 노트로 이루어진 향수가 아니라 마치 빗방울을 손으로 감싸 집에 가져가는 것처럼 부드러운, 눈에 보이지 않는 향기의 작은 폭포다. 휘파람처럼 깨끗하고 나비처럼 우아하며 눈송이처럼 가볍고 아름다운 쥬르 데르메스는 여름 같은 행복의 무지갯빛 방울이다.

6) 쥬시 꾸뛰르

- 쥬시 꾸뛰르
- Juicy Couture by Juicy Couture
- 엄청 신나!
- 조향사 해리 프레몬트
- 생기가 넘치는 복숭아 향기는 부드러우면서도 풍미가 가득하다. 쥬시 꾸뛰르의 2006년 시그니처 향기가 마음속 행복의 나라로 안내한다. 그들의 패션만큼 향수도 재미가 가득하다. 그 재미는 벨루어 후드티에 반바지뿐만 아니라 우아한 실크 정장의 품격도 높여준다. 토피 사과 사탕 접시가 머스크 매트리스 옆에 놓여 있다. 매트리스 위에는 백합과 장미 꽃잎으로 덮인 담요와 열대 과일 칵테일 한 잔이 있다. 이 모든 노트가 합쳐져 끔찍해질 수도지만, 그렇지 않았다. 조금 없어 보이는 향수병 장식처럼 안 될 것 같던 어려운 일을 쥬시 꾸뛰르가 해냈다. 쥬시 꾸뛰르는 가벼운 착용감으로 전신을 휘감는 만만찮은 노트의 거대한 모임이다. 로열 오페라가 'Get Lucky'를 연주한다고 상상해 보라.

7) 구찌 블룸

- 구찌
- Gucci Bloom by Gucci
- 가지런히 정돈된 하얀 꽃
- 조향사 알베르토 모릴라스
- 구찌 블룸은 향기로운 일라이자 둘리틀이다. 거친 가장자리가 모두 매끄럽게 다듬어진 하얀 생화로 자신을 구경거리로 만들지 않고 파티장의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파티장에는 무서울 정도로 거리낌 없는 화이트 플로럴 노트의 향과 주홍빛 새틴 슬리브 드레스를 입고 탱고를 추며 유혹하는 무용수들이 있다. 구찌 블룸은 세련된 그레이 정장을 입고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때때로 느린 폭스트롯 춤에 응할지도 모른다. 투베로즈 노트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어쨌거나 한번 시도해 봤으면 좋겠다. 재스민 노트도 마찬가지다. 상대의 취향이 어떤지 정확한 설명을 듣지 않고 덥석 선물로 살 수 있는 향수는 거의 없지만, 구찌 블룸은 묻지 않고 사는 위험을 감수할 만큼 누구에게나 잘 어울린다.

* 참고

<꾸밈없는 매력의 반전> 향수 업계에서 '화이트 플로럴'은 식물학의 정의와 다르다. 어둠 속에서 무엇을 하는지는 색깔에 달린 것이 아니다. 퍼퓨머리의 화이트 플로럴은 뭔가 자그마하고 꾸밈없이 하찮게 보이지만, 고양이가 빈 상자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처럼 곤충을 끌어들이는 중독성 있는 매력적인 향기를 풍긴다. 화이트 플로럴은 인돌릭한 향을 지니고 있는데 그건 소를 쓰다듬을 때 희미하게 느껴지는 꼬리꼬리한(좋은 방향으로) 냄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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